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세계, 대한민국, 그리고 연구회의 준비

최재녕경제·인문사회연구회  디지털전환추진단 부단장 2023 겨울호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는 2023년 과학계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인물 10명을 선정하면서 챗GPT(ChatGPT)를 추가하였다. 『네이처』가 사람이 아닌 기술을 선정하기는 처음이다. 챗GPT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제 과학계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되었으며 사회 각지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는 일하는 방식, 근무 환경, 업무관리 방식,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에 있어서 세계적인 강국 중의 하나이기에 더욱 빠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이 발간한 다수의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술의 변화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직업세계가 명멸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2021년 AI 기반 광고 플랫폼 도입 후 올해 들어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은행에서 AI 도입 이후 상담사를 해고하며 관련 논의를 촉발하였다. 이러한 변화들이 더 이상 분석이나 예측이 아닌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 및 유럽의 디지털 전환 흐름과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동향, 그리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준비를 차례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EU의 디지털 전환 방향

미국은 세계질서 주도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첨단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및 동맹 중심 기술협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통해 중장기 AI 및 연관 첨단산업 역량의 총체적 제고를 목적으로 총 2,8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법은 260여 개 장(section)으로 구성된 법안으로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 확대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국립과학재단(NSF)에 ‘기술혁신국’을 신설하고 810억 달러 예산을 투자하여 AI와 반도체 등 10대 핵심 기술 연구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라 한다.

2021년 3월,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역량을 가진 유럽이 되기 위해 2030년까지 유럽의 디지털 정책 비전·목표·방안을 담은 ‘디지털 컴퍼스(2030 Digital Compass)’ 전략을 발표하였다. 디지털 전환은 탄력적·선순환 경제, 기후 중립 달성의 핵심 열쇠로 유럽연합(EU)은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번영과 디지털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과 계획을 구체화하였다. 이를 위해 4개 핵심 축(디지털 기술로 숙련된 인재 및 고도로 숙련된 디지털 전문가,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난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을 준비하였다. 아울러 2020년 마련한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6,725억 유로)에서 20%에 해당하는 1,345억 유로가량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디지털 전환 방향

현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중 11번 과제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설정하였다. 2022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DPG)를 출범시켰으며, 2023년 4,192억 원에 이어 2024년 9,262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공공부문 정보자원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으로 2030년까지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민간 초거대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원하는 데 110억 원을 신규 투자할 것이며,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에 기반한 일 잘하는 정부를 구현하는 ‘똑똑한 나의 정부’ 사업에 1,151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을 위한 실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적용 의무화, 초거대 AI 인프라 마련, 데이터·서비스 융합을 위한 통합플랫폼 구축, 문서를 사람과 AI가 모두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 AI 기반의 정부 서비스 알리미 구축, 공공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진단 확대, 초연결 디지털 트윈 구축 등 122개의 세부 이행과제가 담겨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연구회의 준비

디지털전환추진단은 올해 재정정보시스템(NFIS) 확산, 스마트연구플랫폼(NCIS) 개통, 국가정책연구포털(NKIS) 홈페이지 기능개선 등 기본 업무 외에도 정부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낙후된 정보시스템 인프라 및 업무시스템 개선을 위해 클라우드 전환사업을 시작하였다. 21개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전자계약 플랫폼을 도입하였으며 180권의 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를 초거대 AI에 학습시켜 효과성을 검증하기도 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3년 민간 SaaS의 공공 이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범국가적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 7월 ‘출연연 디지털전환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시작하였다. 현재 내외부 환경분석, 디지털 기술 관련 인터뷰 및 현황진단을 마치고 디지털 전환 방향을 도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관련 설문조사 및 인터뷰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출연연 내부 직원이 생각하는 디지털 전략 목표 우선순위는 ‘조직의 유연성·민첩성 제고’가 가장 높게(23.3%) 나타났으며, ‘사용자 경험 및 참여 개선’(20.3%)이 다음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대면 근무’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았고, 업무시스템에 대해서는 ‘시스템 간 불완전한 프로세스 통합 및 데이터 기반의 분석시스템 미비’가 불만족하다고 답변하였으며, ‘AI 및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솔루션 부재’와 ‘관련 인력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목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연구 프로세스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편의성 개선방안 마련, 정보화 및 ICT 기술과 관련된 국가공모사업 연계로 정보화 예산 확보, 디지털 전환을 위한 IT 조직 인력 충원 및 부서 역할 배분의 필요성 등이 제시되었다.

2024년 초에 마무리되는 이번 연구의 결과는 연구회 및 연구기관 디지털 전환 기본, 시행계획 수립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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