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AI 대전환 시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제언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글로벌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담대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는 단지 기술 분야의 도약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와 사회 전반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앞으로 AI 중심의 국가 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다. 21세기 중반을 향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AI 대전환은 모든 산업과 일상에 영향을 미치며, 기술혁신만으로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과제를 냉정히 직시하고, 기술과 사회의 균형 발전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AI 대전환기를 맞아 강한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전략적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인구절벽 과제 해결] AI로 무장한 ‘일당백 인재’가 답이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구조적 위기는 바로 ‘인구절벽 시대의 생존’이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며, 정부조차 2075년 목표를 1.01명으로 설정할 만큼 반등 가능성은 낮다. 미래 경제 주역인 Z세대의 비율도 12%에 불과해 세계 평균(3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인구구조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 외엔 방법이 없다. 즉, AI로 무장한 ‘일당백 인재’가 핵심이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인재 역량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제 정부는 전 부처가 참여하는 ‘AI 생산성 대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이는 교육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모든 부처가 국민 전체의 AI 역량 강화에 몰입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 과정을 AI 활용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융합형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교에서는 전 학과에 AI 활용 역량을 필수화하고,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 특히 ‘AI 일당백 장학금’과 같은 성과 기반 보상 제도로 청년층의 도전과 몰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생산 현장의 40~60대 인력도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재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제조업·서비스업·농어업등 산업별로 AI 도구를 쉽게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존 인력의 경험에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과 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부, 고용노동부 등 AI 관련 핵심 부처들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 생산성 혁신본부’를 설립해 예산과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글로벌 AI 3대 강국 달성] ‘사회 전반의 혁신수용성’이 답이다.
지금까지 AI 관련 법·제도 정비, 공공데이터 개방, 인공지능 윤리기준 마련 등 정부의 선제적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민간 분야에서의 AI 비즈니스 창출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기반은 갖춰졌지만, 그 위를 빠르게 달리는 글로벌 수준의 기업과 스타트업은 드물다. 이는 정부 정책과 인프라가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AI 3대 강국’은 단순한 순위 경쟁이 아니다. AI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용력 있는 사회’로 도약해야 한다. 자금과 인프라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의 혁신 수용성’을 높이는 구조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혁신 수용성(innovation receptivity)’이란 새로운 기술이나 변화를 얼마나 빠르고 폭넓게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수용성이 낮은 사회는 아무리 정책과 인프라가 뛰어나도 과거 방식에 머물러 변화를 외면하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기술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문화·제도·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사회적 수용성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공공 부문은 변화의 주체로서 스스로 혁신을 실험하는 장이 되어야 하며, 민간 부문에는 AI를 보다 폭넓게 통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중소기업에는 수용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AI 기술 그 자체를 넘어서 혁신을 수용하는 사회, 이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질적 조건이다.
[AI 미래 위협의 제거] ‘숙의 민주주의’가 답이다.
AI 기술은 우리 사회에 의료·교육·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윤리적 딜레마, 고용 불안, 사회적 불평등,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현실적 문제와 잠재적 위험이 공존한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인간의 고유 영역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진보의 속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안전장치와 윤리적 합의를 함께 구축하는 일이다. AI 위험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그 영향은 사회적 약자·청년·노년층·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에 더 깊이 미칠 수 있다. 따라서 AI 위험 관리는 정부나 전문가 집단만이 아닌 시민사회의 공감과 참여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일방적 규제나 단기 대응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AI 위험관리 거버넌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첫째, 다양한 시민·학계·산업계·기술 비전문가가 함께 숙의하는 ‘국민 참여형 AI 윤리 포럼’을 운영해야한다. 둘째,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체감한 AI 위험을 누구나 제안할 수 있는 ‘AI 위험 국민 아이디어 공모제’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약자와 청년층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책 설계 초기부터 소외계층과 미래세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숙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의견은 단순한 여론을 넘어 사회적 합의 기반의 AI 윤리기준으로 제도화되어야 하며, 이것이 AI 기술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신뢰를 뒷받침하는 핵심 토대가 될 것이다
기술이 아닌 사회가 AI 강국을 만든다
AI 대전환 시대의 진정한 국가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을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폭넓게 그리고 책임 있게 수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일당백 인재’ 양성을 통한 생산성 혁신, 사회 전반의 혁신 수용성 제고, 시민이 참여하는 윤리적 AI 거버넌스 구축—이 세 가지는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술과 사회의 균형 전략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가장 바람직한 길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경상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2025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