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 ② 싱크탱크와 지역 협업
더보기-
연속기획
‘지방시대’, 지역소멸 막는 균형발전 해법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비수도권에 사는 국민 절반이 거주지역소멸을 우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1일(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지역경제 현황 및 전망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49.4%는 거주지역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소멸한다고 본 응답자의 64.0%는 20년 이내 사라진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4월 4일(화) 세종 시대의 막을 올렸다. 지역균형발전의 구심점을 마련함으로써 지방시대 완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지방시대’의 비전과 주요 지역균형발전 정책 방향을 짚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2023년 4월 12일(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세종사무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가 서울을 떠나 세종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균형위가 세종시로 옮겨 온 것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데, 사무실 이전의 이유와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하 우동기) 일단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를 위한 통합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균형위가 먼저 이전해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지방시대’ 정책의 의미를 국민에게 보일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균형위가 출범한 이래 20년 만에 서울을 떠나 세종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종시에 위치한 유관 부처들과 실시간으로 긴밀한 정책 협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위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하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국토 공간의 정의, 지방분권이라는 중앙권력의 공정을 바탕으로 지역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나가려 한다. 홍일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이러한 국정 목표와 과제들이 과거 정부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들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보다 중점을 둬야 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우동기 우리나라의 균형발전 정책은 여러 정권을 거치며 수도권 규제 행정구역 통합,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어져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지식과 정보의 수도권 집중, 공간 분업형 산업 생산체계 등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정책이 중앙집권적 형태로 추진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반면 지방 소멸은 가속화하는 실정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해 지방정부가 주도적인 역량을 갖지 못하고 모든 것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민첩한 정부를 강조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작고 강하고 민첩한 정부로 가고,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은 지방정부에 맡겨보자는 취지다. 그런 점에서 지방정부는 큰 정부로 갈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에 대해 경제적 논리와 효율성 측면으로 접근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문제를 자유와 공정이라는 가치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을 갖는다. 이는 지방 참여라는 용어를 없애고 차별적 접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국정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홍일표 기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담당하던 기구들을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들 예정이었는데,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아울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자칫 충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비춰본다면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해 보이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들려달라. 우동기 정부는 「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정부 입법으로 마련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 후 지난 3월 22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됐다. 다만 3월 27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조문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어 처리되지 않고, 현재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양 대 축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지방정부의 위상을 살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등 지역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여론의 강력한 열망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국회에서도 이 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니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홍일표 위원장님은 평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앙은 민첩하고 작은 정부로, 지방은 권한을 키워 큰 정부로 만들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권한 이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지방정부를 포함한 지역 스스로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해질 듯한데, 지방정부의 관점에서 지방시대의 의미와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우동기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이 중앙정부에 부속된 단체라는 제한된 자치권을 강조하고 있다면, 지방정부는 지방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주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지역 간 불균형 발전 등 지방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온 중앙정부 주도의 방식이 사실상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지방의 현실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지방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균형위는 우리 국민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공정, 자율, 희망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3대 핵심 전략을 관계 부처와 함께 적극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선 지방시대에 걸맞은 공정한 기회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진정한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 시대를 만들어나가려 한다. 이를 위해 국가-지방 간 기능 조정,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확대를 통한 지자체 재정 확충 등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특구 내 학교 규제를 완화하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교육자유특구 및 지방대학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기업 이전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는 기회발전특구를 비롯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 지역 맞춤형 창업·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자율적인 혁신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지방 소멸 위기에서 지역 스스로 고유한 특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앞으로 균형발전 정책은 지방이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의 상향식 체계로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이며, 지방 역시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왼쪽),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오른쪽) 홍일표 오랫동안 영남대학교 교수와 총장, 대구카톨릭대학교 총장, 대구시 교육감 등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만큼 이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갈수록 지역소멸과 지역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님이 보는 지역의 현실은 과연 어떤지 궁금하다. 우동기 그동안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와 수도권 일극 체제는 오히려 심화됐다. 전 국토 면적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을 만큼 양극화가 심한데, 이는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청년층의 수도권 대이동이라는 3중고 속에 지역은 소멸 위기라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의 인구 감소는 의료·교육 등의 수요 부족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정주 여건 악화를 초래하고 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이는 곧 지역 내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을 가져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과 전례 없는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부작용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홍일표 지역의 정책 역량 강화, 지역 정책 생태계의 활성화 측면에서 국책연구기관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즉 국책연구기관이 중앙 차원의 정책 제안, 중앙의 시각에 기반한 정책연구를 넘어 지역과 함께 하는 정책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위원장님은 현재 지역의 정책역량 수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우동기 갈수록 행정 환경이 급변하고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인 지방정부, 지방의회, 주민의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지방자치 시행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치분권과 관련 제도들이 개선되고 지방정부의 정책역량도 성숙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국세에 편중된 재정 구조상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기획·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 정부는 지방정부를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는 지방시대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자치조직권·인사권 확대 등을 통해 지방정부가 다양한 행정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역 언론기관이나 사회단체 등에서도 지방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홍일표 지역의 부족한 정책 역량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국책연구기관의 정책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책연구기관과 지역 간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제언 부탁드린다. 우동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연구회 소관 국책연구기관 간의 협업 강화 차원에서 협동연구 과제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책연구기관과 지역 간 협업을 강화하려면 우선 균형발전 관련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국책연구원과 시·도연구원이 협동연구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역의 낙후도 정도를 측정하는 지방소멸지수 개발연구의 경우 국책연구원과 각 시·도가 협동연구 과제를 통해 지역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구축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 외에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간 파견이나 교육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인사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처럼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원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홍일표 개별 국책연구기관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차원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연구회는 그동안 균형발전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회에 제안할 만한 연구 주제나 연구 방식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우동기 지방정부의 기능 강화를 위해 지방분권형 국가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발전의 핵심 프로젝트인 교육자유특구와 기회발전특구의 경우 다양한 부처의 정책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보다 폭넓은 시각을 반영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정책연구 싱크탱크가 모여 있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이러한 범부처 대응이 필요한 정책 과제를 두고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를 추진해준다면 좀 더 의미 있는 내용이 도출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자치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자치분권에 대한 과제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회가 역할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이전에는 개별 부처에 소속돼 있다가 현 연구회 체제로 전환해 독립성을 확보한 이후 정책연구 결과물의 활용이나 유용성 면에서 존재감이 약해진 측면이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정부의 정치 이념적 성향을 떠나 정부의 국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산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피사체’가 아닌 ‘발광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국책연구기관들이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국가 생존력 제고를 위해 좀 더 민첩하게 중장기 국가 전략 수립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연구회가 힘써주기를 기대한다. 홍일표 지난해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10주년을 맞이한 데 이어 내년에는 연구회 체제 출범 25주년과 국책연구기관들의 세종시 이전 10주년을 맞게 된다. 비수도권의 생존전략 측면에서 보자면 세종-대전-충청권의 지적 자원과 역량은 주목할 만하다고 보는데, 비수도권 지역들의 발전전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고견을 부탁드린다. 우동기 지역별 발전전략은 기존의 지역이 확보하고 있는 혁신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충청권은 대덕연구단지, 국책연구기관 등 지역발전을 위한 혁신 생태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들도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역발전 역량을 확보해나간다는 방향성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세부 전략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충청권과 같이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 집적화가 이뤄지지 못한 지역의 경우에는 지역의 다양한 특성화 대학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자유특구의 실질적인 구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균형위 내부적으로도 지방대학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향후 위원회가 제안한 여러 정책과 지자체의 발전전략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홍일표 오늘 위원장님의 제언을 들으며 자치분권을 통한 균형발전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들이 보다 실효성 있는 균형발전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인터뷰>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
연속기획
지방시대의 싱크탱크가 마주한 개혁 과제
국가행정이나 지방행정은 다양한 요소와 시각이 어우러지면서 융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복잡한 환경에서 공공조직이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높은 성과를 이루려면 기관 간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공분야의 싱크탱크도 마찬가지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자치분권, 지방행정혁신, 지방재정경제, 지역균형발전 등 각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들은 각자 전문성을 고려하면서도, 기관 내외부의 다른 분야 연구진 간 횡적 협업을 통해 현장감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힘쏟고 있다. 이 외에도 지방소멸, 기회발전특구 등 지역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중앙부처 산하 연구원들과의 협업 필요성 또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방시대’를 천명하면서 지역 중심의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시대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출연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과기연) 소관 연구기관과 지방연구기관의 상호작용 체계와 역할에도 혁신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정책 파트너로서 지방 싱크탱크를 육성해야 지방시대를 맞아 출연연구기관의 정책 파트너로서 지방 싱크탱크 육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경사연, 과기연 등과 함께 새로운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되어 지방시대위원회의 운영이 궤도에 오르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필요한 점과도 맞물려 있다. 지방 싱크탱크들을 육성하고 지방연구기관-중앙연구기관 간, 그리고 지방연구기관-중앙 부처와의 협업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시도연구원협의회를 뒷받침할 사무기구를 상설화해야 한다. 「정부출연기관법」과 「과기출연기관법」에 따라 상설 사무기구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운영되고 있다. 양 연구회는 상설 사무기구 설립의 법적 근거가 명확히 마련되어 있어 연구 품질 제고는 물론 연구원 간 협력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체계는 매우 미약하다. 「지방연구원법」에 근거한 시도연구원협의회가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협의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설 사무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협의회 회칙에 의해 각 연구원의 기존 조직에서 순환제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연구원협의회의 회장은 시도연구원 원장들이 1년 단위로 돌아가면서 맡고 있으며, 회장이 속한 연구원에서 1년간 사무소의 실무역할을 담당한다. 새로운 사업 발굴과 중장기적 사업 구상이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지방연구원법」에 시도연구원협의회를 지원할 수 있는 상설 사무기구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 사무기구가 간사 역할을 맡도록 개선해야 한다. 정책 반영을 위한 정례화된 소통 채널 마련 중앙 부처가 계획하는 지역 관련 사업 수행을 위한 출연연구기관과 지방연구기관 간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책연구원이 국가정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방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나 공동 포럼, 세미나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방소멸 이슈의 경우 국책연구원에서 수행하는 개별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지방연구기관들과 함께 공동 토론 등을 기울일 때 독자적 연구에서 살피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고 정책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 지방연구 결과를 중앙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정례화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즉 지방연구기관, 국책연구기관, 중앙 부처 간 소통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자체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중에는 중앙 부처의 법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중앙 부처와 논의할 사항이 많음에도 현재 중앙 부처 주도로 지방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를 경청하고 토론하는 기회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연구와 정책 간 연결고리가 미약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혹은 국정과제위원회(지방시대위원회 등) 주관으로 연 1~2회 관계 부처와 경사연-과기연-시도연구원 간의 정례적 협의회를 개최함으로써 지방연구와 정부 정책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정책 개선에 크게 기여한 우수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부 포상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지방행정 디지털 집행전’을 만들자 매년 지방 관련 각종 연구자료와 통계자료 등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 부분적으로 지방 연구보고서·지방 통계자료 및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군데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없다. 지방 자료 관련 통합 플랫폼이 미흡하다. 중앙부처, 중앙부처와 지자체 산하 연구원들이 보유한 지방 관련 연구 결과와 지방 관련 데이터 등을 종합하여 지방시대에 걸맞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寶庫)인 가칭 ‘지방행정 디지털 집행전’을 만들면 어떨까. 정부 산하 연구원 혹은 지자체 연구원의 지방 연구보고서, 각 지자체의 행정 우수사례, 지방 관련 통계 DB, 학회의 학술행사에서 발표된 학술자료 등을 축적해야 한다. 통합 플랫폼을 통해 빅데이터를 통한 분석을 가능케 하고 그래픽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토론회나 일반 국민 대상 빅데이터 경진대회를 통해 지역 활성화 관련 아이디어를 모을 수도 있다. 제대로 구축·운영하면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닐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 연구 결과와 지방 통계자료 등을 통합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신설 지방시대위원회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된다는 점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NABIS)을 확대함으로써 이러한 취지에 맞게 전면 개편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새로운 혁신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싱크탱크의 개혁을 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더욱 나아지는 새로운 지방시대를 여는 풍성한 결실을 기대해본다.
김일재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
연속기획
지역 과제 대응 위한 日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교육과 연구
정책연구대학원대학(National Graduate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이하 GRIPS)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부가 없고 대학원의 교육과정만 운영하는 일본 국립대학이다. 1997년 10월에 설립되어 작년에 25주년을 맞이한 곳으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연구하며 주로 정부나 공공 부문에 근무하는 행정관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학생 수는 363명이며, 그중 유학생은 전체의 61%(222명)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출신 지역은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56개국에 이른다. 한편 교원들 역시 전임 교원의 4명 중 1명 이상이 행정 실무 경험이 있으며,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했고, 4분의 1 가까이가 외국인 교원이라는 점 등이 특징적이다. 세계적인 정책 전문가 양성을 위해 GRIPS는 1997년 설립되었지만, 그 전신은 1977년에 건립된 사이타마(埼玉)대학교 대학원의 정책과학연구과(Graduate School of Policy Studies, GSPS)다. GSPS는 학부 단계의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이른바 ‘독립 대학원’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행정 경험에 기반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진 중견 전문가 직원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이에 독특한 학풍이 형성되어 일본의 정책연구를 이끌어왔다. 45년의 역사를 통해 이곳을 거친 학생들은 총 5,723명에 이르며, 그 네트워크는 120여 개국과 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이처럼 향후 세계 각국의 지도자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이 함께 배워나가는 환경과 졸업생 네트워크의 넓이와 깊이는 이곳만의 특색이자 강점 중 하나다. GRIPS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하나는 미래 지도자가 될 정책 전문가 양성이다. 이를 위해 전문 지식 습득은 물론 풍부한 정책 기획력을 함양함으로써 과연 무엇이 정책 과제인지를 찾아내고 그 해결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구상할 힘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관련하여 학술적인 정책연구를 촉진하는 것이다. 진정한 정책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과제를 응용문제로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나의 전문 분야만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복수의 학문 분야에 걸친 지식과 이해를 토대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세계적인 정책연구·교육 거점의 형성이다. 매년 50여 곳이 넘는 국가와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은 향후 각 나라와 지역의 지도자로서 민주 정치 및 발전과 고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GRIPS의 연구·교육은 국제 수준에 적합한 시스템 및 환경을 확보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유연한 프로그램 운영 GRIPS에서는 새로운 정책 과제에 맞는 다양하고 유연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존 학문 영역의 틀을 뛰어넘는 커리큘럼을 정비해 교육하고 있다. 현재 GRIPS에서는 30개의 프로그램·과정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지역에서의 정책 능력 발전 및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정책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역 정책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향후 훌륭한 제너럴리스트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지방자치단체의 젊은 직원들이다. GRIPS의 다양한 석사과정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지역 정책 과정 역시 1년 과정의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주제에 대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석사논문(정책보고서)을 작성한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정책 전문가로서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 부처의 행정관을 능가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덧붙여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영어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최신 지방행정 이론과 일본의 실무교육을 통해 아시아나 중부 유럽 국가 등에서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지도적이고 중추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School of Local Governance’ 학생 중 대부분은 각 나라에서 내정을 담당하는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앞으로 지방행정 분야의 리더로서 활약이 기대되는 인재들이다.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의 프로젝트 지방공공단체 금융기구와의 연계를 통해 인구 감소 등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지방세 재정의 존재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프로젝트를 2021년도부터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낮은 출생률에 의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본은 인구 감소 국면에 들어간 지 이미 15년이 지났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보장이나 공공 인프라 관리 등의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과제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대해 올바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행정과 재정에 관한 새로운 구상과 식견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공단체 금융기구, GRIPS가 연계하여 조사·연구 및 교육하는 프로젝트를 5개년 계획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적인 면에서는 앞서 말한 지역정책 과정의 과목인 ‘지방재정 특수론’을 총무성과 협력하여 강의하고 있다. 지방세 재정에 관한 최신 지식 및 실례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지방행정과 재정 운영 본연의 방향성에 대해 더 깊은 인식과 실천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고 있다. 또한 조사·연구를 통해서는 지방재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끄는 연구회를 만들어 먼저 지방 재정과 밀접히 관련된 교육과 인적자원 양성 분야를 다루고, 구미 선진국들(스웨덴·덴마크·독일·프랑스·미국)과의 비교 및 심도 깊은 논의와 고찰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도에는 연구성과를 정리하는 동시에 2024년도 이후의 테마를 검토할 계획이다. 디지털 혁신의 진전이나 포스트코로나의 사회경제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이나 행정 서비스 제공을 앞으로도 어떻게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구상 중이다. 또한 지역의 활력을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각 지역의 미래 변화를 전망하면서 여러 과제에 대한 대응을 정확하게 강구해나갈 수 있도록, GRIPS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이나 연구를 더욱 확충·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다카다 히로후미日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부학장
-
연속기획
‘기후위기’라는 탈을 쓰고 찾아온 새 기회
‘지역 지속가능발전과 협력: 지역기반 탄소중립 이행전략’을 주제로 개최된 ‘2022년 제2차 KEI 환경포럼’은 한국환경연구원을 비롯해 전국 14개 모든 지방연구원이 협력하여 진행되었다. KEI 환경포럼은 기후 및 환경정책 현안에 대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관계자와 산학연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대안을 모색하고 공론화하는 대표적인 장이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을 본격 추진해야 하는 시기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녹색성장은 한국환경연구원의 미션이기도 하지만 지역에서도 관심을 갖는 주제로 책임 있는 이행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기후 문제가 단순히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환경정책의 발전과 협력 방향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이행전략 마련 인류 생존과 문명의 문제로 대두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 목표를 수립했다. 이러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건물이나 수송, 자원순환 등 지방정부가 역할과 권한을 가지는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서는 지역이 중심이 되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르고 주요 배출원에 차이가 있는 만큼 국가와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하고, 다른 지역의 좋은 정책 사례(best practice)를 논의하고 해당 지역에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화하는 새로운 정책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기반 탄소중립 이행전략’에서는 탄소중립 국가정책 추진 전략과 新정부 탄소중립·녹색성장 정책 방향을 살펴보고, 대구·서울·전라북도·경기도·제주도·충청북도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계획과 관련 추진사례를 발표하고 주요 이슈를 논의했다. 이를 통해 크게 지역 여건을 고려한 건물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의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더불어 주민 참여와 혁신 모델, 데이터 기반 접근, 지역 중심 패러다임 구축 등 정책 기반 활성화가 제시되었다. 우선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건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총량제를 공공건물에서 민간건물로 확대하며 자율 시행에서 의무화로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건물 에너지 성능인증제도(EPC) 의무화도 제시되었다. 이 밖에 도시 에너지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 산업 분야의 순환경제 활성화, 농어업 분야의 지역 밀착형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정책 기반 활성화를 위해 교통 마일리지, 에너지 자립마을 등 생활과 밀접한 사업 확대를 통해 주민과 탄소중립 편익을 공유하고, 전기차·재생에너지·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통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 사업모델을 발굴·확대하여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태양광 등과 같이 감축시설 용량과 실제 감축량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경우 데이터 관리를 표준화해야 하고, 논물 관리 등과 같이 온실가스 감축 데이터가 없는 경우에는 원 단위 생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지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논했다.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이클레이(ICLEI, 세계지방정부협의회) 등 전 세계 1,136개 도시가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으며 유럽은 2030 탄소중립 100개 도시를, 일본은 2022년에만 46개 탈탄소 선행 지역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과제의 12대 과제 중 하나로 지방이 중심이 되는 탄소중립을 설정했다. 따라서 지역과 지방이 중심이 되어 온실가스 감축을 책임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지방분권, 권한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 지속가능발전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 협력 기반의 탄소중립 정책 생태계 추진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등과 같은 이슈는 과거와 달리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며, 정책 결정 과정도 합리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정책 참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정부뿐 아니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둘러싼 정책 공동체와 정책 생태계의 역할과 미션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는 2050 탄소중립 관련 당면과제 및 해결방안 마련 연구 수행을 위해 NRC 탄소중립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환경연구원과 국토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이 참여하여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 건물 부분 정책, 에너지전환 기술개발, 석탄화력발전과 노동시장 영향 등 정책 현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감축 부문별로 주요 수단을 발굴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했지만, 지역 단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부족하다. 또한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감축 수단과 정책을 상호 중첩하거나 연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추가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탄소중립을 위한 부문별 접근과 지역적 접근이 서로 상호보완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지역과 지방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책임 있는 주체이자 정책 공동체로 보아야 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NRC 탄소중립연구단과 함께 탄소중립 지역연구단을 설치하여 탄소중립을 위한 부분별·지역별 접근을 연계한다면 더욱 실효성 있고 지역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책 대안과 이행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 생태계에 지방연구원을 포함할 수 있도록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박창석한국환경연구원 환경계획연구실장
-
연속기획
지역 상생 위한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연구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2022년 4월 법률 개정에 따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도 지방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인구 100만 이상이던 기준이 인구 50만으로 완화되어 지방연구원 설립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 자체적인 지방연구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목적은 지역 싱크탱크를 운영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다. 지방연구원은 각각 전문 분야에 집중하여 설립된 국책연구기관과 달리 경제·산업·도시계획·문화·복지·환경 등 지역의 모든 분야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연구원의 한 연구자가 담당하는 연구 범위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넓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관련되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도 있지만, 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점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연구원은 해당 지역의 이슈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대한 데이터가 집적되어 있다. 각 지역의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분석 등은 지방연구원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지방연구원 간의 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방연구원에서는 주요 정책 추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는 측면에서,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새로운 우수사례 발굴 및 지역 정책의 가능성 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의 협업은 필수다. 전문 분야 중심의 네트워킹 구축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책연구기관과 지역 연구자들과의 관계망이다. 전문 분야별로 공동 워크숍, 협업 연구 등을 추진하면서 네트워킹을 형성한다. 보통 자문이나 공동연구 등의 방식으로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이 협업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킹은 연구자 개인 차원을 넘어 지방연구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관련 연구의 폭넓은 정보 교류를 통해 정책의 방향성과 다양한 지역의 사례를 접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방연구원 입장에서는 국책연구기관뿐 아니라 다른 지방의 연구원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기회가 된다. 이 네트워킹이 형성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자의 개인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 그리고 국책연구기관에서 각 지방연구원에 공문을 발송해 지방연구원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경우다. 역시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이미 네트워킹이 있는 경우, 상호 친밀도가 있다 보니 서로의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연구 진행이 무난하다. 반면 신입 연구자 등 새로운 네트워크가 제한적으로 형성 된다. 이 경우 해당 연구자가 퇴사하게 되면 네트워킹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방연구원의 연구자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과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협업하는 것을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한데, 이는 지방연구원에서 기존의 연구자 1인과 더불어 신규 연구자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지속해서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식이다.충청권 메가시티 대응 및 상생 방안 종합토론 지역의 현안과 미래를 고민하는 국가정책 연구 기초과학 연구를 비롯한 국가 차원의 정책(산업, 경제, 복지, 보건 등)은 국책연구기관에서 진행한다. 이때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지방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지역 이슈에 대한 정책을 발굴할뿐더러 새로운 정책의 적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testbed)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의 주요 정책을 지역에 뿌리내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때 지역의 유형을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현안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해법 역시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원의 협업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역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최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역별 지방연구원의 생생한 현장 경험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지방연구원 역시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해당 지역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를 미리 파악하고, 추진을 위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가의 주요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여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을 분석하고 대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지방연구원의 주된 역할일 것이다. 로컬을 살리는 가교 역할을 기대하며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외 경제 여건과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로 지방 간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기관 및 산업단지 유치, 관광자원 개발, 인구 유입정책 등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책 간 경쟁이 뜨겁다. 그러나 이렇게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쟁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지역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지역 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서로 교류하고 왕래하면서 소위 관계 인구가 늘어나면 지역 경제도 살리고, 지역의 활기를 지속시킬 수 있다. 즉 서로의 장점과 교류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상생하는 것이다. 지역 간 협력에서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은 매우 크다. 지역별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굴하고 이를 엮어줄 정책 개발은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더구나 국책연구기관이야말로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지방을 협력관계로 맺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때 글로컬(glocal)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의 협력이야말로 글로컬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싱크탱크일 것이다.
변혜선충북연구원 공간창조연구부 수석연구위원
-
연속기획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현장 지향적 싱크탱크의 필요성
우문현답은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이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하지만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를 줄여서 쓰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분야별 다양한 국책연구기관이 있고, 지자체(광역, 기초)마다 수많은 정책연구기관을 두고 있다. 연구기관은 저마다의 연구 미션을 가지고 있지만, 연구기관에서 생산하는 연구 결과물들이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얼마나 실천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 즉 ‘우문현답’의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고매한 이론과 논리를 갖춘 연구일지라도 그것이 현장의 구체적인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연구 결과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정책 여건과 실천 주체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는 한낱 탁상공론에 그치거나 연구자의 현학적인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장 상황을 반영한 연구가 되어야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국책연구기관만 해도 26개에 달하며, 연구기관마다 매년 엄청난 연구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중 많은 연구가 ‘맨발로 물 위를 걷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머무는 것이 사실이다. 맨발로 물 위를 걷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왼발이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빨리 옮기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그러한 연구에 기반한 정책 역시 현실 속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은 왜 왼발이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움직이지 않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친다. 연구나 정책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개선책을 찾기보다는 현실의 여건을 책망하는 것이다. 현실에 충실한 연구와 정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실천 주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천 주체의 유무와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활동 주체와 협업하려는 연구자의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정책연구기관 연구자라면 이러한 접근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원 등 연구기관 연구자와 현장 실천 주체 즉,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요구되는 이유다. 시민사회와 전문연구기관과의 협업 방안 마련 2000년 이후, 시민사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발전했다. 사회민주화의 진전과 정보·통신 분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시민사회 자체의 역량도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진영의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영역은 물론 마을만들기와 주민자치 등의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었다. 관련 분야의 개별적인 우수사례 창출은 물론 조직화를 통해 전국적인 연대활동도 활발하게 추진되었다.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나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등의 이해당사자 조직은 물론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 읍면단위 활동가네트워크 등의 조직도 등장하여 활동 중이다. 이러한 연대 조직들은 구체적인 지역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진영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국책연구기관이나 지방연구원이 보다 실천적인 연구 활동이나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민사회 진영과의 적극적 연대활동과 구체적인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보면 첫 번째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국책연구기관, 지방연구원)이 시민사회와 적극적인 교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에서 시민사회(진영)의 지역 실천 활동을 지원하는 연구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연구기관에서는 시민사회와의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시민사회에서 생산한 연구 결과의 출판과 홍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행정(중앙정부, 지자체)과 연구기관이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행정과 연구기관에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로서 시민사회를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를 지도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시민사회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연구기관의 생산적이고 실천적인 연구 활동에도 해가 될 것이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 간 협업체계 구축 방안 지방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협업 활동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낮다. 그래서 지방의 소멸을 우려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고, 대통령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매년 출산율 증대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출산율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많은 예산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이나 지방연구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광역 단위로 보면 소멸 위험성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전남(0.97명)과 경북(0.93명)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 이는 지방의 인구 감소를 출산율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방으로서는 출산율 문제보다 출산할 사람을 확보하는 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각종 연구보고서와 정책들은 여전히 지방의 인구 감소 해결을 출산율 제고에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나 정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평균적 접근이 아닌 구체적 접근 즉, 디테일이 중요하다.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출산율 제고가 중요한 과제지만,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으로서는 출산율을 높이는 일보다는 출산할 사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연구와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긴급한 과제 중 하나가 지방의 소멸을 막고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연구를 위한 연구기관과 시민사회의 협업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
유정규행복의성지원센터장
-
연속기획
지역소멸 돌파구인 지역혁신시스템 위한 산학연 협력
지역소멸을 초래하는 불씨가 지역의 발등에 떨어지고 있다. 대학 신입생 학령인구의 감소와 기업 신규 채용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인해 기업의 지역 이탈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발전한 지역에서 기업 중심의 지역혁신을 통해 이루어진 사례에 기초하여 현재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시스템(Regional Innovation System, RIS)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핵심 주체는 기업임에도 ‘산학연 협력 선도(전문)대학(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LINC) 사업’ 및 RIS 플랫폼 사업 등 모두 대학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RIS는 지역소멸 방지를 위한 확실한 돌파구이므로 기업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역 발등에 떨어진 지역소멸 위기 지역소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다. 우선 지역 대학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대학가 속설은 이미 현실화되는 중이다. 2040년 신입생 학령인구는 28만 3,017명으로 2020년 대비 약 39.1%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3년 1월 기준으로 총 20개 대학(강제 폐교 14개, 자진 폐교 6개)이 폐교되었다. 지역 인구 감소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합계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우리나라의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31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방의 인구 감소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59.6%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서 출생아가 1,000명 미만이었다. 지역 대학의 위기와 인구 감소와 더불어 지역 기업은 당장 신규 인력 채용의 장벽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신규 인력에 해당하는 25~34세 인구는 2025년부터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인력 채용의 장벽은 수도권 선호 사상 때문에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지역 기업에 치명적이다. 지역소멸과 관련해 현재까지 주로 대학 위기와 인구 감소만을 강조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역소멸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기업의 지역 이탈이다. 지역의 규모와 상관없이 발달된 모든 지역에는 핵심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존재한다. 대학 위기와 신규 인력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기업은 베트남 등의 아세안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발 시대 세대 통계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 베트남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지역 기업이 수도권 또는 아세안과 같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은 지역소멸을 급속도로 앞당길 수 있다. 지역소멸의 돌파구는 지역혁신시스템(RIS) 지역혁신시스템은 혁신 주체들인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협력하면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RIS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혁신의 핵심 주체는 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혁신은 기업 활동에 가치를 배가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적용이다. 현재 매우 편리한 인류 사회로 발전시킨 PC(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애플), 전자상거래(아마존), SNS(페이스북) 상품들은 혁신의 정의를 매우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결국 RIS의 핵심 주체는 기업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RTP), 독일의 드레스덴 등의 성공 요인은 기업을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소가 매우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혁신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동독 영역에 속해 있던 드레스덴은 거의 폐허나 다름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드레스덴 공대를 비롯한 대학과 연구소 등이 기업을 후원하도록 하는 산학연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RIS 지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부 역시 대학의 역할 중에 산학 협력을 강조하면서 산학연 협력 선도(전문)대학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2년부터 LINC 3단계인 3.0사업에 13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대학이 지역 혁신을 이끌도록 하기 위한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이하 RIS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INC 사업과 RIS 플랫폼 사업 모두 지역 혁신을 위해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시기적절하고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핵심 주체는 기업이란 측면에서 LINC 사업 및 RIS 플랫폼 사업 모두 대학에 초점을 두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RIS 성공 사례가 시사하는 것처럼 지역 혁신을 위한 핵심 주체는 기업이다. 따라서 대학과 연구소 등은 혁신의 주연인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조해주는 조연이어야 한다. RIS의 주연인 기업을 위한 산학연 협력 “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최근에 지역소멸의 돌파구로서 강조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지역 기업이 지역에서 착근하여 성장해야만, 지역 대학 졸업생이 취업하여 지역에 정착해야만 인구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산학연 협력 목표를 기업 중심으로 재설정하고, LINC 사업 및 RIS 플랫폼 사업의 핵심 목표를 기업이 원하는 패러다임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기업을 대학 안으로, 교육에서 채용까지”라는 슬로건처럼 커리큘럼을 비롯한 교육과정 등을 기업과 같이 디자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챗GPT처럼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최신 기술 동향은 기업이 직접 강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공별로 ‘최신 기술 동향’이란 강좌를 개설, 기업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채용까지 하도록 연결하는 등 철저하게 기업을 대학 안으로 유인하여 교육에서 채용까지 한번에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30’을 추진하면서 대학이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지역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글로컬대학 30’ 역시 반드시 기업을 가장 중심에 두고 추진해야만 지역소멸이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안기돈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재경고등과학원 원장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피플
더보기-
硏究 IN
인공지능 시대, 공생 위한 해법은 ‘윤리’
인공지능 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동시에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윤리적으로 선용할 방안을 찾는 일은 정책연구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윤리는 왜 중요하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세 연구자를 만나 인공지능 윤리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장 (이하 문정욱) 저는 행정학을 전공했고, 정보통신정책 분야 중에서도 디지털 전략과 관련한 정책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인공지능이 야기하는 사회문화적 쟁점을 검토하고 정책적 대응에 대한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윤리 정책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현경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 부연구위원(이하 이현경) 저는 정책학을 전공했고, 입사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 주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 윤리교육으로 초·중·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면서 인공지능 리터러시 함양과 관련한 분야로 관심이 확대됐습니다. 두 번째는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입니다. 앞으로 공공영역에서 이와 관련한 활용 분야가 확대될수록 일어날 수 있는 피해라든가 사회적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격차 문제인데요, 원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나 지역 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문광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 부연구위원(이하 문광진) 저는 법학을 전공했고, 세부적으로는 행정법을 공부했습니다. 국가권력과 개인과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의사결정이나 지능을 대체하는 기술로, 단순히 신기술을 통해 우리 삶이 편리해진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센터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역기능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을 텐데, 그에 잘 대응해 기술 진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저희에게 주어진 정책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정욱 저희 셋 모두 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들인데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정보통신과 관련한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이 많겠지요.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은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 영역의 이슈를 다루고 있기에 다양한 전공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이 국가 경쟁력은 물론 우리 삶의 질을 완전히 좌우하게 된 지 꽤 되었기 때문에 첨단기술의 디지털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정책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현경 저는 연구원에 대해 알아보다가 내부의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라는 곳에서 디지털 격차와 같은 정책학적 이슈를 다루는 연구진이 있다는 사실을 접했어요. 제 연구 관심사에 부합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신기술과 관련해 다뤄야 할 정책적 이슈가 많다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또 하나 이곳을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학계에 몸담게 되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일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국책연구기관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요즘도 일상적으로 이를 체감하며 살고 있어요. 문광진 연구원에 오기 전까지 법학 분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지만, 사실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연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랜 기간 유학 생활을 했는데,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와보니 다른 세상이 되어 있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고,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해결되는 시대가 된 거죠. 정보통신기술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이제 정보통신기술이 없는 일상을 생각하기란 불가능해졌습니다. 법학이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하는 학문은 아니지만, 사회적 변화가 초래한 문제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상 그러한 의무를 지고 있고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져 많이 배우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은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장 인공지능 발전 속 제기되는 윤리적 이슈 문정욱 저희 센터는 인간의 삶, 그리고 경제·사회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기술 중 하나가 인공지능이라고 봤습니다. 앞서 이현경 박사님이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말씀해주셨는데,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사실 블랙박스화되어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의사결정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지 일반인인 우리가 모든 것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 윤리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고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정책 방향이 제시되면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죠.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흥미롭게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현경 입사 이후 처음 맡은 과제가 인공지능 윤리와 관련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또 지난해 인공지능 윤리교육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정보화 교육 수준은 무척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신기술을 활용하는 데 문제의식을 느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소비자로서 요구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윤리적인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저희가 교재를 개발할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 윤리교육 과정에 특화된 게 없었거든요. 이제 챗GPT의 등장으로 코딩은 물론 우리 일상의 모든 걸 대신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된 만큼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죠.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광진 지난 50년간 정보통신기술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그 정점을 찍지 않을까 예상하게 되는 지점은 바로 인공지능이 사람의 의사결정을 대신해준다는 것입니다. 지금껏 인간이 어려움을 겪어온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 산업구조에도 변화가 올 것이고, 제도적인 변화도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사회·경제적 변화는 물론 인간 자체에 대한 변화까지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주제라는 점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문정욱 인공지능의 윤리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있는데요, 앞서 2020년 말 범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윤리기준’이 발표됐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성 구현을 위해 개발·활용돼야 한다는 최고 가치 아래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성, 기술의 합목적성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에 따른 10대 핵심 요건도 마련했고요. 우리 연구원이 2022년에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윤리기준 핵심 요건은 프라이버시 보호, 책임성, 침해 금지, 안전성 순으로 나타났어요. 그렇다면 저희 연구원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윤리적 이슈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향후의 방향성과 구체적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처방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와 성장 수준을 고려해 기업 차원의 자율 규제 형식으로 윤리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 흐름이고요. 윤리 의식 확산을 위해 교육을 강화하거나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윤리영향평가를 통해 부정적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현경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윤리적 과제는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이익과 위험에 관해 정책 입안자, 이해관계자,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의 위험성 분류체계를 정립하고 그에 부합하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 역시 시급한 과제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시간이 걸리기에 그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해요. 단순히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숙의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절차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 사이 ‘균형과 조화’ 이현경 인공지능과 관련된 정책이나 규제가 제도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만족할 만한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 윤리를 통한 자율적 행동규범입니다. 특히 소비자, 이용자 관점에서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면 개발사나 인공지능 공급업체에 책무를 강화하도록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화장품 성분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깐깐한 소비자들의 요구 덕분에 화장품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회사의 제품이 선호되고 있거든요. 이처럼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문정욱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법 규범을 통한 규제를 앞세우게 되면 관련 산업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의 미래와 국가 경쟁력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책연구자 입장에서 현재로서는 자율규제 중심으로 하고, 나머지는 윤리 규범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이 추구하는 연구의 방향성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기술의 성숙도와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해 현재로서 윤리적 접근이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현경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적 이점과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의 잠재적 이점에 집중해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제품과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확산한다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고요. 잠재적 해악에 집착해 이로운 인공지능 제품과 서비스가 개발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정책연구자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신화에서 한발 떨어져 기술의 이점과 사회적 부작용 모두를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광진 는 인공지능 기술 산업 발전과 관련해 선순환 구축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인공지능 기술이 안전하고 윤리적이어야 시장에서 선택받을 것이고, 무리하게 성장시켜 사건·사고가 터지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희 연구자들의 역할도 크다고 보고요.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윤리적 측면을 중시하며 기술개발에 나설 때 지속적인 발전이 뒤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정욱 인공지능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편익과 혜택을 국민 모두가 골고루 향유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이루리라고 봅니다. 인공지능 산업 진흥과 규제를 놓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충분히 고려해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인공지능 정책을 마련해야겠죠.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이익과 위험에 관해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은 당장 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 사회적 숙의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현경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 부연구위원 정책연구자, 매끄러운 정책 실현의 매개자 역할 문정욱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다 보면 정책연구자라는 정체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정책연구자는 사회문제를 잘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성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까지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젠다를 발굴하고 정책대안을 만들고 여러 대안 가운데 가장 적절한 대안을 선정하고 집행한 뒤 효과를 분석해 정책을 수정하거나 후속 조치를 만드는 정책 과정에 정책연구자가 참여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정책 수요와 정책 당국의 정책 결정을 연계하는 것, 즉 수요와 공급을 잘 연결해주는 역할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선택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실제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정책과 다른 방향의 정책을 제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거든요. 이현경 정책연구자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정책이 시행되고 나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목적한 바를 달성했는지 판단해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후적인 평가는 단기적이기보다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정책이 특정 결과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정치 사이클에서 벗어나 외부의 압력 없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조금 이상적으로 말씀드린 것 같은데, 좀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학계와 시민사회· 정책 당국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광진 우선 정책이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데요. 정책은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가의 정체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충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까지 많은 과정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각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책연구자는 그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이론적인 연구 결과를 가져와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으로 다듬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아닐까 하는 거죠.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당장 1~2년 안에 성과를 내고 싶을 수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낸다기보다 연구 의제를 두고 현실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정책연구자는 정책 선정 외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정책 수요와 정책 당국의 정책 결정을 연계하는 것, 즉 수요와 공급을 잘 연결해주는 역할이지 않나 싶습니다.” 문광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 부연구위원 문정욱 정책연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내·외부적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생각지 못한 돌발 변수에 잘 대응하면서 동료 연구자들과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연구자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연구가 끝나면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후속 질문을 던지고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나간 연구자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이현경 저는 자유롭고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평소 조직 문화나 사회적 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직원들의 침묵(employee silence)’이라는 현상은 연구기관에 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두려움없이 당당하게 발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도 팀 내에서 정당한 의견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저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문광진 연구자라면 특정 연구 주제 혹은 하나의 기술 분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를 염두에 두고 연구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정욱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능정보사회정책센터장
이현경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문광진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연과현
싱크탱크의 임무는 국가 비전 제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설립 25주년(2024. 3.)을 맞아 『연구회 및 연구기관 25년사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은 본 사업의 일환으로 역대 이사장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초대이사장을 시작으로 심층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당시 연구회의 주요 현안 과제가 궁금하다. 주요 부처 산하로 연구기관을 운영하다 보니 연구의 비효율성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 연구회 체제를 출범시켜 연구기관 소관을 연구회로 변경했다. 취임 당시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연구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원 간 협동연구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전략과제(National Project) 개발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현안 과제로 생각했다. 이것을 추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고 원장과 이사, 기획평가위원이 참여하는 제23차 확대 경영협의회에서 연구기관이 중·장기 국가전략과제를 기본연구과제로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선진화에 적극 기여하고자 했다. 당시 사회변화와 맞물려 일어난 이슈 중에서 이사장으로서 대응한 업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 연구와 한·중·일 FTA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남북 간 경제협력 문제,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해소 방안, 21세기 세계경제 강국 실현 전략 등 국정과제와 밀접한 연구과제를 추진했다. 특히 한·중·일 FTA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별도 확보해 8개 연구기관 협동연구를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재임 중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었는데,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당시 연구회 직원이 12명 정도였는데,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맞춰 입고 이사장실에서 함께 응원했다. 전 국민적 열기가 뜨거웠던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에는 국민적 과제,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 연구 등을 주제로 연구회 주관 워크숍을 개최해서 국가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2004년 OECD와 MOU를 체결하여 2004년과 2005년, 총 2회에 거쳐 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OECD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 한국 경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는데, 한국과 유엔 전문가의 다양한 식견을 담은 영문 단행본 2권을 출간해서 정부 유관기관과 연구소에 배포해 정책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뷰 중인 문석남 이사장, 이진상 교수, 조원옥 부단장 연구회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예산을 별도 확보해 주요 정책 관련 협동연구를 진행한 것과 3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과제심사위원회’를 통해 우수 연구과제를 선정하거나 중복 연구 문제를 해소했던 일들, 산학연 전문가 100여 명으로 위원회(Referee)를 구성해 보고서 우수성 평가를 강화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이러한 노력으로 질 좋은 연구 성과를 만들 수 있었고, 우수 정책 보고서가 발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회 및 연구기관을 위한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우선 자신의 연구 성과가 국가와 사회에 일조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연구원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견지하고, 국가 발전 및 국민 복지 증진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으로 연구에 정진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연구회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 상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취임하던 2006년은 연구회 설립 초기 단계를 벗어나 연구회의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IMF 이후 새로운 국정과제를 발굴하여 국정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했다. 민주화, 산업화 이후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정과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것을 이론적·정책적으로 지원하느냐가 당시 국가 싱크탱크의 공통 과제였다. 국가 싱크탱크의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회의 주된 임무가 있었을 것 같다. 연구회 체제가 과연 국가 싱크탱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육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국정 효율성에 얼마나 연결되었는지를 끊임없이 살피고 반성하고 또 새로운 발전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 연구회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하고 노력했다. 추진했던 경영 효율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개혁의 핵심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만큼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혁신과 개혁이라는 것이 30년 이상 시대적 화두가 되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사장이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통제하고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예산과 회계 문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표준회계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회계시스템에 관여했고, 현대적이면서 과학적인 회계시스템을 통해 연구기관의 경비 사용을 효율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다. 당시 이러한 시스템 도입에 대해 노조와 입장이 달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과학적 회계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회 및 연구기관 회계기준서를 제정했다.인터뷰 중인 이종오 이사장과 조원옥 부단장 사회변화에 따른 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당시나 지금이나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본질적인 정책적 과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연구를 진행해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해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나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심각한 현실 인식하에 강한 정책 의지를 가졌을 때 연구회나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고 정책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회 차원에서도 경제, 인문, 과학기술 등 분야별 소통을 통해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 향후 연구회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매우 훌륭한 연구기관과 연구회가 있더라도 정책과 연구가 분리되면 결국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는 것이다. 정책과 행정, 정책과 현실이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연구회는 국가정책을 제안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노력도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대 이사장 NRC 역대 이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동영상은 2023년 5월, 동영상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또한 자세한 내용은 2024년 발간 예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5년사』 백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석남경제사회연구회 제2대 이사장
이종오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제2대 이사장
-
리더를 위한 제언
해양수도 부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다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의 국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도 입법 발의가 되었다. 따라서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을 혁신 성장 공간으로 구축해가는 정책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은 ‘국가전략을 지역에서 지역과 함께 논(論)한다’라는 추진 방향을 기반으로 지역 현장(학계·연구소·지자체 등)과 출연연 리더십과의 소통 강화, 국가전략 담론 형성 및 관련 논의의 장 마련을 통해 협동연구 등 정책연구의 기획 및 활용성·실효성을 증대하고자 한다. 2023년 첫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은 4월 13일(목)~14일(금),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위치한 부산에서 열렸다. 제49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의 현장을 아래와 같이 정리 및 소개한다. 도전과 전략의 공간, 해양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지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포럼을 주관한 KMI의 김종덕 원장은 ‘바다(海)는 물(水)과 인간(人)의 어머니(母)’라는 말로 해양의 가치와 인류 문명의 관계를 풀어갔다. 김종덕 원장은 “해양은 지구 생물의 80%가 서식하는 생명의 근원이자, 산소의 75%를 공급하고 태양에너지의 80%를 흡수하는 기후 조절자”라고 말했다. 육상이 제공하는 자원의 수백 배가 부존된 자원의 보고지만 해양의 95%는 아직까지 미개척지로 남은 지구상 마지막 프런티어다. 세계 교역량의 80%를 담당하는 바닷길은 아직까지 대체 불가능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16세기부터 유럽이 세계사 중심에 등장하게 된 것이 조선술과 항해술을 발판 삼아 해상 교통로를 개척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 바닷길 개척을 통해 세계적인 교역망을 형성함으로써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었고, 상업과 공업·금융·보험 등 자본주의가 꽃피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하였다.기조 강연 중인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우리의 미래, 해양에서 답을 찾자 기조 강연에서 김종덕 원장은 해양국가인 우리나라가 왜 해양에 주목해야 하는지 역설했다. 수출입 화물의 99.7%를 수송하는 해운은 세계 6위 무역 대국의 핵심 인프라이자 한 해 380억 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 산업이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만인 동시에 세계 4위 항만 연결성을 갖춘 글로벌 허브 항만인데, 1개월 동안 폐쇄될 경우 국민총생산(GDP)의 4%가 감소할 정도로 경제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수산업은 1960~19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약 20배를 벌어들인 원양 산업을 비롯해 지금도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인 우리나라 국민에게 연간 약 380만 톤의 수산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해양잠재력지수(IMM)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 4개국이 1~4위에 랭크되어 있다며,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부딪치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우리는 해양 강국 실현을 위한 100년 해양 청사진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종합 해양박물관인 국립해양박물관의 김태만 관장도 바다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해양 강국의 무한한 가능성과 비전을 그려가야 한다는 의지를 보탰다. 해양수도 부산, 2030세계박람회를 꿈꾸다 포럼이 열리기 일주일 전에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다녀갔다. 이에 포럼 이튿날에는 이성권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과 부산 소재 대학교 총장, 공공기관 기관장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부산의 최대 현안인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엑스포의 의미와 경제효과, 추진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실사 분위기와 향후 일정 등을 소개했다. 특히 상하이, 오사카 사례를 소개하며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함으로써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넘어 국가균형발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를 설계하고 국가 운영 비전을 만들어내는 국책연구기관의 협력을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해구 이사장과 연구기관 원장들은 실질적인 홍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한편 26개 연구기관과 6,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마련된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영상관에 들러 준비 상황과 박람회 부지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이틀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부산 소재 주요 기관 간 현안 간담회 장면 앞서 밝힌 것처럼 이번 부산에서 열린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은 지역을 순회하는 첫 번째 행사였다. 부산 소재 기관장들은 첫 번째 방문지로 부산을 택해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틀간의 여정을 통해 참석자들은 해양의 가치와 해양 강국의 비전, 2030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는 부산의 열망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박광서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기획조정본부장
탐구
더보기-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연구하는 삶’을 위한 여성 신진 연구자들의 고민과 분투
본 연구는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연구진 주변의 여성 연구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학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여성의 대학원 진학률이 늘어났지만, 학업 단계가 올라갈수록 여성 선배들이 점점 사라진다. 실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취업 상태에 있는 박사들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이는 인문사회 분야 비정규 연구자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즉 대학에서 여성일수록, 인문사회 분야 전공자일수록 장기적 생존이 힘들어진다. 왜 그럴까? 그리고 여성 연구자의 생애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여성 연구자들이 사라지는 이유 인문사회 분야 여성 신진 연구자들에게는 경제적 불안정성, 학술적 자원과 네트워크에 대한 불안정성, ‘여성’으로서 겪는 불안정성이 중첩되어 있었다. 대학원 진학 기간 중 절대다수가 복수의 불안정한 노동을 병행하고 있었고, 열악한 연구 환경이나 각자도생 형태의 연구 문화 속에서 공부하면서 학업 중단을 고민하는 연구자도 많았다. 여성 연구자들이 또래 남성에 비해 간사 노동이나 보조적 역할 등 학계를 지탱하는 젠더화된 지식노동들을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는 쉽사리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노골적인 성희롱과 은근한 형태의 여성 배제는 이들의 학술 네트워크 형성이나 지적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여성 대학원생의 디폴트 상태가 ‘미혼-무자녀’로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주요 경력 단절 요소 중 하나인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문제는 학계에서 비가시화되어 있었다. 모두가 사라지는 학술의 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성 롤 모델은 ‘연구에도 일에도 가정에도 완벽한 여성상’이었고, ‘버티는’ 여성 연구자들은 이런 여성상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새로운 선례와 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료수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법률에 근거한 지원센터와 실태조사가 마련된 이공계와 계열을 막론하고 여성 연구자를 지원하는 해외 사례에 비해 국내에서는 인문·사회 분야 여성 연구자들의 기본 실태조차 제대로 조사되거나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연구자의 제도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 마련해야 국내의 여성 신진 연구자들은 인문사회 분야 전공자, 신진연구자, 여성으로서 교차된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그 불안정성에 대해 오직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책임과 대응을 요구받고 수행해 왔다. 연구진은 별도의 선행 사례로 참조할 수 있을 만한 여성 연구자 관련 제도가 특별히 없는 상황에서 분야별로 세부적인 정책 구성보다 기본 방향의 제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기적인 실태조사, 정책 추진 주체, 인적 인프라, 네트워크 지원방안, 연구기관에서의 심사 기준 마련이라는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로 정책 제언을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어떻게 보면 ‘절반의 진술’만 담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연구 과정에서 많은 연구 참여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더욱 끔찍한 학계의 현실과 자기 경험을 담고 있었지만, 마지막 크로스체킹 과정에서 아직 학교를 떠나지 못한 위치의 참여자들이 인터뷰 내용을 통한 신분 노출을 상당히 우려했으며, 보고서에 담으려 했던 진술 내용 중 많은 부분을 덜어내게 되었다. 대학원생 여성 신진 연구자들이 학술 장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연구하는 삶’을 위한 여성 신진 연구자들의 고민을 충분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 삶을 보장하고 말하고 증언할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안전망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 길에 이 연구가 조금이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지수연세대학교 미디어문화연구학과 박사수료
-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연구의 윤리성과 자율성을 조화시키기
2012년 생명윤리법 개정 이후 인간 대상 연구를 실행하는 교육·연구기관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연구윤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IRB 심의를 요구받는 연구 유형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대다수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RB 심의 절차와 윤리규정 등이 인문사회 분야의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며, 때로는 연구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의 IRB 갈등 경험 및 개선 방안 연구’(이상길, 김선기, 권수빈, 정성조, 차현재)는 IRB 심의가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 어떤 불만과 고민, 문젯거리를 안겨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연구의 자유와 윤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 대안을 마련해보고자 했다.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 IRB 심의가 불편한 이유 소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자 152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27명에 대한 초점집단면접조사(FGI) 결과는 이들이 IRB 심의의 준비 단계부터 실행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우선 조사 응답자들이 누구보다도 연구윤리 문제에 민감하고 연구 참여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 연구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IRB의 원칙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연구윤리에 무관심하거나 제도를 무조건 불신하기 때문에 IRB에 불평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지금의 IRB 심의제도가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를 기준 삼아 만들어졌기에 생겨나는 균열 지점이라든지, 관료화된 운영 방식과 융통성 없는 심의 절차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 상황 등이 다수 존재한다. 연구 분야와 방법상의 차이에 둔감한 윤리교육과 서류 양식, 심의 일정의 잦은 지연, 연구 내용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에 가까운 요구, 질적 연구에 대한 몰이해, 이른바 ‘취약한 대상(아동, 청소년, 성소수자 등)’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 실질적인 배려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IRB의 존재 의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조차 심의에 타당성과 투명성이 부족하고, 연구윤리의 증진에 별 효과가 없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IRB 심의는 많은 경우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지고 만다. 못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윤리적이면서도 자율적인 연구를 위한 고민 인간 대상 연구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외면할 인문사회 연구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요즘의 인문사회 연구자라면 인간만이 아닌 ‘비인간’까지도 그 윤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일 것이다. 그는 또 질문할 것이다. 연구윤리란 어떤 ‘대상’에 단순히 적용해야 하는 고정불변의 기준이 아니라, 연구자와 함께 연구를 구성해나가는 ‘참여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연하게 생성되고 변화하는 실천적 원리가 아니냐고. 사회 현실을 더 깊게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경험 연구에 나서는 인문사회 연구자에게 윤리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연구의 전 과정을 따라붙는다. IRB 심의는 그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게다가 종종 성가신 출발점에 불과할 따름이다. 연구자들에게 불편을 낳는 심의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시급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IRB가 ‘평가’나 ‘검열’ 기구가 아닌, 연구 과정 중에 부딪히는 윤리적 질문들에 대한 ‘조언’과 ‘상담’, ‘지원’ 기구로 적절히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인문사회 연구의 특수성과 연구 현장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정한’ 태도 위에서 연구자들과 생산적 소통을 시도할 때, 윤리적 연구·실천 풍토의 확립이라는 IRB의 목표 또한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길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한국의 인문사회 학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식생산 분야에서 한 사회가 지닌 품격과 역량의 수준은 학문 후속세대의 재생산 여부에서 판가름이 난다. 학문 후속세대 가운데에서도 학문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묵묵히 정진하고 있는 박사과정생이야말로 즉각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할 수 있는 지식생산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이들에게 달려 있다. 연구팀(김인수, 박민철, 송경호, 이대성, 이윤정, 이민기)은 국내 인문사회 분야 박사과정생의 연구력(Research Capacity) 실태에 관한 조사로서, 연구력을 평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29명의 표적집단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 FGI)를 실시하였다. 제도학계 관행 속 자기 주도적 연구를 기획하는 박사과정생 박사과정생 연구자들이 긴 호흡으로 질 높은 박사논문을 작성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논문의 수 위주로 연구력을 평가하는 제도학계의 관행에 동조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박사과정생들은 “훌륭한 연구자는 논문의 수가 아니라 연구를 기획하는 능력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좋은 논문을 매년 2~3편 정도 쓰는” 연구자를 우수 연구자로 꼽았다. 박사과정생들은 그들이 정작 과정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양과 질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학계의 이중 압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한 압박감은 BK, HK, SSK 등의 거대 집단연구과제 안에 소속된 박사과정생일수록 높았다. 이들 과제 안에서 박사과정생들은 연구력의 단절과 소모를 경험하기도 했다. 박사과정생들에게 이들 집단연구과제는 실질적인 연구나 교류보다는 경제적 필요와 행정 업무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소모하는 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집단연구과제의 단기 평가를 위해 쓴 논문들이 박사 학위 논문으로 종합되지 못한 채 사장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내 인문·사회 분야 박사과정생들이 우리 학계의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각지대의 비가시화된 존재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인문·사회 분야 대학원은 외국에 유학하고자 하는 이들을 양성하는 ‘석사대학원’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고, 박사과정생을 위한 고유한 문제의식과 커리큘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연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적합한 분석과 함의를 제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사실상 방치된 존재였다. 각종 연구사업의 수행과정에서도 독립 연구자의 지위(‘연구책임자’)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은 여기에 더해 정보와 네트워크 자원의 결핍과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비를 거대 집단과제를 매개로 배분하는 현 연구체제 안에서는 자기 주도적인 의제 설정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였다. 박사양성모델 정립과 더불어 인식, 평가의 전환 필요 국가와 대학원, 학계는 다음과 같은 박사과정생들의 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국내 인문사회 분야 박사양성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박사과정생이 오로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두지 않는 학비·생활비 지원의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셋째, 연구자 생애 맞춤형 지원과 박사과정생에 대한 직접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박사과정생을 ‘독립적인 연구자’로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박사과정생의 연구 업적 평가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수나 박사 학위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되고,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전문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이외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연구의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공공재로 제공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김인수대구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각자도생으로 지친 삶을 치유할 수 있는 힘
‘공정’ 개념이 한국 사회의 담론장을 지배하게 된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공정’을 향한 사회적 열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23년에 들어서면서 공정 담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아 더욱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초기의 공정 담론은 한때 청년들이 외쳤던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는 문구가 시사하듯, 입시 및 채용 과정에서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해달라는 요구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내가 시험을 보고 정규직이 되었으니 다른 이들도 (그의 경력과 무관하게) 무조건 시험을 보고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최근의 공정 담론은 특권층과 사회 지도층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분노와 엮여 더욱 강력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여러 사례 중 특히 ‘퇴직금 50억’ 사건과 학교폭력 사태는 불공정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좌절과 박탈감을 급속도로 가중시켰고,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학내 대자보가 서울대학교에 여러 차례나 붙었다. 이른바 엘리트 계급이 법제도와 사회자본을 활용해 가해를 지속해도 그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모습을 보면서 청년들은 부모 찬스와 세습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능력 대비 보상의 법칙을 실현해주는 국가를 갈망하고 있다. 공정 열망에서 시작된 무한경쟁 속 각자도생 공정에 대한 열망은 온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나의 능력과 노력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회경제적 배경 및 지위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최선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나의 능력과 노력에 정확하게 비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각자도생×자유경쟁×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깊은 신뢰를 고착화하고 있다. 개인적 노력의 양과 질, 효과가 결코 구조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각자의 출발선이 사회경제적·역사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그 모든 것들을 깔끔하게 지우고 나의 순전한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같은 공정성 모델은 곧 원자화 모델이다. 공정에 대한 열망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 채, 그 안에서 모두가 모두를 상대로 각개전투를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기보다는 ‘실력과 시험’으로 보상받고자 하고 불공정한 수혜를 입으려 하는 여성,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적대와 혐오 역시 공정한 보상에 대한 요구와 정비례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공정에 대한 열망은 우리의 관계와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부당한 국가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적 기초를 부식시키며 대안적 사회를 구상할 수 있는 시야를 차단한다. 한국 사회의 ‘공정’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개별주의적 존재론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끝없는 무한경쟁에 내몰린 각자도생의 삶은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혁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우리 사회의 출발점 자체를 달리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굳이 전쟁, 경기 침체, 재난, 기후변화 같은 복합위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개별주의적 존재론에 바탕을 둔 삶과 사회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발본적 전환과 변혁을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갈등 해결을 위해 관계성과 공동체성 회복이 시급 『공정 이후의 세계』에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이 세계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발본적 전환을 촉구하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식론적 바탕인 관계적 존재론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애썼다. 최근 여러 학자와 활동가들이 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을 존재론적 핵심으로 내세우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마도 이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위기의식을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차별과 혐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관계성과 공동체성의 회복이 시급하다.2023년 제1차 인문관통에서 강연하는 김정희원 교수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며 때로는 추월하고, 때로는 밀려나는 각자도생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그려볼 수는 없을까. 관계적 존재론의 측면에서 볼 때, 개인이 독립적 완전체이며 자유경쟁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우리는 완전체가 아닌 과정으로서 존재하며 인간과 비인간 모두와의 관계망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나간다. 즉 모든 개인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직간접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존재다. 결국 특정 집단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민주적 공동체는 모두가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인간성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돌봄 사회로 전환해야 할 때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의존적이며,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돌봄이 사회의 중추적인 운영 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돌봄은 사적 영역에서 제공되는 물리적 도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조직하는 핵심 원리다. 돌봄 없이는 그 어떤 관계도, 조직도 결국은 존속 불가능하지 않은가? 정치철학 및 사회철학으로서의 돌봄 이론은 일찌감치 가족은 물론 국가, 경제, 사회제도 운용의 측면에서 돌봄이 어떻게 정책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논해왔다. 어느 돌봄 이론가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돌봄을 입은 존재’이기 때문에 평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찰은 궁극적으로 타자에 대한 포용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우리의 연대와 참여 없이 사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각자도생의 세계를 끝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삶을 회복시키기 위해 돌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정희원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인문학 위기를 극복하라” 인문정책특별위원회
AI 시대 도래, 기후위기, 사회갈등, 인구 소멸 등 복합다층적 위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간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02년부터 인문학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 차원에서 지속되어온 인문정책연구사업은 올해 21년째를 맞이하였다. 그간에 280여 편의 인문정책연구보고서 발간과 국내외 인문정책 성과확산 및 논의의 장 등을 통해 인문학의 발전과 국가정책 발전 간 선순환 관계를 정립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인문학 정책 수립 지원과 디지털 인문학, 지역문제 등 융복합 연구, 사회문제 해결형 인문정책 연구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추세다. 인문정책연구사업의 효율적인 운영 지원을 위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등 관련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인문정책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2022 인문정책연구총서 인문정책특별위원회에서는 인문정책연구과제 선정 및 심사 등을 포함한 사업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들을 검토하고 자문하고 있다. 2023년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13인으로 구성하고, 인문정책특별위원회 회의를 월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책연구와 인문학의 결합을 통해 대전환기 지식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책연구기관에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을 지원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2022년 제6차 인문관통에서 강연하는 김정인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
-
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국방혁신 4.0」 시대, 확장된 정책연구 생태계
오늘날 우리 군은 변화하는 사회발전 추세와 국내외 안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비교우위의 군사력 건설을 통한 국가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도약적인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통령께서도 2022년 임기 초반 “군사전략·작전 개념을 비롯한 국방 전 분야에서 제2창군 수준의 혁신으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과학기술 강군이 될 수 있도록 「국방혁신4.0」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전력 증강 프로세스를 전면 보완하고, 제도·조직 개편 및 국방 연구개발 거버넌스 강화 등 진정한 의미의 국방혁신 달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 분야의 정책연구, NRC ‘국방정책연구단’의 탄생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국방부는 역량 있는 연구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다양한 국방 분야 정책연구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22년 3월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와 ‘국방 정책연구 상호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양 기관은 이 협약을 통해 현재까지 국방 분야 전반에 걸친 중장기 공동·융합 연구기획 및 연구지원 국방 분야 정책연구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보 공유 및 전문가 자문, 발표회와 정책학술회의 등 학술행사 공동 개최를 통한 관계망 형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양 기관 간의 협력관계는 2022년 9월 국방 분야 정책연구 기반 조성을 위해 국방부 장관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주도하에 16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NRC ‘국방정책연구단’을 설립하여 본격화되었다. 국방정책연구단은 국방부와 NRC가 연구단 구성원의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국방 분야 정책연구 기반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과학기술분과’ 와 ‘사회경제분과’ 등 2개 분과로 구성되었고, 출범 이후 현재까지 중장기 융복합 연구 결과 발표·토론 및 정책 세미나 등 학술 활동을 통해 전문적인 국방정책 수립과 이행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장기 공동·융합 연구를 유도함으로써 국방정책 연구 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국방정책연구단은 국방부 정책연구 수요자와 NRC 소속 연구기관 및 산학연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방정책포럼’을 총 6회 개최하였으며, 이는 주요 국방정책에 관한 연구 결과와 수요자 의견을 접목하는 새롭고 협력적인 정책개발 모델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2023년도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주관하에 핵심 국방정책 연구과제를 수행할 예정으로, 양 기관 간의 협력이 더욱 긴밀한 단계로 발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여섯 차례에 걸쳐 개최된 국방정책포럼 제1차 국방정책포럼에서는 ‘국방혁신과 미래사회’라는 주제로 국방혁신 4.0의 개념과 추진 방향, 미래 세대의 조직 문화 및 가치관 변화와 과학기술 강군을 위한 국방혁신 생태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융복합 연구과제 발굴과 연구성과 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제2차 국방정책포럼에서는 ‘국방 인력구조 발전’이라는 주제로 인구절벽과 미래 한국군 편성, 국방 분야 여성 인력 활용 방안 및 국방인력구조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방안 등 미래 국방 환경에 대비한 병역제도와 부대 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였다. 제3차 국방정책포럼에서는 ‘AI 국방정책과 전망’ 이라는 주제로 메타버스 시대의 국방혁신, 글로벌 최신 AI 연구 동향 및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발전 준비 등 과학기술 강군건설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개선 과제와 AI 국방 적용 분야와 가능성 등에 대해 토론하였다. 제4차 국방정책포럼에서는 ‘북핵억제전략과 효과적 국방력 건설’이라는 주제로 한미 확장억제협력 강화와 통합 억제 방안, 사이버-핵넥서스 시대의 한미 사이버안보 동맹 및 북한의 핵 사용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력 제고 방안과 사이버안보 협력에 관한 접근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하였다. 제5차 국방정책포럼에서는 ‘국방자원 및 환경 안보 대응을 위한 미래 정책 제안’이라는 주제로 군 인적자원 확보와 역량 강화, 미래 환경 변화에 따른 군사시설 정책 방향 및 신냉전 시대 환경안보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인구·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비한 인적 역량 강화와 변화하는 국방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군사시설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제6차 국방정책포럼에서는 2023년도 국방부-NRC 협력 연구 대상 연구과제에 대한 제안서 발표를 진행하여 융합·개방형 국방 R&D 체계 발전과 거버넌스 혁신, 주요국 국방 AI 획득정책· 제도 및 군구조 및 운영 최적화를 위한 국방인력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계획을 청취하고 기관별 연구 추진 과제와 우선순위를 선정하였다. 제2차 NRC 국방정책포럼에 참여한 강완구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다양화되는 국방정책의 연구 수요 국방 업무는 작은 정부라 불릴 정도로 과학기술, 인구구조, 국토관리, 산업발전 및 보건위생 등 다양한 분야와 상호 연관되어 있으므로 국방정책 연구 또한 다양한 연구기관 간 협동과 융복합 연구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국방정책 연구 수요가 질적·양적으로 다양화되고 확대되는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국방정책 연구 생태계 조성은 국민이 신뢰하는 국방정책 수립의 기초를 다지는 매주 중요한 과정이며 수단이 될 것이다. 국방부는 전문적인 국방정책 수립과 이행 지원 및 중장기 공동·융합 연구를 통한 국방정책 연구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NRC와 긴밀히 협력하고 상호 발전하는 관계 형성을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유균혜국방부 기획조정실 기획관리관
< -
연구에서 정책으로
정책에 변화를 일으키는 참여자들의 모임
정부 정책은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업을 통해 생성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 형성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출연연 연구자와 정부 부처 공무원과의 상호 교류와 정책 현안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무조정실, 인사혁신처는 세종청사 정부 부처 공무원,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간 소통 및 정책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세종정책포럼을 개최해오고 있다. 2023년 3월까지 총 28차에 걸쳐 31명의 주제·분야별 전문가와 정부 부처 공무원 및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등 2,300여 명과의 만남을 통해 정책현 안 이슈의 발굴·공유·생산 과정에서 세종청사 정부 부처 공무원과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국가정책 수립 및 발전에 이바지해나가고 있다. 제28차 세종정책포럼은 정부 부처 공무원의 정책 현안 수요 등을 고려하여 공공부문의 인공지능(AI) 이슈를 주제로 선정하였다. 전 세계적인 챗GPT 열풍을 계기로 인공지능의 일상화가 촉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인공지능 정책을 되돌아보고 향후 대응 과제에 대해 발표할 연사로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초청하였다. 약 50분 동안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공무원 등 122명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공공영역에서의 AI: 정부의 공공정책 입안, 시행과정에서의 인공지능 확대’, ‘AI의 정의와 유형: AI의 개념적 정의 및 기술적 정의와 AI의 법적 정의’, ‘공공 행정 영역에서의 AI 이용 현황’, ‘AI에 대한 일반 인식(한국인과 캐나다인)’, ‘이슈와 쟁점 그리고 입법적 과제’ 순으로 기존에 진행한 연구 내용 등을 토대로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서는 공공 분야에 대한 AI 적용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와 인공지능을 정부 조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화된 기준과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AI 활용 역량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역량을 갖춘 공무원을 채용해야 하는지 등의 질의가 이어졌다. 시간 관계상 부족한 답변은 추후 서면으로 전달할 정도로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앞으로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세종청사 정부 부처 공무원과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간 정책 논의와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정부 정책 결정과정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정책 현안에 대한 상호 이해로 국가의 연구사업 정책 지원 및 지식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권순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 부전문위원
-
세미나 지상중계
국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한국행정연구원-한국정당학회 공동세미나
“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 발전 방안 연구” 2022년 4월 국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한국행정연구원-한국정당학회 공동주최 기획세미나 ‘우리나라 정치양극화 문제의 현황과 해법’ 개최를 시작으로, 국회의원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정당학회, 국회미래연구원 등 관련 기관이 총 3차(2022. 6.15, 2022.7.6, 2022.7.27)에 걸쳐 사전 기획회의를 갖고 연구 주제와 추진 방법에 관해 협의하였다. 그동안의 논의에 더불어 정치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 국회의원 6인(이명수, 최형두, 김종민, 김영배, 이은주, 조정훈)의 공동 제안에 따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 협동연구사업으로 ‘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방안’ 연구가 9월부터 진행되었다.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정당학회, 국회미래연구원 등의 연구진 총 22명이 참여하여 국회의원 집담회 3회(2022. 9.16, 2022.12.2, 2023.3.13)를 개최했고, 여·야 당직자 심층 인터뷰,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였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정당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공동세미나는 협동연구과제의 최종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국회 이명수·최형두·김종민·김영배·이은주·조정훈 의원실의 후원으로 2월 27일(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하였다. 국회와 학계, 그리고 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정치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정치양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본 세미나의 목적이다. “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 발전 방안 연구” 세미나는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정치양극화 실태와 제도적 대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정치양극화와 민주적 공론장의 쇠퇴, 권력구조, 선거제도, 정당정치 분야의 각 발제와 지정토론으로 진행되었다.지난 2월 열린 공동 세미나 세션 1 토론 국민이 인식하는 정치양극화 현주소와 해법 총 6개의 발제로 구성되었으며,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의 정치양극화 현황과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로 시작되었다. 일반 국민 대상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92.6%에 달했으며, 특히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 즉 정서적 양극화의 문제가 심각하고, 이러한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당제로 가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역이 아닌 정책이념 기반의 다당제, 투명하고 공정한 비례대표 후보 공천 등 정당개혁의 수반과 함께 정치양극화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의 분산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다음으로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균열과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미디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80% 이상의 국민이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고, SNS와 메신저를 통해 가짜뉴스를 접했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83.1%로 조사되었다고 언급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지나친 단속이 오히려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므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언론의 투명성과 윤리 강화, 중립적 팩트체크 기구의 설립, AI 기술을 응용한 가짜뉴스 자동감지시스템 개발, 오프라인 공론장의 회복, 허위정보 규제를 위한 국제적 협력 강화, 법제적 규제 방안 등을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치개혁을 위한 실천적 방안 ‘정치양극화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주제발표로 정재관 고려대학교 교수가 정치개혁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의 장을 열었다. 현행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양극화 문제가 서로 중첩되어 상호 악화시켜왔고, 한국 민주주의 퇴행의 제도적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정치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요 정당 간 합의를 먼저 형성한 후 개헌의 원칙과 내용에 관한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확보하는 순차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다음 발제는 장승진 국민대학교 교수가 ‘한국 선거제도 및 정당체계 개혁’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 국회가 협치와 대표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양대 정당이 모든 정치적 자원과 권력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온건다당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원정수를 조정해 비례대표 의석 비율 확대 및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정당 설립 제도 요건의 완화를 통해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의 원내 진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지병근 조선대학교 교수가 ‘선거구 획정제도 개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최소 선거구 할당제 도입, 면적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 선거구 획정 주기의 연장 등을 제안했다. 선거구 획정안의 공개 및 수정 절차 법제화와 함께, 선거구 획정안의 의결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법령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체사진 마지막 발제는 윤왕희 서울대학교 박사가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정당 육성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의 정당들이 정책정당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정책정당 육성을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당원의 정책 중심 활동 지원, 당의 하부조직 활성화 및 정책기능과의 연계, 정책토론회를 지역구 수준까지 확대 실시, 의회 중심의 입법정책협의회 시스템 구축, 의원 연구 모임의 실질화, 당의 정책 형성에서 관료 의존성 탈피, 정당법 개정 등을 통한 구조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정토론에서는 정치양극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디어 양극화, 정치양극화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 한국의 선거제도와 정당정치 개혁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고,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많은 조언이 이어졌다. 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의 키워드는 ‘균열’이었다. 사회정책에서 흔히 불평등과 격차, 양극화 등이 주된 연구 주제가 된 점을 고려하면 생소한 접근이었다. 사전적 의미의 균열은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 터짐’이다. 이번 대회에서 균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정의가 이뤄진 바는 없다. 균열에 대한 해석은 각 학문 분야 및 연구자에 따라 다소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균열이라는 열쇳말을 따라 각 학회가 중점을 둔 지점도 달랐다.
진경애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전문연구원
-
세미나 지상중계
제2회 오픈사회과학데이터 포럼
“열린 데이터의 공유가치 실현”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가 생산·축적되고 있다. 데이터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를 풀기 위한 핵심 자원이다. 이를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자원의 효과성 증가와 혁신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는 사회 구성원이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혜택을 공유하게 된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경험한 데이터 공유의 놀라운 혁신과 성과는 데이터의 공유 가치 실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서울대학교 한국사회과학자료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지난 2월 7일(화) ‘열린 데이터의 공유 가치 실현’을 주제로 제2회 오픈사회과학데이터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데이터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다. 제2회 포럼에서는 오픈데이터 실천을 위한 거버넌스 모델을 탐색해본 제1회 포럼에 이어 장기간의 추세와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시계열자료의 잠재적 가치 실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데이터 축적과 공유, 그리고 활용 방안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함께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포럼 1부에서는 국내외 시계열자료의 구축과 활용 전략에 대한 3건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2부에서는 김석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최연옥 통계청 차장, 손창균 동국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교수,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보지식공유센터장, 그리고 최성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 5명의 관계자가 참여하여 효율적인 시계열자료의 구축과 학술적·정책적 활용을 위한 조건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지난 2월 열린 ‘제2회 오픈사회과학데이터 포럼’ 종합토론 시계열자료의 새로운 가치 실현 방안 모색 첫 번째 주제발표를 한 신인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영국과 호주의 시계열자료 현황과 공유 생태계 구축 전략을 소개하고 1993년 한국가구패널조사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종단연구 자료가 생산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의 부재로 자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내 시계열자료의 새로운 가치 창출 전략을 모색할 시점임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적자원 시계열자료의 구축과 활용 연구의 배경을 소개하고, 인적자원 시계열자료의 구축은 인적자원 자료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가인적자원 개발의 실증적 근거자료로 활용됨으로써 자료의 효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였다. 마지막 주제발표는 이지은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맡았다. 이지은 전문위원은 그동안 노동패널조사팀이 참여해온 KLIPS-CNEF(Cross-National Equivalent File) 구축 사례를 소개하고, 패널자료 활용성 제고를 위해 데이터의 영문화·국제화 등을 통하여 패널자료의 국제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였다.포스터 데이터 공유와 활용의 과제 2부의 종합토론에서는 국내 시계열자료의 생산 환경과 활용성 제고 방안, 지원체계, 그리고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마련 등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동선 센터장은 패널조사 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있고, 자원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사회 전반에 패널자료 생산과 축적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패널자료 생산기관이 패널조사 활용성 제고를 위해 수행하는 다각적인 활동의 가치가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손창균 교수는 데이터 공유는 데이터 소유권, 통합 시 활용성, 예산 배분, 조사 주체, 자료 생산 결과에 대한 신뢰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중심으로 자료 생산기관 간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공동학술대회와 같은 공동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고, 플랫폼으로서의 통계청 역할 또한 중요할 것으로 보았다. 최성수 교수는 종단데이터의 가장 큰 사회적 수요 중 하나는 유아에서 성인까지 개인의 삶을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기 코호트 자료일 것이며,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관별로 분산된 자료의 공적 활용을 위한 협력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개별 연구기관의 경계를 넘어 패널조사의 공유·활용·협력을 지원하고자 데이터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회 차원에서 1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빅데이터 국회 협의회’를 구성하여 법적·제도적인 제한 요인들을 입법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하였다. 최연옥 통계청 차장은 통계청에서 다양한 주제의 등록부 자료를 구축하고 있으며 통계청, 통계개발원뿐 아니라 각 도메인과 방법론 전문가들의 협업에 기초하여 시계열자료 수요에 부응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하면서, 여러 기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유형의 자료 통합과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통계청의 위상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좌장인 김석호 교수는 오늘 포럼은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지식을 자산화하여 학술 연구와 정책 수립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앞으로 학계와 정부가 데이터 수집·구축·활용에 대해 함께 가감 없이 소통하는 관계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하였다. 열린 데이터가 지식 창출과 사회 혁신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생태계를 구성하는 연구자의 참여와 연구 지원기관, 그리고 정책 결정기관 등이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오픈사회과학데이터 포럼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혜란서울대학교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책임연구원
-
세미나 지상중계
2023년도 인문학 토론회
“‘학술기본법’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 인문사회 분야 R&D와 과학기술 분야 R&D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R&D에 지원이 치우쳐 있어 양 R&D 분야 사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유하곤 한다. 예산으로만 보아도 2022년 기준 정부 R&D 예산 총 29조7,770억 원 중 인문사회 분야 순수 예산은 3,271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1.1%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과학기술 분야의 R&D 지원은 헌법-과학기술기본법-국가연구개발혁신법,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을 근간으로 한 법적·재정적·행정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만, 인문사회 분야 R&D는 그렇지 않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연구사업도 20년 전부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이하 소관위)인 정무위원회에서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시작된 사업이었다. 그동안 인문정책에 대한 성찰과 고민, 대안 제시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해오고 있었으며, 『한국 인문학 정책연구: 성찰과 대안』, 『인문사회학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 도출』 등과 같은 인문정책연구총서를 발간한 바가 있다. 또한 2022년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 인문학 혁신의 방향’, ‘융합학문의 정착과 제도화’를 주제로 KAIST와 공동 심포지엄을 두 차례 개최한 바 있다. 인문정책연구사업 시행 초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더 나아가 사회 문명의 급격한 변화, 국가의 국제적 위상과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나타난 난제 해결을 위해 인문학적 성찰과 통찰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인문정책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들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미 정청래·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발의한 기초학술법안 두 가지 안이 소관위 심사 중으로 관심이 높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인문정책 거버넌스의 근간이 될 법제 구축을 위해 인문학의 사회 효용적 정의와 사회적 설득을 이끌어내고 인문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학술기본법’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여 4월 21일(금) 2023년도 인문학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이강재 서울대 교수(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의 사회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의 개회사와 공동 주최자인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의 환영사, 김종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지난 4월 21일 열린 ‘2023년도 인문학 토론회’ 단체 사진 김월회 서울대학교 교수는 발제에 앞서 국가 인문정책은 인문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사람다움과 연관된 활동 일반과 그 소산이며 학술적으로 인문학만을 가리키지 않고, 제반 학문과 문화·예술 등을 포괄한다고 했다. 학술기본법의 제정은 인문학의 진흥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개선에 영향을 주는 제도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학술기본법의 제정은 보편적 문명국가로서의 한국 구현, 선진국형 성숙성장 발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국가 인문역량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과학입국(科學立國) 개발 성장에서 과학흥국(科學興國)-인문경국(人文經國)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함으로써 선진국다운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학술의 두 날개를 갖추었을 때만이 흥(興)국이라는 과업을 달성할 수 있으며, 국가를 흥하게 하는 것은 물질적·물리적 부강함뿐 아니라 정신적·문화적 번영을 동시에 구현하고 누림을 뜻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필요성을 기반으로 한 학술기본법안은 국가인문정책 거버넌스 구축과 실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며, 현재 과학기술 분야와 같은 총괄적 기획과 정책 실행을 위해 국가기초학술자문회의, 국가기초학술정책연구원, 국가기초학술기획평가원, 한국기초학술진흥재단과 같은 거버넌스 예시를 제안하였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교수(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수(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는 과학기술 분야(99):인문사회 분야(1)라는 국가 연구지원 현실에서 인문사회계열 연구자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적인 상황이라고 하였다. 한국 학문의 문제의식을 담아 기초학술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법률 제정은 국가의 책무이며, 학문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어서 강성호 순천대학교 교수(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는 혁신의 원천인 고등교육과 인문사회 분야 지원에 대한 부족을 언급하면서 단기적, 부분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인문 학술 및 인문사회 학술 정책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전문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인문사회기획평가원(가칭) 신설을 제안하였다. 정병호 고려대학교 교수(前 전국사립대학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는 현재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 교육에 있다고 하면서, 인문 교육과 사회적 수요의 미스매칭 현상을 축소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기초학술-교육의 통합적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하였으며, 학술과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방향으로 디자인되었을 때 해당 법률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강태경 前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인문사회 학습의 핵심은 언어와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교사·강사 범위의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학부교육에 대학원생이 교육조교로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의 기획과 집행 이후의 평가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신진 연구자들의 의견을 흡수할 수 있는 창구의 개발이 필요하며, 정책입안자들이 자주 소통하면서 정책 의견을 받고, 연구자도 행정적·정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문단 또는 협의·협상 기구를 제안하였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정인 교수도 대학을 평가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학술기본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강재 교수는 ‘학술진흥법’의 확대가 필요한 것인지 ‘학술기본법’을 제정할 것인지를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초과학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는 인문학 토론회와는 별도로 2023년에도 「인문정책 거버넌스 구축의 이론적 근거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학술기본법이 제정을 포함한 인문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나가는 밑그림을 지원해가기 위해 국회, 전문가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김순종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장
-
세미나 지상중계
글로벌 복합위기와 평화통일체제
통일연구원 주최로 지난 3월 14일 전경련 회관에서 ‘글로벌 복합위기와 평화통일체제’라는 제하의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기획한 협동연구의 중간 결과를 공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회의는 보건·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파생된 위기 등 미증유의 글로벌 복합위기가 한반도 미래에 주는 함의를 찾고자 하였다. 글로벌 복합위기는 동북아시아, 남북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국의 통일정책은 근본적인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3대 공생 강화를 위한 노력이 관건 기조연설에 나선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글로벌 복합위기를 국제 체제와 한반도, 국내 체제의 3중 복합위기로 규정하였다. 하영선 이사장은 2050~2100년 한반도 주변 국제질서를 미중 전략 경쟁, 북핵, 국내 정치질서 등 세 가지 측면으로 전망하고 한국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였다. 향후 100년 내 한국의 입지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일차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완전 쇠퇴, 완전 부상하지 않는 국면이라는 판단하에 개혁개방하는 중국을 받아들이느냐, 봉쇄하느냐가 역내 차원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북한의 혁명통일에서 공생통일로 가는 새로운 셈법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국내적으로는 공생 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3대 공생 강화를 위한 집요한 노력이 한국의 과제라는 것이다.포스터 제1세션에서는 통일연구원 연구팀의 발표와 지정토론이 진행되었다. 이재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복합위기의 성격과 함의’를 주제로,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통일체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식량,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교역선의 다변화 노력과 식량문제의 남북한 협력도 제안하였다. 특히 남북 접경지대는 수십 년간 닫혀 있었기에 지뢰 피해, 질병의 원인이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접근 필요성도 지적되었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해가 나면 남북이 서로 인접하니까 긴급구호가 제일 중요하고, 재배 적지가 북쪽으로 올라간다면 남북이 더욱 협력할 여지가 있어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편 평화와 통일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로 인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평화통일체제의 노력은 북한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제협력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에, 당국에서 추진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어 민간 차원의 협력을 우선 추진함이 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입지 확대, 실리 제고의 통일 역량 대비 제2세션에서는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되었는데,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보았다.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보편가치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대미관계와 대중관계를 맞추어야 한다”라며 한반도 북핵문제가 가능한 한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란다면서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 실천적 평화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교수는 “평화통일체제는 핵을 넘어서지 못한 평화가 있느냐는 문제에 맞닥뜨린다”라고 지적하고, ‘연성복합통일론’을 소개하면서 “통일은 ‘엔드스테이트(end-state)’로 열어두고 연성적 상태를 가정하여 통일과 평화 간의 균형을 맞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교수는 이어 “비핵과 평화를 동시 추구해야 하고, 평화를 크게 가져가되 비핵화를 잊지 말자”라고 강조하며 비핵평화론을 폈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교수는 “시대적 변화와 대한민국 공동체 인식 사이의 괴리 혹은 지체”가 있음을 지적하고, 통일관이 민족 동질성론에서 실용적 접근으로 변화하는 최근 여론을 반영해 지금이 “튼튼한 기반 아래 합의된 새로운 형태의 접근법을 만들어갈 적기”라고 주장하였다. 이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듯한 양상을 비판하면서 “기후 위기, 전염병 등 미중이 필요로 하는 아젠다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의 공통점을 활용하여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글로벌 복합위기는 통일 문제를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통일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통일은 평화와 함께, 평화 위에서 추구할 성질이므로 국내·남북·국제 등 3차원의 협력을 동시에 전개하는 것이 한국의 일관된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중, 미러 대결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동맹관계를 강화·발전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다자협력을 병행해 한국의 실리를 제고하고 입지를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컨대, 글로벌 복합위기는 한국이 국내외적으로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고, 그 과정에서 민족과 세계에 동시에 기여할 보편주의적 통일을 대비할 역량을 갖추어가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제2세션 라운드테이블
서보혁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연구위원
공감과 공간
더보기-
세종FOCUS
특별한 하루를 만나러 오세요
세종예술의전당은 지난 3월 개관 1주년이 되었다. 1년을 봐도 하루가 같은 날이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매일 새로울 것 같다. 공연장 로비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이, 방문하는 관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의 기대와 설렘, 감동은 같다. 이 모습들이 항상 공연장을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안팎으로 볼거리가 풍성한 공간 세종예술의전당을 방문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산책! 공연장 부지를 크게 한 바퀴 돌아보면 정말 다채롭게 꾸며놓은 조경과 그 사이 휴식 공간들이 공연장 안에서 바라본 풍경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특히 날이 따뜻해지면 물에 비친 풍경을 찍는 반영 샷이 일품인 거울 분수를 만날 수 있다. 물이 차오른 분수에 밤이 되면 나타나는 야경, 그 풍경은 꼭 추억으로 남기고 돌아가길 추천한다. 새로움을 찾는 분께 추천하는 사운드 이머시브 공연 세종예술의전당에서는 이번에 아주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면 5월엔 세종예술의전당을 꼭 방문해 보자. 5월 16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하는 “사운드 이머시브 씨어터 과 ”는 영국의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 가 만든 체험형 공연으로, 시각이 사라지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모든 감각과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는 사실에 기초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세종예술의전당에서는 ‘영혼과 대화하는 자들의 모임’(고스트쉽),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는 방’(코마)을 테마로 진행한다. 이번 공연으로 초현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보는 건 어떨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날,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준비한 공연을 만나보길 소망한다.
-
내마음의 들꽃 산책
향기로운 붓꽃에서 영감과 위로를
붓꽃 이름도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 꽃입니다. 붓꽃이라는 이름은 꽃봉오리가 먹물을 찍은 붓과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봄이 무르익어 이 땅의 산자락 어딘가에서 혹은 공들여 가꾼 우리 꽃 정원에 자리 잡고 피어난 붓꽃을 만나면 그 특별하고도 고고하며 아름다운 자태에 모두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우리 꽃은 수수하다고 하지요. 한데 어디 붓꽃만 할까요. 풍성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화려하지만 현란하지 않고 기품 있는, 참으로 멋진 우리 꽃입니다. 부채붓꽃 자생하는 붓꽃 여신 헤라의 예의 바른 시녀인 아이리스에게 주피터는 집요하게 사랑을 요구하였습니다. 아이리스는 자기 주인을 배반할 수 없어 멀리 보내 달라고 부탁하였고, 헤라는 무지개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후 아이리스가 무지개다리를 통해 왕래할 때, 물방울이 떨어진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아이리스랍니다. 그 때문인지 촉촉한 봄비가 내린 후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싱싱하게 피어오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보라색 꽃의 꽃말은 비 온 뒤에 보는 무지개처럼 ‘기쁜 소식’이고, 노란색 꽃은 꽃말이 슬픈 소식, 흰색은 사랑입니다. 봄이면 우리나라에는 보랏빛 꽃송이가 신비스러운 붓꽃을 비롯하여 산에서 자주 만나는 키 작은 각시붓꽃과 금붓꽃,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특산 식물 노랑붓꽃, 희귀식물에 속하는 부채붓꽃·노랑무늬붓꽃·솔붓꽃·물가에 자라는 부채붓꽃·꽃창포 등이 핍니다. 모두 한 집안 식물들이지요. 이러한 붓꽃 집안을 통틀어 부르는 학명인 동시에 영어 이름이 많은 분에게 익숙한 아이리스(Iris)입니다. 붓꽃 집안 식물은 꽃잎에 무늬가 있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무지개 여신의 이름을 붙여주었다네요.각시붓꽃 붓꽃은 국립세종수목원을 상징하는 식물의 하나입니다. 상징적인 사계절 온실이 기후 특성으로 3개의 나뉘었는데, 그 모습이 화피(花被) 세 장인 붓꽃을 형상화하였다고 해서입니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매년 붓꽃 축제를 합니다. 이번 봄에도 우리나라의 사라져가는 희귀 종을 수집·보전하고 있는 정원을 소개하고, 국제 심포지엄도 열며, 『붓꽃의 인문학, 붓꽃이 그려낸 시간』이란 귀한 책도 발간하였습니다. 전 세계 수십 종류의 아름다운 붓꽃 길을 걸으면서 기부도 실천하는 ‘꽃길만 걷자’라는 나눔 행사도 개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