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가적 과제
신동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지난 3월 4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짧게나마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이사장의 역할에 대하여 숙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회 정관에 명시되어 있듯 연구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정책 수립 지원과 그 과정에서 지식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국가의 연구사업은 시급한 국가 현안에 대한 대책 등 단기적인 정책에 관한 것도 있을 수 있고 중장기적인 과제에 관한 것일 수도 있으며 국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들도 있다. 하지만 정부 혹은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과제들이라도 재원과 인적 자원의 제약으로 결국 우선순위에 의한 선택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그것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르게 이룩하였지만 현재 대내외적인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 새로운 국제경제 및 안보 질서의 등장과 재편 조짐,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 북한의 핵 고도화와 민족관계 폐기 선언 등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 기후변화 등 몇 가지 예만 들어도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방면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인구절벽과 AI의 시대, 미래를 위한 전략적 대응
현재 시급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과제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있다. 2014년의 합계출산율이 1.2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0.98명으로, 2023년에는 0.72명으로 하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생산력, 국방, 보건의료, 교육, 연금 등 경제와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방치한다면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지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학계에서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인구절벽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과 그 심각한 파급효과에 대하여 경고해 왔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뒤로 미루어져 왔고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단계까지 이르렀다. 정부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우리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들도 저출산 및 고령화사회 문제에 대한 정책대안 마련과 시행에 필요한 연구들을 기획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과제로써 어느 한 연구기관의 고유 영역이라기보다는 연구회의 목적사업 중 하나인 협동연구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다. 연구회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저출산·고령화사회 문제를 핵심 연구추진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관련 소관 연구기관들이 참여한 특별대책위원회(TF)를 조직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또 다른 국가과제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투자와 함께 AI 활용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선제적 연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기업들의 AI 도입률이 낮고, 민간투자 주도의 미국과 국가 주도의 중국에 비해 AI에 대한 투자 수준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인재양성과 사용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AI의 활용이 정보, 산업, 행정, 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 미래의 중요한 추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연구기관들은 각자 고유한 영역에서 AI의 경제적 및 사회적 중장기 파급효과를 연구하여 국가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위기 극복과 미래를 위한 역할 재정립
그동안 연구회 소관 연구기관들이 각자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필요한 중요한 정책 수립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정책의 효과분석을 통하여 올바른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기여해 왔다. 대한민국의 싱크탱크로서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돕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해 온 우리 연구기관들의 공헌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당면과제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과제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사회에 알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의 핵심 싱크탱크로서 앞서 언급한 저출산·고령화와 AI 과제에 관하여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들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적 자원을 효율적이고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연구회의 역할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우리 연구기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잠재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이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는 신념으로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원활히 소통한다면 앞으로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
신동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2024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