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구절초처럼 향기로운 삶이길

이유미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업이사 2023 가을호
산구절초

가을은 역시 국화의 계절입니다

눈을 감으면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맑고 그윽한 국화 향기가 선선해진 가을바람을 타고 날아들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알고 나면 더욱 그윽한 것은 우리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야생의 국화, 들국화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화과 식물들인데 색깔과 향기가 강렬한 노란색 ‘산국’이 있고, 그 청량함이 그만인 연보랏빛 ‘쑥부쟁이’도 있지만 넉넉하면서도 정결한 아름다움으로는 하얀색 또는 연분홍색 꽃빛이 고운 ‘구절초’가 최고입니다.

구절초 꽃

구절초 마을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구절초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무릎 높이쯤 자라는 이 식물은 국화 잎처럼 깊게 두 번 갈라진 잎을 달고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가지 끝마다 큼직한 꽃송이를 매어 답니다. 꽃송이들도 제법 커서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화사하면서도 맑고 품격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요즈음은 풍성하게 아름다운 구절초를 재배하여 우리의 정원으로 들여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어서 수목원 산책길에서도, 우리의 자생식물로 만든 좋은 품종들의 품평회에서도 만날 수 있어 참 반갑습니다. 정읍 옥정호 주변에는 주변 산자락에 구절초를 가득 심어 명소가 된 구절초 마을도 있습니다.

구절초

약으로도 쓰이는 구절초입니다

예전 사람들은 구절초의 이 빼어난 자태보다는 약효에 관심이 많았었던 듯 싶습니다. 구절초는 약으로 쓰기 위해 가을에 채 꽃이 피지 않은 식물을 잘라 햇볕에 말려 쓰는데 구절초라는 색다른 이름도 음력 9월 9일에 꺾어 모아 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흰 꽃 모양이 신선보다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합니다. 주로 부인병을 다스리는 식물로 유명한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생리를 고르게 하여 냉증, 불임증에 주로 쓰입니다. 더러는 꽃을 술에 담가 그 향기를 즐기기도 하고 보혈강장제를 비롯하여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즈음엔 이 구절초를 말려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두통이 사라진다 하여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바위틈에서 줄기를 바로 세우고 자라면서 잎은 좀 더 많이 갈라져 있는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산구절초입니다. 산에 가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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