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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연구자들

조재한, 김용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  2023 겨울호
일자, 장소
일자 장소
2023년 12월 26일(화) 산업연구원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와 급격한 사회변화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더 나은 내일과 산업 발전을 위한 길을 고민하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연구자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정책연구자로서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산업연구원의 두 선후배 연구자가 만나 정책연구에 대한 평소 생각과 신념을 공유했다.

우측부터 조재한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김용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이하 조재한)

맡은 직책이 산업혁신정책실 실장이다 보니 산업정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 투자 정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고요.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직접 투자 쪽이 제 전공 분야라 기업 투자 혹은 산업 육성 과정에서 어떤 지원 제도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연구해왔습니다. 경제 분야 연구기관 중에는 특정 주제와 이슈에 초점을 맞춘 곳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연구범위가 넓은 종합연구소 성격의 산업연구원이 제 연구 성향과도 잘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용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이하 김용)

저는 박사 과정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는데요. 주로 경제 성장 혹은 기업 성장 과정과 금융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산업연구원에서는 산업금융과 혁신금융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연구를 비롯해 큰 기업들이 기업형 벤처 캐피털을 설립해 벤처 투자를 하는 목적 등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에 오게된 이유는 조재한 실장님과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저는 단순히 금융 분야만 연구한다기보다 경제 성장과 기업 성장에 금융이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보는데 산업연구원에서 이러한 연구를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어 오게 됐습니다.

조재한

연간 평균 10개 정도의 연구과제를 하는데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제도에 반영된 연구이지 않나 싶습니다. 2016년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에 관한 지원법과 관련한 수탁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어요. 당시 연구진으로 참여해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정책 제안을 많이 했고, 실제로 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2019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다가 수탁 과제 형태로 제안을 드려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는데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보고서를 써서 첨단투자지구 제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지역별로 첨단투자지구가 지정되는 단계까지 왔고요. 이 외에도 많은 연구를 수행했지만 특히 제가 연구한 내용이 입법화·제도화될 때 감회가 새롭고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OECD 산업혁신기업가정신위원회 부의장, 충남대학교 무역학과 겸임교수

“연구기관 간 교류·협력은 꼭 필요하고, 더 중요한 건 교류를 지속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으로 프로젝트를 해보면 서로 이해도가 높아지고 시너지도 커질 거라고 봐요.”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김용

저는 실장님에 비해 연구경력이 짧기 때문에 직접 제도화를 경험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올해 ‘정책연구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 과제가 있었는데요. 기업형 캐피털에 관한 과제였습니다. 2022년부터 일반 지주회사들이 벤처 투자를 위해 금융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특례가 적용됐는데요. 그 과정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는데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운영 현황을 분석하면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연구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해외 투자 제한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형 벤처 캐피탈의 지주회사인 모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연구 과제여서 느낀 바가 많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재한

정책연구자는 정책 담당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연구를 하고 보고서 형식으로 결과물을 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스스로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한 과정이 있어야 정책 당국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떤 문제에 대해 해법을 주고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거든요. 정책 당국자는 확실한 답을 원합니다. 누군가 연구자에게 물었을 때 정확하게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해요. 제가 평소 보고서를 쓸 때 공부를 많이 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많은 후배 연구자들이 보고서를 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대단한 보고서를 쓰게 될 거라는 기대로 연구원에 오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경험이 쌓이다 보면 보고서는 잘 쓰게 돼 있으니 그보다는 지식을 체화하는 데 중점을 두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김용

그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어떤 정책의 목표가 주어지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빨리 캐치해 맞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제언해주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 대단한 보고서를 쓰고 정책 설계에 많은 기여를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왔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조재한 실장님이 말씀해주신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 조언해주신 대로 연구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 목표를 두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조재한

연구자라면 언론에 나오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연구자가 쓴 보고서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상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에 임해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 이슈에 따른 연구만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책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다면 사회적 이슈를 민감하게 따라가며 연구를 정하는 것이 본인의 커리어에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용

정책연구자라면 연구자의 전문 분야와 정책 당국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 사이에서 빠르게 접점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고 보는데요.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이 흥미를 갖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겠지만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돼 있는 만큼 정책 당국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 당국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연구가 무엇인지 빨리 찾고, 조금 새로운 분야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려는 태도를 갖춰 나가야겠죠. 또한 정책연구라 해서 답을 정해놓고 연구에 임하는 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정책목표가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구를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재한

정책연구는 결국 실증 분석에 기반해 정책 제안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주먹구구식 정책이 통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중요합니다. 국책연구의 수행 체계나 절차는 학술적인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 연구주제 대상이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만 빼고요. 학술연구는 본인의 관심사나 기초연구 분야의 주제를 찾아 연구에 임할 수 있지만 정책연구는 제도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를 기반으로 정교한 방법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

최근에는 연구주제가 굉장히 다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중 갈등이나 전쟁 등 대내외 이슈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새롭게 생기는 연구주제들도 많아졌습니다. 저희가 다뤄야 할 이슈가 많아진 만큼 빠르게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할 필요성도 커졌고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경제학도 사회과학의 한 분야다 보니 검증 가능한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실증 분석을 통해 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그런 과정이 수반돼야 엄밀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거든요. 또한 그런 프로세스가 있어야 나중에 다른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추적할 수 있고요.

조재한

최근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연구기관마다 방법론적인 특색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경제학에서는 대단위 데이터를 이용해 통계적인 기법을 많이 쓰지만 사례 연구를 필수로 해야 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런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른 연구기관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연구기관 간 교류·협력은 꼭 필요하다고 보고, 더 중요한 건 교류를 지속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한 차례 연구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시너지를 내기 힘듭니다. 반복적으로 프로젝트를 해보면 서로 이해도가 높아지고 시너지도 커질 거라고 봐요.

김용

한국법제연구원이 주관하는 ESG 협동과제에서 산업 부문을 맡아 연구를 수행했는데요. 1년간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서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전반적인 보고서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지 등을 논의하는 데에만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각자 여러 업무들로 바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ESG 협동과제는 다년 과제라 내년에도 기관 간에 의견을 조율하며 합을 맞춰가게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주제 선정은 물론 함께 아우르며 갈 수 있는 협력과 배려의 자세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조재한

국책연구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책에 반영되는 연구, 그리고 또 다른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연구를 하려면 연구자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실 국책연구기관에 있으면 일정 수준의 보고서만 써도 다른 기관에서 자문을 구하는 등 외부 수요가 생기는데 결국 우리가 말하고 적는 내용이 사회적인 영향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수요에 맞게 학술적인 논문이나 정책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자기 발전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장기적으로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거든요.

김용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 |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연구원

김용

비슷한 맥락에서 말씀드리자면 정부 부처에서 요구하는 주제나 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다루면서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정책연구라 생각해요. 특히 합리적인 정책 제언을 할 수 있으려면 상당히 많은 고민과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연구를 하기 어려운 만큼 결과에 대해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인 만큼 최대한 만족스러운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조재한

개인적으로 우리 연구원의 동료, 후배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요. 대외적으로는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면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정책연구자로서 목표입니다.

김용

제 바람은 조금 소박한데요. 제 전공 분야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 부처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아직까진 그런 정도의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동료들 사이에서도 서로 독려하며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정부 부처에서 요구하는 주제나 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다루면서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정책연구라 생각해요.”
김용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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