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4년의 대한민국과 세계 - 부동산 문제

안정적 주택공급과 임대차 시장 선진화

이수욱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2023 겨울호

주택공급은 비탄력적이다. 이는 시장에서 주택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해도 일반재화처럼 즉시 공급이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주택을 공급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유형인 아파트를 보자. 생활 편리함, 필요시 현금화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금성 자산이란 인식과 매력 때문에 매년 공급되는 주택의 70% 내외를 아파트로 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려면 건축인허가부터 준공까지 건설에만 통상 30개월 내외가 소요된다. 공급계획부터 고려하면 기간은 더 길어진다. 단독주택이 6개월~1년 미만임을 고려하면 매우 긴 시간이다. 아파트 단지의 규모가 크다면 더 많은 행정절차와 기반 시설 설치 등을 거쳐야 해 준공까지 더 긴 시간을 요한다. 그래서 주택 총량 부족, 희소성, 신축 주택 선호 증가 등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면 수요를 관리하거나 억제하는 부동산정책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

주택시장에서는 인구나 가구 이동, 가구의 소득 변동, 원자재 가격, 금리 등 시장 내·외적 여러 요인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가격 상승을 가정할 경우, 앞의 요인들에 더해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부동산 관련 규제도 완화된다면 가격에 미치는 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급등하던 주택가격은 금리 인상 같은 어떤 계기로 인해 가격 하락, 심하면 급락이라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한국부동산원에서는 매주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 주택가격지수로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급등락했던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1987~1990년, 2001~2002년, 2020년에 있었던 세 차례의 가격 급등기에는 금리 인하, 유동성 증가,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일치라는 공통된 시장 상황이 있었고, 전세가 상승 폭이 매매가보다 더 크고, 가격급등 마지막 해에는 전세가격 상승 폭이 매매가보다 작게 나타났다는 특징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최근 2022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의 기간에 발생했던 급락기에는 시장 외부 충격으로 금리 인상과 통화 위축이 진행되고, 수요와 공급이 빠르게 감소하는 시장 현상이 나타났으며, 전세가 하락 폭이 매매가 하락 폭보다 더 크고 미분양주택도 급증했다.

주택 재고 부족에서 발생하는 전월세 시장 불안

주택의 비탄력적인 공급 수준은 주택가격 상승 폭과 상승 기간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공급 비탄력성이 크면 클수록 시장에서 가격상승 폭과 기간은 길어진다. 주택건설 공급자는 주택수요, 주택가격,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금리, 건설 원가(노임, 원자재 가격) 등의 악화로 사업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경우 이를 시장 침체의 신호로 인식하고 신규 분양과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국토연구원은 전국을 기준으로 연간 45만~50만 호(수도권 27만~30만 호)의 주택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작년 대비 크게 감소한 최근의 주택 인허가 및 착공 실적 등을 볼 때 2~4년 이후에는 주택준공 물량이 40만 호 초반 혹은 그 미만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착공과 준공, 입주는 주택시장뿐 아니라 청년·서민층의 주거 안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착공 감소, 준공 및 입주 물량 감소는 주택매매 및 전세가격 상승을 자극한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입주 물량이 1만 호 감소(증가)하면 주택가격이 수도권에서는 0.09%p, 서울 0.19%p, 경기·인천 0.08%p 상승(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매년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면 주택가격 상승 폭이나 상승 기간은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한다. 가격에 거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안정적 주택공급은 전월세 시장 안정과 선진화의 첩경

2024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전망대로라면 주택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월세 주택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전월세 가격은 주택 재고량과 은행 이자율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론적으로 재고 주택이 부족하면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매매가 상승을 불러온다. 주택공급과 재고 부족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은 서민들의 주거비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서민들의 주거비부담 수준은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ent to Income Ratio, RIR)로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2023년)에 나타난 임차가구 RIR(중위수 기준)을 보면 전국 16.0%, 수도권 18.3%, 광역시 15.0%, 도지역은 13.0%로 조사되었다. 이는 모든 지역에서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이다. 결국 예견되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안정적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면 전체 주택 재고량이 늘어 매매 시장과 전월세 시장의 불안 양상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전월세 시장의 선진화 측면에서도 안정적 주택공급이 중요하다. 먼저 전세 사기, 역전세, 깡통전세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시·공간적 불일치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공공사업자의 주택건설 물량이 늘어나거나 일정해야 하고, 민간 사업자의 공급 물량도 꾸준해야 한다. 공적임대주택과 신규 분양을 위한 택지의 안정적 공급으로 이를 지탱해야 한다.

다음으로 임대차 시장의 비대칭적 정보 해소와 보증금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세 사기가 사회진입층과 연립·다세대에 집중되는 문제는 관련 정보가 비대칭적이고 불완전해 타인을 기망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 및 정보 공유를 위해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 사기 등과 관련된 위험지표를 발굴하고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 사각지대 발생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전월세 계약 관련 제도의 성숙도 역시 임대차 시장 선진화에 중요하다. 그 가운데 계약숙려제(cooling off)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 제도는 며칠간의 짧은 계약숙려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 기간 내에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후 보증금 안전에 위협을 느끼거나 단순 변심했을 때 해당 계약을 어떤 손해도 없이 파기할 수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분양주택에도 계약숙려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차제에 우리도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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