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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협력의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코리아 포럼

국제협력의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코리아 포럼 대표이미지
  • 일자 2020년 04월 09일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

핵심요약

  •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우리 정체성 소통을 위한 플랫폼 의미
  • 비정부 차원의 국제협력은 외교의 전통적 패러다임 변화
  • 균형 있고 자율적인 중견국 한국 외교와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

주요내용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 


금세기에 정체성에 기반을 둔 정치가 다시금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세기와 다른 점은 민족주의에서처럼 비단 특정 국가나 민족의 집단 정체성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극우 포퓰리즘(Populism), 백인 우월주의와 같이 인종, 종교, 종파, 문화와 같은 본원적 정체성에 근거한 정치적 집단행동도 분출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한정적 정체성을 뛰어넘어서 환경이나 기후변화, 이주민 문제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자리매김하는 현상 역시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정체성의 정치가 발현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공공외교를 포함한 국제협력은, ‘우리 국가/민족 정체성을 국제사회와 소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이익을 증진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제협력의 과정에서 우리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 ‘어떤 요소’를 소통할 것인지, 또한 이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민족이나 언어, 문화, 역사와 같은 본원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공공외교나 국제협력의 경우, ‘우리가 누구인가(Who we are)’를 알리고 소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나 규범(What we stand for),’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역할’과 같은 관념적·구성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국제협력이 오늘날 정체성의 정치의 시대에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국제협력을 통해서 알리고자 하는, 소통하고자 하는 ‘우리’의 요소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누구인가를 넘어서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나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다양한 집단 정체성이 발현하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 국제협력을 통해서 우리 정체성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의 의미를 지닌다. 


<사진> GKF 기관 방문(KDI 국제정책대학원) (’19.11.28.)


국제협력의 추세 - 통합외교와 포괄적 관여

오늘날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으로 외교와 국제협력 분야에서 ‘국민’ ‘시민’의 힘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전통적 정부 간 외교와 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 간 차이가 급속히 희석되고 있는 ‘통합외교(integrative diplomacy)’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교는 더 이상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며 정부 차원의 상호작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대국 정부뿐만 아니라 상대국 국민들을 비롯한 비국가행위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고, 자국민 역시 외교의 주체, 외교의 파트너로서 부상하고 있다. 정부 차원과 더불어 비정부 차원의 국제협력은 오늘날 외교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교의 전통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있어서도 여러 분야의 정책을 통합하여 접근하는 이른바 ‘포괄적 관여(comprehensive engagement)’ 접근이 두드러지고 있다. ‘포괄적 관여’는 특정 가치에 기반을 둔 가치 외교, 정무·안보, 경제, 개발 협력, 군사, 공공외교 등 여러 분야를 통합하여 일관된 주제 또는 외교정책 정체성 하에 함께 패키지로 상호 연계를 맺으면서 지속성을 갖고 시행하는 외교적 접근을 의미한다. 1970년대 이래 일본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정책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세 가지 차원에서 상호 연계된 외교정책, 즉 평화외교와 더불어 무역-투자-원조가 조화를 이루는 경제외교, 그리고 쌍방향 교류에 초점을 맞춘 문화외교를 결합하는 접근으로 특징지어진다. 중국 역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발도상국들을 주로 원자재의 공급 및 제조업 상품의 시장으로 보았던 데 반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과 함께 ‘중국식 특색을 가진 대국 외교’라는 기치 하에 이들 국가에 대해서 정치, 안보, 경제, 문화 및 군사적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을 시행하고 있다.   

통합외교와 포괄적 관여 접근은 무엇보다도 각 분야 접근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theme)’ 하에 각 분야를 아우르는 사전 기획과 준비, 그리고 조정이 요청된다. 


세 가지 플랫폼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글로벌 추세의 맥락에서 한국의 국제협력을 위한 글로벌 코리아 포럼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 세 가지 플랫폼 역할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의 정체성에 관한 공론화와 실천적 사례 연구를 위한 플랫폼이다.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무엇보다도 ‘한국인’론의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서 외교정책과 국제협력의 요체가 될 우리 정체성에 자리 잡은 핵심 가치와 규범,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역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장으로 역할 할 수 있다. 핵심 가치와 역할에 대한 합의가 형성되면, 이를 요체로 하는 담론과 내러티브(narrative)를 구성하여 국제협력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발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국력은 단순히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하드 파워 외에도, 누구의 스토리가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가 하는 담론의 소프트 파워에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정체성에 자리 잡은 가치와 규범 요소들을 외교의 전면에 내세우는 가치외교가 급부상하는 이유이다. 이와 같은 담론과 소통의 소프트 파워는 강대국이 아닌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 하드 파워로 벌어진 강대국들과의 격차를 소프트 파워로 상쇄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남갈등으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분열된 정치적 정체성을 감안할 때, 국제협력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평화와 포용과 같은 중립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합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소통과 담론의 소프트 파워에 관한 타 국가들의 사례들을 연구함으로써 이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유용한 함의를 도출해내는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국제협력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관들 간 소통과 협업, 그리고 조정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포럼은 해외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들의 상호 학습과 대화, 토론의 마당으로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협력 활동을 위한 공동의 비전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 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협동 사업을 기획하는 장으로서 역할 할 수 있다. 글로벌 코리아 포럼의 이와 같은 기능이 정부 차원의 외교정책과 연계될 때, 특정 대상 국가나 지역에 대한 포괄적 관여 접근을 위한 국제협력 분야별 기획과 조정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신남방정책이나 신북방정책, 나아가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을 뒷받침하는 민관 협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신(新)지역주의’ 중견국 외교를 위한 플랫폼의 역할이다. 여기에서 지역주의는 단순히 지리적인 의미의 지역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다시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는 지리적인 완충이 아니라 가치와 규범 차원에서의 완충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를 중심으로 점차 자유주의 대(對) 반(反)자유주의로 ‘가치의 진영화’가 형성되고 있는 국제적 맥락에서, 평화와 포용과 같은 중립적 가치와 규범을 중심으로 강대국들 간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가치의 완충 지대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오늘날 심화되어 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와중에서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경합이나 패권을 거부하는 지역, 어느 특정 강대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강대국으로부터도 자율성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지역으로서의 의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곧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군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국제기구나 경제적 방법을 포함한 비군사적인 외교적 방법을 통해서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공히 자율성을 확보하는 ‘연성균형(soft balancing)’을 의미한다. 셋째, 신지역주의는 중립적 가치와 규범을 핵심축으로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 경쟁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형성하고 공조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인해서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의 연대와 집단행동의 문턱이 혁신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국가 간 연대와 공조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이와 같은 한국의 정체성 도출, 민관 협력, 그리고 신(新)지역주의라는 세 가지 플랫폼으로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서 균형 있고 자율적인 중견국 한국 외교와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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