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여름, 수국의 계절

이유미국립세종수목원  원장 2023 여름호
01. 제주에 핀 수국

수국의 계절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수국이 아름다운 정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갑고 행복합니다. 숲속에서 혹은 숲가에서 혹은 물가에서 피어나는, 그저 아름다움에서 그치지 않고 신비롭기까지 한 남보랏빛 산수국, 화려하면서도 품격 있고 한여름에 피면서도 시원스러운 산수국, 그리고 잘 알고 계시는 수국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02. 산수국꽃, 03. 산수국

두 가지 꽃으로 이뤄진 산수국

산수국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작은 키 나무입니다. 한여름, 7~8월에 피어나는 꽃을 보면 새로 난 가지 끝에 접시를 엎어놓은 듯 둥글고 큰 꽃차례(산방화서)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꽃차례 안쪽에는 꽃잎은 퇴화하고 암술과 수술이 발달한 작은 꽃들인 유성화(有性花)가 달리고, 가장자리에는 지름 1~3cm 정도의 꽃잎만으로 구성된 무성화(無性花)가 달립니다. 산수국이 두 가지 종류의 꽃을 함께 가지는 이유는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가장자리 무성화는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그들을 보고 찾아온 곤충들에 의한 수분 매개는 안쪽에 있는 유성화에서 이루어집니다. 당연히 씨앗도 유성화만 맺을 수 있지요.

그렇다면 꽃송이가 탐스러운 수국은 어찌된 일일까요? 사람들 눈에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유성화를 모두 무성화로 바꾸어 개량한, 말하자면 보기는 화려하지만, 실제 꽃의 역할인 결실을 하지 못하는 꽃인 셈입니다. 세계적으로 워낙 사랑받는 정원 식물이어서 꽃색 혹은 꽃잎의 모양에 따라 수백 가지의 품종이 나와 있습니다.

여름 산행에서 우연히 마주칠 행복

산수국은 한자로 ‘山水菊’으로 씁니다. 말 그대로 산에서 피는, 그리고 물을 좋아하는 국화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독특한 일은 개체마다 조금씩 꽃잎 색깔이 다른데 흰색으로 피기 시작했던 꽃들은 점차 시원한 청색이 되고 다시 붉은 기운을 담기 시작해 나중에는 자색으로 변화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또 토양 조건에 따라 토양의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분홍빛이 진해지고 산성이 강해지면 남색이 더욱더 강해지니 신비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꽃의 꽃말도 변하기 쉬운 마음입니다.

다양한 수국들은 보통 정원에 많이 심지만 큰 나무 그늘이 있는 숲 정원에는 산수국이 제격입니다. 한방에서는 수국류를 수구화(繡毬花) 또는 팔선화(八仙花)라고도 부르며 뿌리와 잎과 꽃 모두를 약재로 씁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에 처방하고 열을 내리는 데도 많이 쓰인다네요. 산수국잎을 햇볕에 잘 말리고 잘 덖어 비비면 단맛이 나서 ‘감로차’라는 이름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쉽게 만나고자 하시면 국립세종수목원에도 물론 있지만, 자매 식물원인 한국자생식물원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좋은 군락이 있습니다. 여름날 떠난 산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산수국이 여러분에게 행복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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