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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돌봄 :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리다

장민선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2024 겨울호

2023년 발표된 장래인구추계(2022~2072)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그 속도는 매우 빨라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40%를 고령 인구가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고령화는 소득보장, 의료보장, 돌봄보장과 같은 사회보장의 이슈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연금 개혁,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돌봄 이슈의 중요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노쇠나 노인성 질환에 따른 장애나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중증화되면서 복합적 욕구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부합하는 의료·요양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체계 확보와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의료·요양·돌봄 분야의 각종 서비스는 별개의 제도로 분절적·파편적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개인별 복합적 욕구에 따른 서비스 연계나 통합적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공급자 중심, 시설 중심의 서비스 제공 체계에서 이용자의 자기결정권 등의 보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가족구조 변화, 노인 1인가구 증가 등으로 돌볼 가족이 없어서 치료가 불필요한 상황임에도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 이 증가하는 것도 의료비 부담, 보험 재정 악화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용자 욕구와 결정에 따르고 필요한 서비스가 연계 또는 통합적으로 제공되고 가족의 부양 및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정부부터 추진되어 온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던 곳에서 주거, 의료, 요양, 돌봄 등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 또는 통합하여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로,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이에 따라 통합돌봄 선도사업(’19~’22)이 실시되었고, 이번 정부에서도 국정과제(‘커뮤니티 케어 실현을 위한 지역 의료·돌봄 연계체계 구축’)로 제시되면서 노인 대상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23~’25)이 시행되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도입 논의와 시범사업 추진

2024년 3월 국회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돌봄 연계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법은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연계·조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에 따라 통합지원이 필요한 자 또는 그 가족이 거주지에 신청하거나 해당 지자체가 발굴한 자에 대해 의료적 필요도와 요양·돌봄 필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정하여 개인별로 수립된 지원 계획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 지역에는 통합지원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하고 전담조직의 설치(의무사항은 아님)와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그리고 다직종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역 케어회의 운영 등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3월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돌봄통합지원 체계를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지역 간에 서비스 인프라와 인력, 재정 등의 불균형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보건의료·장기요양·일상생활 돌봄 등 분야의 다직종 인력과 제공기관 간 협업과 연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 등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전달체계와 인프라를 조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 돌봄통합지원을 위한 재정 확보, 돌봄 노동자 처우나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법 등 관련 법제도의 변화와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 사회 중심의 돌봄 통합지원체계 추진 경과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로서의 돌봄통합지원법

돌봄통합지원법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이용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통합적 서비스 제공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는 초고령사회의 돌봄 보장을 위한 첫단계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지역 중심의 보건 의료 등 서비스 인프라를 조성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기관 간 연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산적한 과제가 많기에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이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나이듦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순간을 맞이하며, 누군가의 돌봄을 받음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돌봄 환경과 사회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의 제정이 우리 사회에서 돌봄의 가치와 의미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고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의 정착을 위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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