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4년의 대한민국과 세계 - 경제위기

고물가·고금리·고부채 경제 불안의 삼박자

정규철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2023 겨울호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며 디플레이션 논쟁까지 있었다는 점에서 거시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통화·재정·금융 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에 유동성을 대규모 공급했던 것이 고물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물가 현상이 심해졌다. 2022년 7월에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훌쩍 넘어선 6.3%까지 상승했다. 2023년에도 인플레이션은 3.6%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는 여전히 고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동성 공급을 급속하게 늘렸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고 충분한 유동성 공급은 불가피했으나, 그 후유증인 고물가 현상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물가가 오른 만큼 명목소득이 오르지 않아서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국민 생활이 곤궁해졌다.

<그림>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2010, 2013, 2016, 2019, 2022년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물가안정목표 그래프

*주: 음영은 물가안정목표를 의미 *자료: 통계청

고물가·고금리의 압박과 부정적 영향

통상 인플레이션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과다하면 상승한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만 생기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수 있다. 고물가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위기에서 0% 정도로 내렸던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급속히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인상했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겹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모두 둔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우리 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 대부분에서도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대외 수요가 둔화하면서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우리 경제는 1%대 초중반의 낮은 성장세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2%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경기가 둔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외건전성이 지킨 경제 불안

국가별로 경기와 물가 상황이 달라서 기준금리 수준도 다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3.5%)보다 2%p 정도 높다. 우리 경제는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었기에,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금융시장에 가시적 불안은 발생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대외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점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대외금융자산보다 대외금융부채가 더 많았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순대외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초과했다. 특히 단기 대외부채가 많아서 금융시장 충격에 취약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우리 경제는 대외금융부채보다 대외금융자산이 더 많은 순대외자산국이 됐다. 2022년 이후 순대외자산이 GDP의 40%를 초과하고 있으며, 단기 대외부채도 많지 않아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 이는 우리 통화정책 운용에 큰 시사점이 있다. 만약 자본 유출이 걱정되어 미국과 유사한 정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면, 미국만큼 경제성장세와 물가상승세가 강하지 않은 우리 경제는 고금리로 인해 경기침체에 빠졌을 수 있다. 양호한 대외건전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우리 경제의 경기와 물가 상황에 맞추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중국의 상황은 반대이다. 중국은 경기 부진에 처해 물가가 하락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로 경기와 물가 상황이 다르고 이에 따른 거시정책 기조 차이는 국가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고부채로 경기둔화 심해져

코로나19 위기에서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우리나라의 부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9년 말에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5%, 기업부채 비율은 101%였다. 2023년 이사분기 기준으로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2%, 기업부채 비율이 124%로 상승했으며,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3년 반 동안 민간부채가 GDP의 30% 만큼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민간부채가 확대되는 시기에 금리 인상의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고부채가 고물가·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킨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이 불거지고 있으며, 다수의 기관에서 2024년 건축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회복

2024년 우리 경제 상황은 어떠할까. 고물가·고금리·고부채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지속되어 내수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 고금리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어 2024년 내수는 2023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를 보더라도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잠재성장률(2% 내외)을 소폭 웃도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경기가 AI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고용 비중이 작고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크지 않다. 따라서 경제성장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내수 둔화로 고용증가세가 약해지면서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거시건전성 규제로 민간부채 관리해야

고물가·고금리·고부채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 경제가 현 상황에 처한 근원이 고물가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물가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경기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고금리에 따른 내수 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점차 낮아져서 2024년 말에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인 2% 내외까지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기보다는 거시경제정책을 긴축 기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고 고금리도 해소될 수 있다. 높은 민간부채를 단시일에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여 부실 채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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