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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SSUE&INSIGHT: X이벤트 ⑤] 초불확실성 시대의 극단적 사건과 미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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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INSIGHT: X이벤트 ⑤] 초불확실성 시대의 극단적 사건과 미래전략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주요내용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1977년 출간된 그의 저서 에서 1970년대의 상황을 불확실성의 시대로 규정한 바 있다. 이후 40년이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Berkely)의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현재 세계는 불확실성을 넘어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이켄그린의 주장대로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우리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코로나19를 포함해 2019년 9월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규제, 최근의 수에즈 운하 화물선 좌초 등은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국내 산업과 국제 무역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온 사건들이다. 


초불확실성의 도래

대한민국은 어느 사회 보다 급변하는 환경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극단적 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연재해는 대한민국이 직면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극단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관측 한계를 뛰어넘는 폭우, 폭설, 태풍 등의 풍수해, 지진, 원전사고, 블랙아웃, 백두산 폭발 등이 가져올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그 어느 사회보다 높은 한국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는 기술 진보가 가져올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인 영향과 사회적 역동성으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정치적·사회적인 극단적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대한민국이 직면할 수 있는 미래의 극단적 사건으로 자연재해 측면에서 ‘지진과 연계된 원전사고’,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국의 봄(중국의 민주화 혁명)’과 ‘미국의 고립주의 전환’을 살펴볼 것이다. 이들 사건들은 비록 예측이 어렵고, 발생 가능성도 낮지만 발생시에 대한민국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들이다.  


한반도 대지진과 원전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진도 5.8에 해당하는 지진으로, 한반도의 지진 역사중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다. 2017년에도 포항 일대에서 진도 4.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가져온 바 있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여러 차례 지진을 언급하고 있으며, 여러 사료들을 종합하면 지난 2000년 동안 규모 한반도에서 6.0의 이상의 대형 지진은 약 20회, 5.0 이상의 지진은 약 350회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지진의 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더불어 지진으로 인해 대형 복합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가 원전시설의 붕괴이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상당수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한반도 동남부에 집중되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8년 이래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월성, 고리 등 국내 원전 반경 30 킬로미터 이내에서 지진이 일어난 횟수는 모두 2백 번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들 원전들은 6.5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되어있다. 그러나 한반도에 7.0 이상의 강진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이 동남부 지역에 강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다면 원전 붕괴라는 2차 사고로 이어지면서 끔직한 대형 재난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세기 대재앙 중에 하나가 1986년 구(舊)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가져온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체르노빌 인근 수 천개의 마을이 방사능의 피해를 입었으며, 방사능 물질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직간접적인 인명피해만 300만명에 달한 인류가 그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형 재난이었다. 특히, 사고 당시 불었던 남동풍의 영향으로 체르노빌과 인접해 있던 벨라루스에 방사능 낙진이 집중되었으며, 지금도 국토의 23%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중인 발전용 원자로는 모두 442기이며, 그 중 20% 88기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전 65기 가운데 40%인 27기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36기를 포함하면 총 63기의 원전이 가동될 예정이며,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총 100기의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중국에서 가동·건설 중인 원전 대부분이 원전 운용에 필요한 안정적인 냉각수 공급을 받기위해 한반도와 가까운 동부 해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진 진앙지가 원전이 밀집된 동해안을 따라 위치해 있다는 점도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한반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 특히, 산동성 웨이하이와 스아오완에 위치한 원전은 아시아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스다오완은 한반도와의 직선거리가 170여㎞에 불과하다. 만약, 중국에서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다면, 편서풍의 영향으로 인해 사흘이면 그 여파가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봄 (중국의 민주화 혁명)


2010년 경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아랍의 봄’이라고 하는 대규모 민주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한 아랍 국가들의 시민들은 오랫동안 독재와 전재군주, 인권 침해, 정부의 부정부패에 신음해 왔으며, 이러한 불만이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상에서의 시위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한 시민 저항 운동으로까지 발전하면서 몇몇 국가들은 정권이 교체되기까지 했다. 


현재 세계 패권국가로의 지위를 노리고 있는 중국에서도 아랍의 봄과 유사한 공산당 1당 독재에 대한 저항과 민주화 운동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1989년에 ‘천안문 사태’로 알려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학생과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을 규탄하면서 정치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였으나, 중국정부의 무력 진압과 대규모 유혈사태로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후 지난 30여 년간 중국 정부는 언론 통제와 인터넷 검열 등을 통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 반하는 활동들을 엄격한 감시와 통제를 이어오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몇몇 전문가들은 중국에서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성장이 민주화를 이끌 것이는 예측을 해왔다. 시민들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 보다 많은 자유와 권리를 갈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발전의 단계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 또한 급격히 덩치를 불린 중국의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한적이나마 민주화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경제적 활력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 한편, 중국 지도부는 민주화가 가져올 사회적 혼란과 분열, 이로 인해 그 동안 쌓아올린 경제적 성취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한 인지하고 있다.   


중국의 봄이 언제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황은 충분히 무르익어가고 있다. 당국가체제와 일당지배체제로 대표되는 중국 정치사회 시스템은 내부의 모순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현재의 중국체제로는 시장 경제를 근간으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경제규모를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각종 부작용들과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 시민들의 불만과 보다 많은 자유에 대한 갈망은 민주화 혁명을 위한 ‘화약’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화약이 어떠한 뇌관, 또는 촉매를 통해 시민 저항과 혁명으로 이어지고, 또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봄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정치경제 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일대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 민주화 혁명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그 파장이 가져올 시나리오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명예로운 고립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종언 


19세기 영국의 외교철학 가운데 “명예로운 고립(splendid isolation)” 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바깥 세상에 문들 걸어 잠그는 수동적인 쇄국의 의미가 아니라, 세계의 힘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자 하는 균형자의 역할을 강조한 외교철학이다. 세계 패권국가로서 영국의 균형자적 위치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에 의해 대체되어 지금까지 그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0여년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보다는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적극적인 ‘관여’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불만이 미국 내에서 점차적으로 쌓여하고 있는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2위에서 10위까지의 국방비와 맞먹은 천문학적인 군사비 지출이 미국의 ‘경찰국가’로서의 역할 지속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前 대통령은 미군의 임무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의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만 싸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록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했지만, 7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이러한 트럼프를 선거에서 지지했다.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언제든지 미국에서 또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자유 무역과 자본 및 노동의 이동에 제한을 가져올 수 있으며, 기존의 세계 안보 질서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고립주의는 세계의 번영과 안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이 국제문제에 관여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나 중국이 그 빈자리를 채우려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한국 등 아시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거나 동맹국을 포기한다면, 이들 나라들은 결국 중국에 편승할 수 밖에 없다. 일본과 인도는 중국에 대항에 군사력을 증강시킬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아시아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과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920년대와 30년대 미국은 고립주의를 지향하면서 보호무역주를 강화하였으며, 이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블록화와 세계 대공황을 촉발시켰다. 주지하다시피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현 질서를 바꾸고 싶어하는 세력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과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결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새로운 세계 질서의 재편을 원하는 국가들에게 잘못된 싸인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세계 대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은 아닐지라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등에서의 군사 충돌과 같은 국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초불확실성 시대의 미래전략: Agilience


위험·위기·재난의 상시화는 전 세계적으로 ‘방재(resistance)’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아무리 방재에 힘을 쏟는다고 모든 재난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인식 하에, 십 수 년 전부터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리질리언스는 위기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시, 피해를 단순히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이전 보다 더 향상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리질리언스’만으로는 초불확실성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사건에 기민하고, 민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agile’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초불확실성 시대에 국가사회가 키워야 할 핵심 역량은 위기시의 기민함과 위기를 통해 시스템을 향상시킬 수 있는 ‘Agilience (agile + resilience)’가 되어야 한다. 즉, 에질리언스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울러, ‘agile’한 역량은 선제적인 사고와 대비, 즉 전략적 미래예측과 연계되어야 제대로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미래를 정확이 예측할 수는 없으나, 변화의 징후는 분명히 존재하며, 탐색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위기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시, 단순히 피해 이전의 복원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향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해당 콘텐츠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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