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정책으로  

과학기술혁신 정책을 현실로 만드는 기쁨

임덕순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 겨울호

임덕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학부 시절 들은 반도체 기술개발 이야기가 내 인생의 반을 결정하였다. 무역 관련 강의였는데, 초창기 한국의 과학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온갖 고생을 해가면서 반도체 기술을 배워온 내용이었다. 정식으로 가르쳐주질 않으니 회식하면서 물어보고, 몰래 기록하고, 휴지통도 뒤져가면서 어깨너머로 배웠다는 것이었다. 해외투자와 기술개발 강의를 해주셨던 담당 교수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제분석실 출신이었다. 이것을 계기라면 계기로 KIST에서 과학기술 정책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간으로 보면 30년 이상을 과학기술 정책연구에 종사한 셈이다.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정책으로 구현되고 우리나라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과학기술단지에서 혁신클러스터로

대덕연구단지는 1973년 대덕연구단지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OECD를 중심으로 과학기술단지를 클러스터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이에 나를 포함하여 연구팀들이 국내외 비교 연구를 통하여 대덕연구단지를 과학기술 개발 중심의 집적지에서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도 창출하는 혁신클러스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은 민간 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해 호응을 얻었고, 나중에 정부와 국회까지 가세하여 대덕연구단지를 혁신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한 각종 법과 정책이 현실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관련 법 제도와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을 만드는 데 참여하여 초기 대덕의 기틀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당시에 혁신클러스터학회를 설립하고 산학연 교류와 정책연구의 장을 조성한 것 또한 큰 보람이다.

과학기술혁신 ODA 개념화·활성화

2010년대 이후, OECD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공적개발원조(ODA)는 대폭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ODA 역사는 길지 않고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 않아 개선점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가 발전 경험에 대한 분야는 전략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2013년 연구원 내부에 과학기술 ODA를 위한 센터를 신규로 설립함에 따라 과학기술혁신 ODA 연구 및 한국형 과학기술 ODA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즉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특성과 개도국의 환경과 수요를 고려한 한국형 과학기술 ODA 모델인데 이는 개도국 수요기반형 지원, 사업종료 후 지속가능형 지원, 개도국 참여형(경험형) 지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형(패키지형)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후 세계은행(WB), OECD 등 국제기구, 정부 및 국회 등과 협력을 통하여 한국형 과학기술 ODA 모델을 확산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한편 20여 개국이 넘는 개도국, 특히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네팔 등의 과기 정책을 자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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