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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판 뉴딜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미래정책 포커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판 뉴딜 대표이미지
  • 일자 2020년 10월 12일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주요내용

유종일 원장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코로나19 바이러스, 만만치 않은 적이다. 확산과 거리 두기를 반복하면서 국민은 지쳐 간다.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1년 혹은 그 이상을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대가 아니다. 바로 지금부터 보다 안전하게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뉴노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팬데믹 이전과는 매우 다른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도국가가 되기 위하여 시작한 변화 프로젝트, 아니 대전환 작업이 바로 ‘한국판 뉴딜’이다. 


예고된 재앙과 예정된 변화 


코로나19는 블랙스완이 아니다. 예고된 재앙이다. 많은 연구자의 저서가 환경파괴로 인한 인수공통 감염병의 증가를 지적하고,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특정하여 위험을 경고하였다. 빌 게이츠의 2015년 TED 강의나, 컨테이전(Contagion)을 비롯한 팬데믹 영화들도 있었다. 미 중앙정보국도 2019년의 세계위협평가보고서에서 “미국과 세계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하고 세계 경제를 강타할 독감 팬데믹 혹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맞이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하는 등 매년 팬데믹 위험을 경고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예고된 재앙이듯,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들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예정된 변화들이 가속된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직접 느끼는 변화는 비대면, 소위 언택트 서비스의 급증이다. 쇼핑, 회의, 강의, 공연까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사실 언택트라는 한국적 신조어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처음 소개된 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씨름해 왔다. 

다음으로 두드러진 변화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본격적 대응의 시급성이 부각된 점이다. 바이러스의 경고와 함께 봉쇄가 환경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빈발하는 기후재앙들이 위기의식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지구 온난화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직전 2019년은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전세계 청소년들의 항의 시위와 유럽의 ‘그린 딜(Green Deal)’까지 구체적 행동이 가시화된 해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시장과 공동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지난 40년간 세계는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 만능주의라는 경제 패러다임을 추종했다. 그런데 각국 정부가 팬데믹 및 경제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신자유주의의 시장 만능과 작은 정부 맹신은 국가의 귀환과 공공성의 재발견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국경이 없어지고 온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경제를 꿈꾸었던 초세계화의 흐름도 생존 위기가 촉발한 자국 이기주의에 무릎을 꿇었다. 시장 만능주의가 낳은 극심한 불평등이 팬데믹으로 더욱 증폭되는 현실에서 불평등 문제에 대한 정책 대응이 핵심 의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 패러다임의 몰락도 사실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여는 열쇠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변화들이 예정된 변화라고 해도 그 종착점은 알 수 없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서유럽에서는 농노제의 해체와 이어지는 근대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나 동유럽에서는 오히려 농노제기 강화되고 발전이 지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포용적 사회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제대로 이루어내야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가 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 경쟁의 문제만은 아니고, 그 미래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도 아니다. 인공지능이 정신노동을 대체하면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는 것은 아닌지,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감시자본주의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데이터 보안을 지키고 악성 거짓 정보 유포를 막아낼 수 있을지 등의 우려가 존재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유토피아가 올지 디스토피아가 올지 알 수 없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디지털 전환, 불법적 감시와 거짓 정보로부터 인권과 공동체를 지켜내면서도 디지털 기술의 효율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는 나라가 진정한 선도국가가 될 것이다. 

녹색 전환도 디지털 전환처럼 기술과 사회제도, 그리고 삶의 방식까지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성공할 수 있다. 경제를 희생해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 기술과 제도를 바탕으로 더욱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면서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도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특히 녹색 전환을 위한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팬데믹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녹색 회복(Green Recovery)’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녹색 전환에 실패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명함도 내밀 수 없을 것이다. 포용적 사회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시장과 공동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 이를 바탕으로 국내적으로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면서 국제적으로는 정치적으로 매개되고 조절된 인간적인 세계화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의시대를 이끌어갈 역량을 기르고 관련된 일자리를 만드는 일부터, 사회안전망과 공공서비스 및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일, 그리고 국내 시장은 물론 대외 개방과 관련해서도 포용과 혁신의 조화를 위한 적절한 규제를 도입하는 일까지 포괄한다. 이로써 불평등의 증폭, 국가에 의한 시장의 억압과 폐쇄적 자국 우선주의 등 퇴행적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의 미래


한국판 뉴딜은 바로 이러한 3대 전환의 과제에 대한 정부의 답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공공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관점에서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입해서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경제위기극복 정책이다. 동시에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선도형 경제를, 그린 뉴딜을 통해 저탄소 경제를, 그리

고 안전망 강화를 통해 포용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작년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제안한 전환적 뉴딜과 거의 일치한다. 전환적 뉴딜의 한 축인 휴먼 뉴딜의 내용인 역량과 고용, 안전과 복지를 거의 반영하면서도 명칭은 안전망 강화라고 한 점과 대전환을 강조하기보다는 발전전략으로서 뉴딜을 제시한 것이 약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코로나19나 그로 인한 변화의 과제들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아직 한국판 뉴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부족하고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명확한 목표와 상세한 실행계획이 부족하고, 과감한 제도개혁이 보이지 않으며, 국민의 참여에 기초한 상향식 정책혁신의 관점이 약하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급하게 만들어진 계획이니 완벽할 수는 없다. 첫술에 배부르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족한 점은 이제부터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대통령께서도 한국판 뉴딜은 ‘진화하는 계획’임을 천명한 까닭이다.


미래정책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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