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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INSIGHT] 한국판 뉴딜은 교육혁신의 촉매체가 될 것인가?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ISSUE&INSIGHT] 한국판 뉴딜은 교육혁신의 촉매체가 될 것인가?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실장

주요내용

손찬희 실장

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기획실장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상기하게 된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이 상황을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대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하니 말이다. 위기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큰 시대적 흐름과 당위성에 집중하게 하는 것 같다. 교육, 특히 교육혁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라는 시대적 당위성에 더해, 코로나19 상황은 교육혁신의 당위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판 뉴딜을 계기로 다소 지지부진했던 교육혁신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으로 연결시켜야 할 때다.


코로나19 이전 교육혁신의 화두: 유연성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의 절박성을 느끼는 이유는 과거 1~3차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사회 전반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우리에게 혁신적인 변화와 그에 대한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지능정보기술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핵심 화두는 ‘유연성’이다.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성공의 열쇠는 ‘유연성’으로,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 교육시스템, 사회기반시설과 법적 시스템을 가진 경제권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캠퍼스없는 대학’을 표방하는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은 국내외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점에 세계적인 혁신 대학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의 맥락에서 이 대학이 우리에게 주는 고민은 우리는 ‘왜 캠퍼스없는 대학이 없는가?’가 아니라 ‘왜 이러한 대학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제도의 유연성이 없는가?’이었다고 본다. 우리도 교육에 있어 유연성’이 필요함을 이미 알고 있다. 현행 초·중등학교 교육과 정 편성·운영 기준에 ‘유연성’이 명기된 것과 고교학점제 도입을 계기로 학교밖 지역사회 등에서의 비형식·무형식 학습을 교육과정 이수로 인정하려는 접근, 나아가 비형식·무형식 학습을 통한 학력인정제도의 도입은 그 예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변화: 유연성의 필요성 체감

우리가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변화는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등교’라는 코로나19 상황이 만들어 낸, 일종의 신조어로 대변할 수 있다. 감염증 상황 초기, 학교 개학을 일정 기간 연기하면 해결될 것 같았지만 이내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을 비대면·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악화되면서 학생도, 교사도, 그리고 학부모도 큰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교육체제 전반의 취약한 영역이 드러나게 되었다.

우선 온라인을 통한 학교 수업을 위해 필요한 제반 인프라 부족의 현실이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예산 투입과 관계부처 및 기관의 협조로 전면 온라인 수업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추고 나니, 교사와 학생, 그리고 재택수업으로 학생 지도의 역할을 지게 된 학부모의 디지털 준비도(digital readiness) 부족의 현실도 드러나게 되었다. 또한 디지털 준비도와 함께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역량의 차이로 인한 학력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대에 뒤쳐진 ‘學歷(학력)’관에 기초한 학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의 여전한 ‘경직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작금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불가항력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의 실질적인 성취와 역량, 즉 ‘學力(학력)’에 기초한, 그리고 플립러닝 등 온·오프라인을 병행·혼합하는 교육과정 운영의 일상화가 진작 이루어졌다면 지금보다는 덜 혼란스러운 대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코로나19와 같은 급박하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교육과정에서 정한 학년별·교과별 이수시간(또는 단위), 40~50분의 단위 수업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없었다면, 그리고 평상 시 플립·혼합학습의 일상화로 최소한의 디지털 준비도와 자기주도학습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것은 초기의 혼란과 경직성을 벗어나 보다 유연한 대처로 온라인 개학 및 등교 상황에서도 교육과정 운영 전반의 안정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혁신의 화두는 유연성이다.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변화는 교육시스템 전반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경험적으로 체감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의 유연성 확대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판 뉴딜과 교육혁신

저성장·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국가적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과 그린(Digital & Green) 분야 중심으로 추진하고, 이를 고용·사회안전망과 사람투자를 포함한 안전망 강화로 뒷받침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서 교육 분야는 아래의 표와 같이 디지털 뉴딜의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과 안전망 강화의 ‘사람투자’ 분야에 반영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그린 뉴딜의 타 과제와 융합하여 ‘그린 스마트 스쿨’로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과제의 하나로 추진된다. 그린 스마트 스쿨은 안전하고 쾌적한 녹색환경과 온·오프라인 융합 학습공간 구현을 위해 전국 초중고 에너지 절감시설 설치 및 디지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판 뉴딜 속의 교육 관련 분야 추진 전략 및 과제는 교육을 통한 국가의 지속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이 실질적인 교육혁신의 기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린 스마트 스쿨’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0로 인한 온라인 개학 및 등교를 경험하면서 물리적 인프라 부족을 경험한 당연한 결과이나, 이는 교육혁신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교육혁신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기반, 즉 하드웨어를 구축한다면, 이를 교육혁신을 위해 수용하려는 문화와 교육혁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휴먼웨어’가 수반되어야 한다. 학내 WiFi망 구축을 예로 들어보자. 학교 내 WiFi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PC·노트북은 물론, 다양한 퍼스널·모바일기기를 교수·학습을 위해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모바일기기 접근과 활용에 제약을 둔다면, PC·노트북 활용이 컴퓨터실 등 제한된 학교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면 WiFi망 구축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그리고 WiFi망을 활용해서 가르치고 공부하고자 하는 교사와 학생의 동기도 점차 저하되고, 새로운 WiFi망과 PC·노트북 등은 학교에서 잠자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인프라 중심의 한국판 뉴딜은 과거 학교 정보화 사업이 어떤 성과를 가져왔고 어떤 개선 사항을 남기고 사라졌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판 뉴딜에 안전망 강화 차원의 ‘사람투자’가 포함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판 뉴딜은 이번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본다. 하드웨어 중심의 뉴딜에 이어, 이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주체로서 유연성을 갖춘  ‘휴먼웨어’에 초점을 둔 뉴딜을 준비해야 한다. 다음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사람투자에 보다 집중하는 교육을 포함한 ‘한국판 휴먼뉴딜’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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