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硏究IN ‘더 넓고 더 깊게’ 현실 문제 파고드는 국책연구자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정책적 대안을 찾는 길을 택한 그들. 소중한 성취로 보람을 느끼기도, 때로는 현실의 벽 앞에서 씁쓸함을 맛보기도 하는 두 선후배 연구자,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과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 만나 국책연구자로 살아가는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중해 석사학위를 받고 들어간 첫 직장이 KDI였습니다. 당시 5년 정도 근무하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받았고, 잠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가 2000년 무렵 KDI로 돌아왔죠. 박사과정 때부터 기술 혁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연구원에서도 기술 혁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동인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동인으로서 기술 혁신의 역할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중입니다. 다만 갈수록 그 변화의 속도가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빨라지고 있어 협동연구, 융합 연구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승현 저도 기술경영을 공부하면서 서 박사님처럼 기술 혁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습니다.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박사과정 때만 하더라도 여성정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여성정책을 연구하게 된 건 제가 석사 과정 때 잠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김경희 박사님(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의 영향이 컸습니다. 일 때문에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여성이 석·박사과정을 밟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유념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고, 진로 상담도 해주셨어요. 이후 여성을 위한 멘토 역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여성정책을 연구하는 길에 이르게 됐습니다. 서중해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주로 기술 혁신과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에 주목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로는 2007년에 세계은행과 공동 발간한 저서 를 꼽을 수 있는데요.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과 정책의 면면을 지식경제 관점에서 다룬 내용인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결과물입니다. 스페인어로도 번역됐고, 지금도 많은 국가에서 이 내용이 회자되고 있어요. 2015년 무렵에는 국내 특허에 대해 네트워크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네트워크 분석이 초창기여서 연구 방법론부터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까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했는데 그런 점이 의미 있었죠. 이승현 저도 기억에 많이 남는 연구가 있습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임원급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이미지와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걸 절감한 연구였습니다. 이런저런 미디어 매체에도 많이 나오고 당당해 보이는 여성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너무나 힘든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해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 인터뷰했던 한 부장님과 이후에 연락이 닿았는데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제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글퍼졌습니다. 여성정책을 연구하면 할수록 내가 처한 상황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문제라는걸 깨닫게 됩니다. 협동 연구가 만들어낸 협업의 시너지 서중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협동연구를 두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1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해 큰 주제를 놓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때 이승현 박사님과 팀을 이룬 것이 인연이 됐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혁신성장을 정책 어젠다로 제시했는데 당시 KDI가 혁신성장 연구를 주관했습니다. 협동연구 2년 차에 이 박사님이 합류했는데, 무척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연구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승현 서 박사님은 꼭 교수님 같은 이미지였어요. 저의 옛 지도교수님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죠. 당시 개인적인 문제로 마음이 안 좋고 힘든 때였는데, 서 박사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동기부여도 됐습니다. 협동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서 박사님이 연구 주제와 관련해 강의를 주선하시기도 하고 여러 기업이나 기관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시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열의를 갖고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뭐라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연구원이 앞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됐고요. 서중해 혁신 성장이란 주제 자체가 큰 주제이고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잖아요. 일반적인 연구 주제는 목표가 확실하고 분명하지만 혁신 성장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수록 시너지도 나고 내 분야의 의미도 재발견하게 되거든요. 거대 담론을 다룰 때 우리가 놓치기 쉬운 구체적인 사례를 끄집어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었고, 그 과정에서 이 박사님이 수행한 패널 조사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주 잘해주셨죠. 이승현 제가 연구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헤맬 때마다 서 박사님이 따로 불러 방향을 조율해주시기도 했어요. 여성정책 쪽은 방향을 잡기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그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책 대안, 현실의 깊은 이해에서 비롯 서중해 정책연구자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지적 안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이드 역할을 하려면 남들보다 앞서 깊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정책연구자의 미션인 동시에 난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잘해내기 위해 현실의 문제와 사례를 연구하고 이론적 기반과 논리도 갖춰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정책연구자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지적 안내자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이드 역할을 하려면 남들보다 앞서 깊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이승현 여성정책 쪽은 더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구 분야가 매우 포괄적이거든요.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여성이 관련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다양한 전공자가 연구원에 들어오는데요, 문제는 하나의 큰 영역을 한 명의 연구자가 담당한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도 연구원 내 유일한 경영학 박사인 데다 기업 분야를 혼자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특히 여성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집단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이론서대로 할 경우 정책과 정책 대상자 간 괴리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연구 과제마다 초점집단면접(FGI)과 같은, 대면 위주의 조사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언제나 정책 수혜자나 대상자를 직접 만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정책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에 온 뒤로 여성정책 분야에서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그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민간 영역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습니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부연구위원 서중해 정책연구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많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우선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동향을 놓치지 않아야 할 뿐더러 이론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좋은 연구 자료와 책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열심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죠. 여기에 그쳐선 안 됩니다. 실제로 경험해봐야 해요. 수영을 가르치려면 최소한 자유형은 해봐야 하지 않나요? 뭐라도 하나 해봐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정책연구가 갈수록 어렵다는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입니다.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늘 부족하죠. 이승현 저도 읽어야지 하고는 쌓아둔 책도 많고,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시간에 허덕이곤 합니다. 또한 정책 연구는 공익적 성격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저는 예전에 기업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가 석사 학위에 도전했는데요, 아무리 물건을 팔아봐야 돌아오는 것도 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부를 하는 동안 공공의 영역에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죠. 특히 연구원에 온 뒤로 여성정책 분야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그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민간 영역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고 동기부여도 잘되지 않나 싶습니다. 단기 과제 위주 연구체계 반드시 개선해야 서중해 학제 간 연구, 협동연구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만 하더라도 어느 한 부처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여러 부처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갈수록 사회 현안은 복잡해지고 사회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연구 분야에서 공동 작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장기적 관점의 기획력이 요구되고 여러 기관을 하나로 조직화할 수 있는 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책연구는 대부분 1년짜리 단기 과제 위주로 돌아가고 협동연구를 하려 해도 연구단을 조직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이승현 예산 운영상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구예산은 기획하는 쪽에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줄 필요도 있다고 보는데요, 지금의 구조에선 융통성 있게 일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또한 서 박사님 말씀처럼 장기 과제를 수행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연속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10년 이상 공동연구를 해야 하는데 연구자는 매년 바뀌고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보니 과제 책임자의 부담만 커집니다. 연속성 있게 일하기 힘들어요. 융합 연구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방면의 권위자와 전문가를 모시고 연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문제죠. 신입 박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연구의 질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한 연구자의 자세 서중해 연구자는 언제나 재미있고 참신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드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좇는 사람이 연구직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개인 연구자나 학교 연구자와 달리 정책연구자는 좁게 보면 정부, 넓게 보면 국가와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해요. 국가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가 곧 나의 과제가 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늘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에 임하는 연구자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겠죠. 이승현 연구를 하다 보면 밑단의 현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정책 대상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여성정책연구자로서,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저 역시 다양한 정책의 수혜를 입은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을 늘 되새기며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서중해, 이승현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한국 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부연구위원 20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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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제언 불확정성을 끌어안는 조직 만들기, 디지털 대전환기의 리더십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7년이다. 한국에 상륙한 것은 그보다 2년 뒤인 2009년 겨울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필름카메라를 절멸시켰던 디지털카메라는 곧이어 나타난 기술 혁신의 제물이 됐다. 개인용 녹음기도, 릴테이프와 CD플레이어를 없앴던 MP3 플레이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해마다 혁신 리포트를 내는 매킨지는 2021년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일어날 기술적 진보가 불러올 변화가 지난 100년간 일어난 그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겪은 변화보다도 더 큰 변화가 온다고? ‘불확정성’의 시대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든, 어떤 선행학습을 하든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평생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어떤 것을 가지고 먹고살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도, 구글도, 애플도 3년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오직 불확정성만이 유일하게 확정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업무 지시가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일하는 법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에는 ‘업무 지시’가 없다. 경영진은 조직 전체의 비전과 목표만 알려준다. 조직원은 무슨 일을 할 건지 스스로 정한다. 실험하라!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누구나 일정 규모 이하, 예를 들어 전체 고객의 0.01%(페이스북의 등록 회원은 27억명이 넘는다!)의 고객을 상대로 한 실험은 어떤 보고나 결재 없이 바로 시도해볼 수 있다. 말하자면 소규모의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험 계획을 정리해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함께 할 동료를 구한다. 가설과 실험 방법, 기대하는 결과를 정리한 리포트다. 계획서뿐 아니라 작성자의 프로필까지 함께 볼 수 있다. 그가 짠 코드는 사내의 코드 저장소에 있다. 그가 한 일은 사내 게시판에 있다. 실력이 있고 프로젝트 성공 경험이 많다면 지원자가 많을 것이다. 올린 사람 역시 지원자를 평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팀이 만들어지면 이 팀은 이미 이 실험에 대해 이해가 깊은 상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이 소규모 타깃고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면 자연스럽게 A/B 테스트가 된다. 결과를 기존 서비스와 바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으면, 다시 그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이때도 어떤 보고나 결재도 필요 없다. 타겟 고객을 달리하고, 서로 다른 코호트 집단에 실험을 적용해보면서 유효성을 검증해나가다가 성공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때 실험을 전체 서비스에 적용한다. 그러니까 이들은 이미 전투에 이긴 다음에 전쟁을 하러 나가는 것이다. 대부분 실패한다 사실 이런 실험은 대부분 실패한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다져가면서 만들어온 서비스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0.1%가 성공을 했다고 해보자. 전체 개발자 2만 명(실은 훨씬 더 많다)이 한 달에 하나 정도의 실험을 하고 그중 0.1%가 성공하면 한 달에 20건의 성공한 변화가 서비스에 적용된다. 1년이면 240건의 서비스가 개선되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는 셈이다. 제대로 된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대로 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사내의 모든 문서는 모두 위키로만 공유하고, 위키는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사내의 모든 임직원이 볼 수 있다. 위키는 웹에서 여러 명이 함께 문서 편집을 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협업 게시판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분할 실험을 할 수 있게 잘 준비돼 있다. 언제든 원하는 코호트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실험할 때마다 개발자들이 데이터베이스에서 타깃고객을 일일이 분리해야 한다면 실험은 한없이 지연될 것이다. 단계별 론칭 도구, 실험을 돌리는 레이어, 실험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도구들이 잘 개발된 시스템으로 제공된다. 제품, 유엑스, 프라이버시, 보안, 접근과 같이 리뷰를 위한 리소스가 있다. 개발자, 제품 책임자, 디자이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협업을 해줄 동료들이 있고 실험의 전 과정에서 토론해 더 나은 실험이 될 수 있게 해준다. 비전을 공유한다 누구의 결재나 승인도 없이 실험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비전의 공유다. 적어도 이 배가 어디로 가는 건지는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에는 매주 ‘올핸즈 미팅’이 있다. 구글의 경우 매주 목요일에 전사 미팅을 하고 CEO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이 나서서 회사의 경영 내용이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매주 전사 미팅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 즉 비전에 관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한다. 세세한 일에 대해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 대신 매주 전사 미팅과 토론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어떤 승인도 없이 각자가 자유로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실험들이 페이스북과 구글을 세계 최고의 자리로 이끌고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확정성을 포용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이런 자유로운 조직 운용은 기실 누구도 다음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대한 나름의 대안이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수만 개의 촉수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짚어보자는 것이다. 수만 명의 개발자들이 제각기 자유로운 뉴런의 결합처럼 집단지성을 구성해 더듬이를 펼치는 것이다. 하나의 실패가 19,999개의 실패를 막는다 실패는 압도적으로 중요한 자산이 된다. 모든 실패는 포스트모템을 거친다. 왜 실패했는지, 애초에 실험을 하게 된 전제는 뭐였는지, 어디서 전제가 틀린 것인지를 낱낱이 기록해 위키에 남긴다. 이렇게 해서 실패는 그 자체로 고객과 시장에 대한 더없이 귀중한 데이터가 되고, 다른 실험을 위한 중요한 힌트가 되어준다. 한 명의 실패가 나머지 19,999명의 실패를 막아주는 것이다. ‘협업하자’고 말하는 대신 협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협업은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회식을 하고, 분기마다 MT를 가고, 주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들어서 되는 일도 아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협업은 위키를 쓰면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슈 트래킹 툴을 함께 쓰고, 협업하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가능해졌다. 비전을 공유하고 사람 수만큼의 실험을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동의하는 실험에 손을 들어 참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뤄졌다. 불확정성의 시대다. 누구도 3년 뒤 무슨 일이 생길지 말하지 못한다. 조직원 모두가 촉수가 되어 경우의 수를 모두 더듬게 하고 자유로운 뉴런이 되어 자유결합하게 할 수 있다면 불확정성을 끌어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산업사회의 하이어라키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상명하복의 경직을 그대로 둔 채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을 순 없다. 낮게 달린 열매는 더 이상 없다. 혼돈에는 혼돈으로 맞서야 한다.박태웅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20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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