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기운에 잠겨 주변을 둘러보면, 마을마다 감나무에 잘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거리마다 코스모스가 가득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을의 흥취에 젖어들다 보면 산길에서 주워 먹던 밤의 떫은 맛과 밤을 주울 때 퍼지던 산국의 은은한 향기가 새삼 느껴집니다. 가을 산야를 따라 걷다 보면 들판, 바위틈, 산언덕에 어김없이 피어있는 가을의 꽃이 바로 산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산국은 산에 피는 국화로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산길에서 산국 한 송이를 꺾어 코끝에 가져가면 가을의 청량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하지요. 보통 무릎높이까지 자라지만, 다 자라면 어린아이 키만큼 크기도 합니다. 줄기에는 백색의 털이 나 있고, 잎은 3-7개의 열편으로 갈라져 국화와 비슷하지만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어 구별됩니다. 산국과 감국은 비슷하지만 감국의 꽃이 더 크고 꽃차례 윗부분이 평평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감국이, 중부지방에서는 산국이 더 흔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야국, 황국 등으로 함께 부르며 한방에서도 약효나 용도를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산국은 두통, 열, 독을 제거하는 약으로 쓰이고 본초강목에는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를 돋우고 위장을 편안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국화유라 부르며 복통이나 창상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민간에서는 가을철 꽃을 따서 말린 후 물에 달여 기침을 치료하거나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했습니다.
10월쯤 채취한 꽃은 술을 담가 향을 즐기기도 했으며, 말린 꽃을 베개에 넣으면 단잠을 잘 수 있다고 합니다.
산국은 빠른 여름부터 피기 시작해 가을이 지나고 서리가 내릴 때까지 볼 수 있으며 따뜻한 남쪽에서는 겨울에도 피어 있습니다. 가을을 즐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산국의 노란 꽃빛과 서늘한 향기를 친구로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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