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 지역 협업에 앞장서는 한국 싱크탱크 리더 기고

지방시대의 싱크탱크가 마주한 개혁 과제

김일재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2023 봄호

국가행정이나 지방행정은 다양한 요소와 시각이 어우러지면서 융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복잡한 환경에서 공공조직이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높은 성과를 이루려면 기관 간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공분야의 싱크탱크도 마찬가지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자치분권, 지방행정혁신, 지방재정경제, 지역균형발전 등 각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들은 각자 전문성을 고려하면서도, 기관 내외부의 다른 분야 연구진 간 횡적 협업을 통해 현장감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힘쏟고 있다. 이 외에도 지방소멸, 기회발전특구 등 지역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중앙부처 산하 연구원들과의 협업 필요성 또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방시대’를 천명하면서 지역 중심의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시대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출연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과기연) 소관 연구기관과 지방연구기관의 상호작용 체계와 역할에도 혁신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정책 파트너로서 지방 싱크탱크를 육성해야

지방시대를 맞아 출연연구기관의 정책 파트너로서 지방 싱크탱크 육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경사연, 과기연 등과 함께 새로운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되어 지방시대위원회의 운영이 궤도에 오르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필요한 점과도 맞물려 있다. 지방 싱크탱크들을 육성하고 지방연구기관-중앙연구기관 간, 그리고 지방연구기관-중앙 부처와의 협업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시도연구원협의회를 뒷받침할 사무기구를 상설화해야 한다. 「정부출연기관법」과 「과기출연기관법」에 따라 상설 사무기구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운영되고 있다. 양 연구회는 상설 사무기구 설립의 법적 근거가 명확히 마련되어 있어 연구 품질 제고는 물론 연구원 간 협력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체계는 매우 미약하다. 「지방연구원법」에 근거한 시도연구원협의회가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협의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설 사무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협의회 회칙에 의해 각 연구원의 기존 조직에서 순환제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연구원협의회의 회장은 시도연구원 원장들이 1년 단위로 돌아가면서 맡고 있으며, 회장이 속한 연구원에서 1년간 사무소의 실무역할을 담당한다. 새로운 사업 발굴과 중장기적 사업 구상이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지방연구원법」에 시도연구원협의회를 지원할 수 있는 상설 사무기구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 사무기구가 간사 역할을 맡도록 개선해야 한다.

정책 반영을 위한 정례화된 소통 채널 마련

중앙 부처가 계획하는 지역 관련 사업 수행을 위한 출연연구기관과 지방연구기관 간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책연구원이 국가정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방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나 공동 포럼, 세미나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방소멸 이슈의 경우 국책연구원에서 수행하는 개별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지방연구기관들과 함께 공동 토론 등을 기울일 때 독자적 연구에서 살피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고 정책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

지방연구 결과를 중앙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정례화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즉 지방연구기관, 국책연구기관, 중앙 부처 간 소통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자체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중에는 중앙 부처의 법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중앙 부처와 논의할 사항이 많음에도 현재 중앙 부처 주도로 지방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를 경청하고 토론하는 기회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연구와 정책 간 연결고리가 미약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혹은 국정과제위원회(지방시대위원회 등) 주관으로 연 1~2회 관계 부처와 경사연-과기연-시도연구원 간의 정례적 협의회를 개최함으로써 지방연구와 정부 정책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정책 개선에 크게 기여한 우수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부 포상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지방행정 디지털 집행전’을 만들자

매년 지방 관련 각종 연구자료와 통계자료 등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 부분적으로 지방 연구보고서·지방 통계자료 및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군데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없다. 지방 자료 관련 통합 플랫폼이 미흡하다. 중앙부처, 중앙부처와 지자체 산하 연구원들이 보유한 지방 관련 연구 결과와 지방 관련 데이터 등을 종합하여 지방시대에 걸맞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寶庫)인 가칭 ‘지방행정 디지털 집행전’을 만들면 어떨까. 정부 산하 연구원 혹은 지자체 연구원의 지방 연구보고서, 각 지자체의 행정 우수사례, 지방 관련 통계 DB, 학회의 학술행사에서 발표된 학술자료 등을 축적해야 한다. 통합 플랫폼을 통해 빅데이터를 통한 분석을 가능케 하고 그래픽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토론회나 일반 국민 대상 빅데이터 경진대회를 통해 지역 활성화 관련 아이디어를 모을 수도 있다. 제대로 구축·운영하면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닐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 연구 결과와 지방 통계자료 등을 통합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신설 지방시대위원회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된다는 점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NABIS)을 확대함으로써 이러한 취지에 맞게 전면 개편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새로운 혁신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싱크탱크의 개혁을 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더욱 나아지는 새로운 지방시대를 여는 풍성한 결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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