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지방주도 균형발전, 반드시 가야 할 미래의 길
지난 50년 넘게 시도해 온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개발억제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모든 정권에서 일관되게 추진했지만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거나 노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에 대한 무모한 도전을 무의미하게 반복해 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불균형 자체를 시정하기보다 불균형으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얻는 이득을 지방 거주민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다. 즉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나눠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
이러한 논지로 현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은 언제든 틈만 있으면 등장한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국가의 불균형 발전전략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수도권 중심 논리가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자유구역의 확대를 주장하는 수도권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점도 그 일환이다.
반분권·불균형성장전략 선호 세력들의 일방적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지방시대를 이끌고 있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를 비롯 4+10 중점 이행과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방이 체감하는 성과를 아직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민생토론회가 중단되는 등 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해소를 비롯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1980년대 초부터 마련된 수도권정비법,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한 수도권 억제정책과 함께 세종시를 비롯한 기업, 혁신도시 건설을 계획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법과 정책이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문제해결은 커녕 그 폐해와 격차는 더 벌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전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50.8%, 지역내총생산(GRDP)의 52.8%, 취업자의 50.6%가 집중됐다. 매년 2030세대 10만 명 가까이 수도권을 향해서 떠나고 있다. 지방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118곳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이 중 비수도권의 자치단체가 90%를 넘는다. 그 결과, 수도권에 인적 자원은 물론 금융과 각종 정보가 몰리고 일자리와 경제가 집중되어 다시 인구가 증가하는 불균형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외 여건상 위기로 치닫는 경제문제를 빌미로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수도권 신·증설 허용,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으로 신규 공급물량 규제완화 등이 현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의 공식적인 조율없이결정되고 있어 지방에서 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상호소통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정책들은 국민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가지 못함으로써 정책이 신뢰받지 못한다.
지역 균형정책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진정성과 소통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별개로 운영됨으로써 지방주도 균형발전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상호연계를 통해 실효성을 강화하는 한편,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통합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중앙주도 균형발전 문제를 시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역균형정책이 아무리 급해도 졸속으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진정성과 소통이다. 역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대부분의 정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정책 자체의 문제이거나 정책디자인의 부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정책과 유일·최선의 정책 디자인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상호소통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국민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가지 못함으로써 정책이 신뢰받지 못한다. 아무리 이상적이고 불가피한 정책이라도 국민들이 불신하면 그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 매 선거기간 동안 내세운 공약들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주민과 전문가는 물론 야당과의 소통 그리고 주민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정책의 성공조건을 충족해야 정책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것이다. 따라서 매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지역균형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국민과 상호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균형발전의 길, 반드시 가야 할 길
요약컨대 지역마다 첨예한 갈등이 내포되어 있는 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의 길은 어렵고 지난한 길이다. 열정과 구호만으로 국민과 지역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저출산의 지방소멸시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글로벌 경제위기시대 그리고 점점 심화되고 있는 지역불균형시대를 맞아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혼돈과 위기 속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이 현장과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을 적시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길은 힘들어도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 길만이 지역 간·세대 간·계층 간·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는 길이요,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육동일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2025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