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원장
국책연구기관들은 그동안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분야별로 여러 국책연구기관을 설치하여 정책개발을 담당하도록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국가 주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교육, 노동, 주거,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런 선택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국가 발전에 기여해온 우리나라의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입원한 것은 1993년 초였다. 그때까지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기틀을 다지고 민주화를 달성하였으나, 아직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물론 그 가운데 외환위기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오히려 경제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기도 하였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그간 쌓여온 기업부문과 금융부문의 부실을 털어내고 정부와 민간 간의 관계도 선진형으로 바꿀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행운의 연속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경제·사회 분야에서는 각 정부가 시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승만 정부는 토지개혁과 기초교육 확대를, 박정희 정부는 산업화를, 전두환 정부는 재정건전성과 대외개방 확대를, 노태우 정부는 최저임금 도입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와 금융실명제를,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을 통한 외환위기의 극복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였다. 2000년대 이후 각 정부는 우리 경제·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존 정책을 보완하고 새로운 정책을 펼쳐나갔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모두 우리 국책연구기관의 업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역할이 상당히 컸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 기여는 미미하였으나 커다란 국책연구 시스템의 일부로서 국가 발전과정에 참여해온 것을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 위상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
물론 국책연구기관들의 앞길은 평탄치만은 않다. 무엇보다 지리적 불리함과 낮은 수준의 연봉 등의 문제로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 인사, 조직, 사업집행 등의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전형적인 비효율성이 목격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의 역량이 증가하고 역할이 확대되면서 개발연대에 만들어진 국책연구기관들이 과연 아직도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급격한 대내외 환경변화를 파악하고 수많은 정부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며 정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는 두뇌집단(싱크탱크)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기관들 스스로 자신의 소명을 다시 자각하고 실제로 정책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연구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국책연구기관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간절하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