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의 대한민국과 세계 - 경제

경제 분야 개혁으로 두 마리의 토끼 잡아야

고영선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원장 2022 겨울호

2022년은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이닥치고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여기에 더해 미국이 급속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으며 시중금리는 상승했다. 한편 코로나19 위기로 크게 위축되었던 대면 서비스업이 다시 활기를 띠며 노동시장은 강한 회복세를 보였고 내수부문은 회복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세계 경기의 둔화로 수출 부문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 KDI 장기경제성장률 전망

재정사업의 효과를 높여야

2023년에는 단기적으로 물가안정 중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잠재부실에 대응하고, 재정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물가안정 측면에서 최근 고물가 현상의 원인이 수요 회복 과정에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공급 측면에 부정적 충격이 가해진 상황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부양정책을 택할 경우 물가 및 시중금리 상승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로의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외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 교란과 관련한 분야의 공급 안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기업의 잠재부실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부실이 누적된 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정부는 불가피하게 각종 금융지원을 제공했는데,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조치들은 경제적 효과가 작고 자원배분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이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다각적인 기업정보 분석을 통해 부실이 누적된 기업을 엄밀히 선별하고 구조조정이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물가안정을 위해 완만한 긴축재정 기조가 필요한데, 향후 새로운 재정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보다는 재정사업의 효과성을 높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진 긴급 재정조치들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정책 효과성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효과성이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발생할 재정수요에 대한 여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제 유연성을 위한 개혁

단기적 정책과 더불어 중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향후 우리 경제는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한다면 1% 중반의 연간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략경쟁 심화, 기후위기 대응 강화, 디지털화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산업구조 전환의 필요성은 증대하고 있다. 한편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복지수요가 확대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인적·물적 자원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경제 전반의 유연성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생산성이 낮은 산업 또는 기업을 생산성이 높은 지역으로 인력과 자본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국가 경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장에서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조정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업급여 확대 등 개별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정책금융을 정비하고 벤처캐피털 등의 혁신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 전반에 걸친 규제개혁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기업이 보다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보다 쉽게 성장하고 보다 쉽게 노동·금융 등의 자원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경제의 유연성만큼 중요한 것이 국민 개개인의 유연성이다. 장래에는 기술변화 등 환경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개혁은 교육서비스 공급자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제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즉 학생과 학부모 중심의 교육이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개별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있다. 이와 더불어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체계 역시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미시적 차원의 정책과 더불어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경제 위기는 모든 미시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긴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기업부실의 누적을 방지하며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급락을 예방함으로써 거시경제의 급격한 변동을 막아야 한다. 특히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개혁을 추진하고, 재정준칙 도입 등으로 재정규율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정부뿐 아니라 가계, 기업,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할 필요도 있다.

개혁 과정에서 공감대 형성은 필수

문제는 이러한 과제를 우리가 몰라서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음에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워 추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규제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모든 종류의 개혁은 필연적으로 국민 일부에게 손해를 입힌다. 또한 이념적 갈등과 가치관의 충돌을 낳기도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임무를 지닌 정치권의 역량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이겪는 문제다. 2023년에는 이러한 여러 과제를 해결할 단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