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생각  

갑진(甲辰) 새해, 값진 한 해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2023 겨울호

저는 주말이면 늘 인왕산을 오릅니다. 주말 인왕산행은 10년을 훌쩍 넘긴, 일종의 습관입니다. 거의 같은 시간과 코스,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와 떡을 먹으며, 같은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니 습관이라 말해도 될 듯합니다. 연말연초 서울엔 수십 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덕분에 인왕산 풍경은 ‘설경’을 넘어 ‘절경’이 되었습니다. 분명 같은 곳인데 전혀 다른 곳이 되었습니다. 1월 1일엔 ‘갑진(甲辰) 새해’의 일출까지 더해졌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해가 ‘값진 한 해’가 되길 소망했고, 다짐했습니다.

2024년 올해는 ‘연구회 체제’ 출범 25주년이 되는 해이고, 3월 15일이 생일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만 스물다섯 살 어엿한 성인인 셈입니다. “잘 자라줘서 고맙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는 축하와 응원의 생일상을 받을 법한 나이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고 마음이 그러질 못합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에 대한 논란과 반발은 그나마 관심을 모았고 일부 복구되었지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예산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국회 마지막 날까지 노력했고, 행여 기대도 했지만 말 그대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습니다. 결과도 힘들었고 과정은 더 힘들었습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구회는 그동안 대전환기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중장기 국가전략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정책지식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허브 역할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99년 연구회 체제”에 대한 성찰, 변화와 혁신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미래정책 포커스』가 재작년 연속기획으로 게재했던 「세계의 소프트파워」,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와 작년에 연재한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는 그 일환이었습니다. ‘한 일’도 많았지만 ‘할 일’ 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지금까지’보다 ‘지금부터’ 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번 호 연속기획은 ‘지금부터 할 일’들을 점검해본 것입니다.

올 3월로 3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정해구 이사장님도 인터뷰를 통해 생각과 소회를 담담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발전이 마지막 ‘8부 능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도 없이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갈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국책연구기관과 연구회의 역할은 새로워지고 역량은 커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을 나타내셨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사회학자이신 임현진 교수님은 칼럼에서 ‘혼란스러운 세계’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창발적 비전’을 가질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두 분의 말과 글은 스물다섯 살 ‘연구회 체제’가 그간 부족했던 것, 앞으로 더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설명과 격려가 되었습니다.

2025년 내년은 경제사회연구회와 인문사회연구회가 통합되어 지금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출범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생일은 7월 1일입니다. ‘연구회 체제’ 스물다섯 생일의 아쉬움 대신, 희망과 축하로 가득한 ‘연구회’ 스무 살 생일을 기대해 봅니다. ‘갑진 새해’를 ‘값진 한 해’로 만들어 낸다면 얼마든지 ‘멋진 내년’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다짐과 함께 독자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작년 한 해 정말 고마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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