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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박수영 국회의원 인터뷰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미래정책 포커스] 박수영 국회의원 인터뷰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주요내용


 

박수영 국회의원

21대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국민의힘(부산 남구갑))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

경기도 행정1부 지사

미 버지니아폴리테크닉 주립대 행정학 박사



국가위기 반성에서 시작된 연구회 체제

미래 국가비전 제시해 나가야

 

연구회 체제의 설립은 변화의 종착점이 아닌, 커다란 변혁을 향한 도전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뒤편에는 새로운 설계를 치열하게 고민한 기획자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당시 정부부처 공무원으로서 1999년 연구회 체제 설립에 기여한 기획자 중 한 명인 박수영 국회의원을 만났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수영 의원은 연구회 체제로 개편할 당시 기획 예산위원회 담당 과장으로서 연구회 체제 설계와 법령, 인선 등 행정 실무에 깊숙이 참여한 바 있다. 이후에는 지자체, 민간 싱크탱크 등에서 일하며 국가의 다양한 공공영역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왔다. 행정학 박사로서 학문적 시각도 갖춘 박수영 의원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소개한다. 어느 한 영역에 오래 몸담지 못했다는 겸손의 표현이지만, 그만큼 넓은 시각과 선입견 없는 사고로 세상을 바라봐왔음을 의미하는 호칭일 것이다. 국가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정책연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에도 애정 어린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IMF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반성에서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국책연구기관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중장기 비전을 담은 국가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인터뷰는 2021128()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박수영 의원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실시되었다.


국가 위기에 대한 반성에서 연구회 체제 개편 논의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공무원 재직 초창기에 한국행정연구원의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시고, 실제 연구원 설립에 기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설립 취지와 배경, 설립 과정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수영 의원(이하 박수영)

사무관으로 처음 임용된 후 아시안게임조직 위원회,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파견을 다녀와 총무처 행정조사 연구실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행정조사연구실은 공무원을 주축으로 한 체제여서 한계가 많았다. 국가 전체의 그림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한 실정이었다. 고시 출신 공무원 몇 명 되지도 않는 형편의 행정조사연구실로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설계할 수 없으니 국가정책연구원이 필요하다고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아이디어를 청와대까지 보고한 후 연구원이 만들어지는 데 2년 정도 걸렸다. 한국행정연구원 설립 계획이라는 보고서는 제가 만들었는데, 이후 저는 인사기획과로 이동했지만 후임자가 설립 관련 법을 만들어 한국행정연구원이 설립되었다.


홍일표

이후 기획예산위원회에서 연구회 체제 설립을 기획하고 담당하셨는데, 당시 가졌던 문제의식과 고민, 즉 연구회 체제 설립의 필요성은 무엇이었는가?

 

박수영

연구회 체제 설립은 IMF 외환위기와 관련이 있다. 김영삼 정부 막바지에 IMF 외환위기가 터져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 기획예산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진념 기획예산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으니 도와달라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다. 그래서 총무처 소속이었다가 기획예산위원회로 옮겼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급한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했는데, 그중에는 행정개혁과 관련한 숙제도 잔뜩 있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행정개혁위원회를 조직하고 관련 규정도 만들었는데, 행정개혁위원회의 첫 번째 안건이 연구회 체제로의 개편이었다. 당시 간사인 담당 과장으로 일하며 여러 인사와 진념 위원장, 청와대와 논의해보니 어떤 경제연구소도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심지어 IMF 외환위기 발생 두 달 전 KDI는 거시지표에 아무 문제가 없고 정권이 잘 마무리되어 한국 경제가 도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했다. 두 달 뒤 IMF 외환위기 발생에 대해 굉장히 큰 반성을 했고 집중토론을 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당시 경제기획원 밑에 경제연구원이 있다 보니 경제기획원이 원하는 대로만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즉 연구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KDI 연구자들을 만나보니 내부에서는 위기 징후를 감지한 고 이를 경고하는 연구를 했는데, 외부로 출판을 못하게 해 경고 의견이 막힌 상황에서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런 사태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국책연구기관의 체제 개편이 중요한 개혁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당시 개혁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다. 정부부처 규모를 줄여야 하고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다. 이 같은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개혁이 좌초되면 이후의 개혁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공무원 감원이나 공기업 축소 같은 저항이 클 수 있는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저항이 작고 효과가 큰 국책연구기관 체제 개편이 첫 번째 안건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당시 초대 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김인수 고려대 교수였다. 김인수 교수는 과학기술경영의 전문가로, 과기부 산하에서 과학기술계 연구원들을 떼어내 과학기술연구회 같은 연구회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처럼 마침 김인수 교수가 연구회 체제를 도입하자고 하니, 그렇다면 경제나 인문 분야 연구기관들도 연구회 체제로 개편하자 해서 19995개 연구회 체제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저는 연구회 설립에 법령 작업, 인선 작업을 수행하며 깊이 관여했다.

 

거시적 전략 연구 통한 미래 국가비전 제시

 

홍일표

의원님은 다양한 공직 생활을 하셨고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로 일하시는 등 공직과 민간에서 폭 넓은 경험을 쌓으신 것으로 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춰 국책연구기관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셨는가?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로 일하며 우리나라 민간 싱크탱크들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민간 싱크탱크에 대한 기부도 적고, 운영도 구멍가게식인 경우가 많다.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수많은 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이에 비하면 국책연구기관들은 국가에서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커다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같은 민간 싱크탱크가 없다. 민간 싱크탱크 영역이 성숙되지 못하고 작동을 못하니 국책연구기관들이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영미권에서 쓰는 ‘Old habits die hard’, 오래된 습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국책연구기관들이 정치권을 의식해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모습이 여전해 보인다. 연구의 자율성, 독자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

 

홍일표

지금은 정무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연구회 체제 설립의 취지에 비춰 지금의 연구회 체제와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제언을 부탁드린다.

 

박수영

과거에는 경제기획원이라는 조직에서 국가의 10·20년 뒤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서를 냈는데, 이후 국가가 커졌으니 그런 역할이 필요 없다고 조직을 없앴다. 정부에 이런 조직이 없더라도 국책연구기관에는 국가전략원 같은 조직이 있어 미래의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만 봐도 현안에 허덕이느라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큰 그림을 그려줘야 먼 앞을 내다볼 수 있지, 그러지 않으면 안갯속에서 핸드폰으로 발밑만 비추며 걸어가기 급급할 뿐이다.

기존의 국책연구기관을 개편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조직이나 기관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연구자 중에는 미시적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거시적 전략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시적 전략 연구를 좋아하는 연구자를 모아 조직이나 기관을 만들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끌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일이 시작되면 관심 있는 연구자들도 점차 참여하게 된다. 각 연구기관에서 하는 연구는 너무 세부적이니 크게 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전미경제연구소)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NBER에서 엄청나게 좋은 보고서가 많이 나온다. NBER에는 자체 연구자가 많지 않은 대신 전 세계에서 각 분야 최고 전문가에게 팀을 꾸려 1~2년 내 보고서를 내달라는 연구용역을 낸다. 연구 중간 발표회 때 연구자가 발표하면 이에 대해 다른 연구자들과 전문가들의 생산적인 코멘트가 많이 나온다. 그러면 연구자는 만족해서 돌아가 더 열심히 연구한다. 국책연구기관도 연구원 내 연구자들에게만 연구를 하도록 하지 말고, 일정한 예산을 확보해 학계나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 세계 최고의 전문가에게 연구를 맡기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연구의 핵심 부분만 요약해 널리 확산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새로운 이슈에 관한 내용을 트위터로 보낸다. 우리 국책연구기관들도 관심 있는 분들에게 짧게 핵심만 담아 트위터 문장 정도라도 이슈를 정리해 매일 아침 보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들은 연구보고서나 관련 내용을 찾아볼 것이다. 다들 너무 바빠 책 한 권 볼 시간이 없는 세상인데, 이렇게 해주면 더 많은 이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자율성 측면에서 정권과 지나치게 가까운 인사가 기관장을 맡는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책연구기관과 협업 통해 초당적 어젠다 공동 모색

 

홍일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수행에 있어 국가전략을 긴 호흡으로 깊이 있게 연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실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두 가지 제언을 해주셨다. 귀중한 제언이 현실화되도록 내부적으로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자의 역량을 모아 국가전략을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국책연구기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신 것으로 안다. 어제(2021127) 한국행정연구원과 우리나라 대선공약과 국정 과제 형성, 이대로 좋은가라 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신 것으로 안다. 그 취지 와 내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박수영

국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여당과 야당 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의원과 초당적인 어젠다를 함께 제안해보자는 기획을 하게 됐다. 어젠다 내용에까지 합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어젠다에 우리가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 행정연구원과 공동 세미나를 시리 주로 개최하게 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국정 과제였고, 앞으로 정부 조직 개편, 탄소중립 순으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정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정부 출범 때마다 100대 국정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는데, 그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세미나를 통해 내린 결론은 국정 과제 중 3~5개만 청와대가 집중해서 챙기고 나머지 과제들은 담당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북핵 문제 같은 중차대한 사항만 청와대가 챙기고, 초기에는 3개 정도로 시작해 5개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제안은 당이 서로 다르더라도 반대할 내용이 없을 것이다.

 

홍일표

오늘 의원님의 말씀과 제언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의 설립 의의를 되새기고,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싱크탱크로 거듭나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나아갈 변화의 길에 의원님께서 응원군이 되어 주시기를 희망한다. 귀중한 시간을 내 참여해주신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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