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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SSUE&INSIGHT: X이벤트 ③] 현실이 된 X이벤트의 교훈 : KT 화재사고와 코로나19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ISSUE&INSIGHT: X이벤트 ③] 현실이 된 X이벤트의 교훈 : KT 화재사고와 코로나19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윤정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주요내용

윤정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


우리는 종종 놀라우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 쉽게 감이 안 잡히는 사건과 맞닥뜨리곤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떻게든 기존의 사고체계 안에서 그 사건을 이해하려 애쓰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경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건과 관련한 통념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정상범위를 벗어날 만큼 발생 확률은 극도로 낮으나, 발생 시 엄청난 파급력을 수반하게 되는 ‘X이벤트’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통념을 벗어나 불확실한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언제든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극단적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촉발되는 하나의 돌발적 변수가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불편한 미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부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가 ‘한국적 맥락의 X이벤트’ 보고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채 10년이 되기 전에 우리는 ‘대규모 인터넷 단절’과 ‘팬데믹’이라는 원치않는 사건들이 비슷한 시나리오로 눈앞에 전개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KT 아현지사의 화재 사고로 보는 사이버 테러


5G 등 초연결 인터넷 통신망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이며, 어떤 환경에서도 끊김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 이러한 고도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인프라의 운용이 필요하다. 문제는 인프라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내·외부적 충격 요인에 취약해질 수 있으며, 사고발생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데 있다. 특히, 사회 인프라나 주요 공공 서비스 대부분이 온라인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의 단절은 사소한 결제 서비스부터 교통신호체계, 금융거래, 전력망의 기능 중단으로 이어지고,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STEPI 미래연구 보고서는 인터넷 단절을 한국사회가 첫 번째로 조심해야할 한국사회의 X이벤트 시나리오로 다룬 바 있다. 


당시의 초점은 과연 광역적 규모의 인터넷 단절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으며, 현실화 될 경우 산업 전반에 얼마나 큰 파급력이 미치는지, 이같은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현 수준에서 어떠한 대비가 우선적으로 필요한지를 찾고자 했다. 대규모 인터넷 단절이 발생하려면 이른바 ‘인터넷 기간시설(backbone)’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야 하는데, 전문가 워크숍 결과 사이버테러와 외부의 물리적 충격(케이블, 데이터 기간망의 파손), 정전, 인적 사고 등이 연계되어 동시에 발생할 때, X이벤트 수준의 인터넷 단절과 장기간의 파급력을 낳을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여러 가지 촉발 동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그 파급효과는 하나의 동인에 의해 나타날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수반함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연구는 백본 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 물리적 공격”이라는 복합적 동인에 의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였다.


<표 1> 전문가 워크숍을 통해 나타난 인터넷 단절의 핵심동인과 파급력


전문가 워크숍을 통해 나타난 인터넷 단절의 핵심동인과 파급력 - 번호, 핵심동인, 단순발생가능성, 대규모인터넷 단절로의 확대 가능성, 복구까지의 예상 소요시간, 피해양상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No.

핵심 동인

단순 발생 가능성

대규모 인터넷 단절로의 확대 가능성

복구까지의 예상 소요시간

피해 양상

1

인터넷 침해

(사이버 테러)

높음

보통

±1일 이내

국내 일부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 장애

2

물리적 충격

낮음

높음

2~3일 이내

특정 지역 내 인터넷 연결의 완전차단

3

정전

보통

낮음

1일 이내

특정 지역 내 인터넷 연결의 완전차단

4

인적 사고

보통

보통

1일 이내

특정 지역 내 인터넷 연결의 완전차단

5

복합적

동인

물리적 충격+인터넷침해

낮음

매우 높음

7일 이상

다수 인터넷 사이트 및 특정 지역 내 

인터넷 연결의 완전차단


자료: 박병원 외(2012), 『과학기술기반의 국가발전 미래연구 Ⅳ』, p. 116.


이같이 광역 단위에서 일주일 이상 인터넷이 마비되는 상황을 전제한 X이벤트의 양상은 온라인 상에서의 주요 웹사이트 다운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시설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전자결제 시스템이 마비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인터넷 서비스와 직결되는 보안이나 금융, 운송/물류 뿐만 아니라 건강/보건 및 행정/인프라, 교육/노동 부문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큰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영역에까지 충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림 1> ‘인터넷 단절’의 X이벤트 발생 시 산업 부문별 피해 전망

자료: 윤정현(2012), “만약 인터넷이 단절된다면?” 『Future Horizon』, Vol. 13, Summer 2012, p. 22.



그런데, 이 같은 시나리오는 6년 뒤 서울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 강북 지역과 경기도 일부에서 갑자기 인터넷이 불통이 되기 시작했다.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의 통신구 연결통로에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접수 후 10시간 만에 불을 진화했고, 그 동안 아현지사가 관할하던 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은평구·중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KT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KT에 가입된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서비스는 물론, KT 회선을 사용하는 상점에서는 신용카드 단말기를 쓸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카페·편의점·식당 등 상가에서 현금 결제만 받는 풍경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경찰 조차 KT 유선망을 사용하고 있어서 서울 용산·마포·서대문·남대문 경찰서와 관할구역 파출소는 112 신고에 제대로 대응이 어려웠다.1)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인터넷의 단절은 119 연결마저 지연시켰고,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 연락수단인 ‘콜 폰’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원내 안내방송으로 의료진들을 다급히 찾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사이 응급환자 1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인근 병원에서는 통신장애가 발생한 초기 2시간 정도 환자 진료기록이나 촬영 자료가 담긴 전산 차트 시스템이 멈춰 응급실이 폐쇄되었다. 다음 날 오후 6시가 되자 인터넷 회선은 97% 정도 복구되었지만, 무선망은 63% 정도밖에 복구되지 않았고, 사건발생 11일이 되어서야 모든 시스템이 완전 정상화되었다.2)


<그림 2> KT 화재 당시의 통신장애 피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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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김연희, “KT 아현지사 화재는 무엇을 말하나” 『시사 In』, 2018. 12. 8.

사실 KT 아현지사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충정로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이었다. 6층의 비교적 작은 규모였고, 더구나 골목으로 빠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은 건물 하나에 인터넷 회선 21만 개와 무선통신 기지국 2,800개가 연결돼 있었다.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피해 범위를 기준으로 A등급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영남권·호남권 등 ‘권역 규모’, B등급은 광역시·도 규모, C등급은 시·군·구 3개 이상 규모에 해당한다. A·B·C 등급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직접 점검하는데, 아현지사는 중요도가 가장 낮은 D등급이었다. D등급은 사업자가 자체 관리하게 돼 있으며, 백업 시설을 둘 의무조차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방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용 지하 통신구가 500m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지만, 아현지사의 통신구는 500m 미만의 D등급 시설이었기에 스프링클러 역시 없었다. 문제는 전국 915개 시설 가운데 835개가 아현지사와 같은 D등급이라는 점이다.3) 이는 우리나라 인터넷 망 대부분이 작은 돌발적 사고만 있더라도 언제든지 똑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성에 놓여있었음을 의미한다. 

COVID-19의 대유행과 사회적 파급효과

대부분의 감염병 바이러스는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이것이 대규모 유행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보건환경 뿐만 아니라 기술·사회적 변수와 방역 과정에서의 정치적 의사결정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즉, 감염병의 대유행은 자연 재난이 아닌 사회시스템의 취약성과 관련된 복합재난의 특징을 띠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STEPI가 수행했던 감염병 관련 X이벤트 연구 역시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였고, 한국사회에서의 감염병 대유행을 촉발시킬 4가지 예상 요인 중 3가지를 감염병 안전 시스템 관리 실패와 관련된 것으로 상정한 바 있다.

<표 2> 감염병 대유행 시나리오의 주요 촉발 경로

①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 서식 환경의 변화와 바이러스의 변이·확산

 - 생태환경 변화로 철새 등의 서식지 파괴, 새로운 종과 가축과의 접촉 증가에 따른 신종 바이러스의 생성 및 축산 농가 단위로의 확산

② 검역단계에서 차단 실패에 따른 미발견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국내 입국 

 - 신종 인플루엔자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로 부터의 여행객 유입과 축산품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방역망 붕괴

③ 테러집단의 인위적인 바이러스 살포 등 생물학적 테러(bio-terrorism) 공격

 - 테러 공격 수단으로 배양된 바이러스를 다양한 병원균 매개체들을 활용하여 특정 지역에 인위적으로 살포, 사회적 혼란 야기

④ 실험실 안전준수 미비로 인한 바이러스 병원균의 외부 유출 

 - 실험실 안전사고 및 실험에 사용된 동물 사체의 비위생적 처리 과정에서 바이러스 위험 물질의 연구실 외부환경으로의 유출

자료: 박병원·윤정현(2013), 『X-event under Korean Context』, p. 83


당시 연구는 위의 촉발요인들에 따라 신종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되는 복수의 시나리오를 수립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초기의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감염병 경보 ‘심각’ 단계에 이르는 경우, 각각의 시나리오들은 약간의 시차만 있을 뿐, 유사한 사회적 혼란과 부문별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림 3> 한국사회의 감염병 대유행시 산업 부문별 피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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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박병원·윤정현(2013), 『X-event under Korean Context』, p. 92.

한국사회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정은 앞서 살펴본 감염병 대유행의 X이벤트 연구와 상당부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심각’ 단계 경보 발령 이후 사회 각 부문별로 나타난 2차적 피해확산 과정은 X이벤트의 부문별 파급효과와 매우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검역·격리·수용 과정에서의 의료 인프라 과부하 문제, 기초 방역물품 공급부족에 따른 국민적 혼란에 이어서, 교육기관의 장기 휴원, 관광·레저·문화 활동 중단으로 경제 전반에 나타나는 심각한 침체 현상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COVID-19 방역 과정에서 나타난 확산 범위와 경로, 혼란의 쟁점 등은 X이벤트 시나리오와 몇 가지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시나리오보다 수치적으로 훨씬 낮은 감염자 수와 치사율을 보이는 단계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사회 부문별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바이러스 자체가 가진 위협적 속성에 비해 우리사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첫째, 신종감염병으로서 COVID-19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COVID-19는 무증상 감염자에서부터 심각한 급성폐렴 감염자(비가역적인 폐섬유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환자로서 완치 불가), 사망자에 이르기까지 증상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으며 빠른 전파력과 변이 가능성이 더해져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예측과 어려웠기 때문이다.  둘째, 치사율이 9%였던  중증호흡기증후군(SARS)나 19.3%였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감염확산이 전국적 단위로, 일상에서 빠르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와 내 가족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셋째, 물리적인 밀집환경 이외에도 친밀성과 결속력이 높은 한국사회의 공동체 문화적 속성이 국가 방역 체계 관리의 큰 변수로 작용한 점도 시나리오에서 주목하지 못한 부분이다. 폐쇄적인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과 지역사회로의 급격한 확산 과정이 이러한 취약성과 부정적 측면을 말해준다. 

사회 전반의 회복력 증진 방안이 필요

X이벤트는 언제든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극단적 사건들이 발생 가능하다는 점과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촉발되는 하나의 돌발적 변수가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특히, COVID-19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는 불확실성과 심리적 공포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감염력·치사율과 같은 병리학적 요인보다는 적절한 통제 수준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의 문제, 방역을 위한 의료 인프라의 효과적 배분, 그리고 정보 공개와 지침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실천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충격은 그간의 익숙한 인류의 소통방식과 문화까지도 제고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X이벤트로 재해석되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성(complexity)이 증가한 시스템이다. 복잡성의 증가는 곧 불확실성의 증가를 낳는다. 복잡해진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와 거버넌스는 언제나 제한적이거나 후속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X이벤트 발생 시, 극단적 상황으로 빠지지 않고 신속하게 사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회복력(social resilience)’ 유지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인프라와 자원을 갖춘 사회의 건강성은 결국 난관 속에서도 그 사회의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리성과 신뢰에 의해 그 크기가 결정된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는 미래의 또 다른 X이벤트에 대비하기 위하여, 부분적인 재난 인프라의 확충을 넘어 사회 전반의 회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1) BBC News Korea, “KT 화재: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으로 드러난 4가지 사실” 2018. 11. 26.
2) 관계부처합동(2018),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 p. 3.
3) 김연희, “KT 아현지사 화재는 무엇을 말하나” 『시사 In』, 2018. 12. 8.

※ 해당 콘텐츠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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