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10주년을 축하하는 환하고 고운 ‘히어리’

이유미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업이사 2024 봄호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소박한 꽃나무

히어리가 나뭇가지 가득 노란 꽃송이들을 조랑조랑 매어 달고 봄의 노래를 부릅니다. 너무도 그윽하고 부드러운 노란 빛깔의 작은 꽃들 이 하나의 송이를 만들어 봄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은 화사하지만 현란하지 않고, 소박하면서 현대적이기도 합니다. 이 아름다운 꽃나무 히어리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보전하고 확산하는 노력에 이 꽃나무의 관상적 가치가 보태어져 이곳저곳에 심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여 다행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은 이 시대의 지성인 여러분이, 이 봄에, 이 꽃나무 하나만큼은 꼭 알고, 그 매력에 반하여 식물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꽃말도 ‘봄의 노래’이니 『미래정책 포커스』 계간지 창간 10주년을 축하하는 환하고 고운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히어리는 낙엽성 활엽수이며 작은 키 나무입니다. 학명은 코리롭시스 코레아나(Corylopsis coreana)로, 속명 코리롭시스는 개암나무 속을 닮았다는 뜻인데 잎의 모양이 정말 개암나무를 닮았지요. 영어 이름도 코리안 윈터 헤이즐(Korean Winter Hazel) 즉 한국의 겨울 개암이란 뜻이 됩니다. 히어리란 이름도 참 곱지요. 예전에는 조계산 송광사가 있는 곳에서 이 나무가 발견되고 꽃잎이 밀랍처럼 도톰하여 송광납판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히어리의 매력은 많은데요. 작은 꽃잎들이 종지처럼 꽃을 만들고 귀엽고도 개성 있는 꽃들은 다시 꽃송이를 이루고, 다시 수백 수천의 꽃송이들이 나무 가득 달려 한 그루에 봄을 매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돋아나는 아이 손바닥만 한 잎은 잎맥이 아주 질서 있고 또 힘차게 나 있어서 보기 좋고 표면의 연한 초록색 질감이 싱그럽고 가을이 되어 물드는 황금색 단풍도 히어리를 꽃이 없어도 좋은 나무로 만들지요. 잎도 꽃도 모두 지고 나면 남는 흰 얼룩이 만드는 수피는 또 얼마나 운치 있는지.

국립세종수목원 정원엔 곳곳에 히어리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찾고자 하시면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큰소나무길에 제대로 나무 모양을 잡은 히어리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꼭 알아야 할 우리 꽃나무, 제대로 한번 사귀어 보지 않으실래요? 어쩌면 뉴턴의 사과나무처럼, 하이데거 산책길처럼 과학적·철학적 혹은 인문학적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세월이 흘러 히어리에도 아름다운 미담이 얽힌 전설이 하나 생겨 있어도 좋겠습니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