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

인문사회 공동 연구로 거대위기 극복해야

강성호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 2023 여름호

그동안 분산적이고 소규모로 진행된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로는 현재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같은 거대위기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어렵다. 따라서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이하 인사협)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거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인문사회분야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과 사업 확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회정책토론회를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인사협은 2023년 6월 13일(화)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제2차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국회정책토론회: 거대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개최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작년 12월 2일(금) 개최된 제1차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토론회였다.

인문사회분야에도 누리호같은 수천억 원대 메가프로젝트 추진해야

제1차 토론회는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과 가능성의 사례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김동혁 GIST융합교육및융합연구센터장은 유럽에서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이라는 약 5조억 원 규모의 대규모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한국형 메가프로젝트 사례로, 이형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장은 7,000억 원대 규모의 ‘한국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다원적 활용’ 프로젝트를, 이재은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3,200억 원대 규모의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사업’ 등을 제시했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국장도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인사협은 인사협 기획정책위원회(안기돈 위원장)와 ‘메가프로젝트 TF’팀을 구성하여 제2차 정책토론회를 준비하였다. 제2차 토론회는 1차 토론회처럼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의원과 김영호 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의원, 그리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함께 인사협이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국회방송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방송되었으며, 300여 명이 넘는 인문사회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거대 담론 과제 해결은 ‘지식의 통섭’으로

제2차 정책토론회에서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에코과학부 생명과학전공) 석좌교수는 ‘거대 담론 과제와 지식의 통섭’을 발표하였다. 최재천 교수는 한국은 이념갈등, 계층갈등, 남녀갈등, 세대갈등, 다문화갈등, 환경 갈등 등 모든 갈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사회라고 보았다. 이러한 다양한 갈등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거대위기로 최재천 교수는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소멸과 균형 발전, AI와 인류의 미래, 팬데믹과 백신 등을 들었다. 또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숙론(熟論)과 통섭(統攝)(Talking Together and Jumping Together)’을 제시하였다.

엄연석 한림대학교 태통고전연구소장은 토론 과정에서 최재천 교수의 ‘숙론과 통섭’을 실행하기 위한 이념적 기초와 실행방안을 제안하였다. 프랑스 아날학파의 인간과학과 MIT의 STS 프로그램과 같은 탈분과 학제 간 연구 프로그램이나, 클라우스 슈밥의 시스템리더십과 가치 중심적 리더십, 그리고 박이문의 생태학적 문화론 등이 그것이다.

신동원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소장도 ‘한국 과학문명의 성찰을 통해 유라시아의 미래를 모색한다’ 에서 기존의 분야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융복합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 프로젝트는 유라시아 각국과 한국의 과학기술 협력현황을 과거, 현재, 미래로 시계열화하여 분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하여 향후 교류협력에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 토론

‘희망소멸사회’ 극복은 메가프로젝트로

이관후 인사협 사무국장(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은 ‘희망소멸사회와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 에서 한국은 국제 환경의 변화,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저출산 고령화 등 복합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이 중에서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위기는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의 소멸위기이다. 합계출산율이 2012년 1.3수준에서 2022년에 0.78로 떨어졌다. 이런 속도에 대응해 향후 5년 내에 합계출산율이 0.5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회복 탄력성을 잃게 되어 소멸국가로 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280조 원이라는 방대한 예산이 저출산·고령화 방지를 위해 사용되었지만 실패했다.

국가소멸을 비롯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관후 사무국장의 주장처럼 지난 세기 동안 축적된 한국의 인문사회과학분야의 국가적 역량이 다양한 분야에서 총집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사회과학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이 단지 학술분야의 전문가 지원이나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어떤 공동체로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내는 데에도 투입해야 한다는 이관후 사무국장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문사회과학분야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 미래 국가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희망소멸사회’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이관후 사무국장의 주장은 인사협이 추구하는 메가프로젝트의 입장이기도 하다.

인사협은 메가프로젝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한국 인문사회 학문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인사협은 2023년 가을에 개최할 예정인 제3차 국회정책토론회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교육부와 사전 논의와 협의를 통해 메가프로젝트가 정책화될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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