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현
국가정책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설립 25주년(2024년 3월)을 맞아 과거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2월,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을 발족했다.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은 ‘연구회 및 연구기관 25주년 백서’ 발간을 추진 중이며, 그 일환으로 역대 이사장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999년 경제사회연구회 출범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당시 경제사회연구회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았다. 각 기관의 통합적인 연구를 통해 의견을 종합하고 협동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일 요인별로 분석해도 타당성이 있었으나 현대의 관점에서는 한 분야만으로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고 왜곡된 연구를 근절시키는 것은 물론 연구기관의 내실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사회연구회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우려와 관심 속에서 출범한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사회현상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의견을 종합하여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국가정책을 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처음으로 연구기관 평가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재임 중 평가제도가 처음 실행되었고, 연구회가 출범하면서 기본 과제 중 하나가 연구기관 평가였다. 다행히 평가제도에 대해 연구기관과 별 문제 없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당시 평가팀장이 열성적으로 일을 해준 덕분에 공정하고 성실하게 평가를 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한국은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연구기관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세계 6~7위, 경제분야는 세계 10위, 이러한 변화와 성과를 내는 것은 연구기관이 주춧돌처럼 보이지는 않더라도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 기능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국가정책에 대한 연구회의 기여도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연구회 또는 연구기관의 책임일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 사회 각계, 부처나 기업들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책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Needs)는 많아질 것이고, 요구가 많아지는 한 연구회는 존재할 것이다. 연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을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보람 있었던 일을 회상해본다면?
먼저 유능한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이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사무국장과 팀장, 그리고 직원들이 정말 유능했고 협조를 잘 해주었다. 이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둘째는 당시 연구기관 간 보수 격차가 심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임기 초년에 편차 조정을 통해 높은 기관은 2~3%, 낮은 기관은 7~8% 선에서 처우를 개선했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소관 14개 연구기관에 8개 노조지부가 있었는데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조로 업무를 추진했었다. 덕분에 이사장 퇴임 시 여덟 명의 지부장이 감사패를 주었다. 매우 보람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구회 발전을 위해 선배 이사장으로서 후배 이사장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이제는 이사장이 인건비를 올려주거나 하는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각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연구원들이 학자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8개 노동지합 지부장 감사패 사진
이사장님께서는 고등고시 합격 후 계속 공직에 계시다가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던 것으로 안다.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것 같다.
첫째로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요한 연구를 맡기는 만큼 국가발전에 꼭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자’가 첫 번째 각오였었다. 다음으로 실용적인 연구를 위해 능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포상을 확대하고 적절한 자율성을 확보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구회의 주요 임무 중 연구자율성 강화를 위해 주력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기관을 통제해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사적 영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 이사장 이전의 경험을 기초로 실용적인 연구, 연구환경 조성, 연구 자율성 강화를 통해 연구회의 주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당시에는 연구기관의 사기진작을 위한 별도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연구회 스스로 경상운영비를 절약해 만든 예산으로 연구기관별 3개의 우수과제를 선정하여 포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인문사회연구회에서 복사용지라도 아껴 예산을 만들려고 노력했었던 사례도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연구원별 한 개 논문에 천만 원 정도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포상자를 대상으로 근무평점 가산점과 승진 우선권을 부여해 연구원들의 연구의욕을 고취시켜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구회 직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가능한 성과였을 것 같다.
연구포상금을 연구회 자체예산으로 마련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넉넉하게 급여를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도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 동참해 주었다. 고마운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
이밖에 인문학 위기 극복방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에도 인문학 위기에 대한 지속적 논의가 있었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양한 인문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홍보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1999년에 ‘인문학 연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은 조동일 서울대학교 교수, 그리고 인문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장들과 개최하였다. 인문학 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처방을 다뤘는데 좋은 성과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향후 연구회 발전방안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연구회의 출범 목적인 국가정책에 기여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평가시스템도 강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논문을 발표할 기회와 홍보방안을 마련해 연구의욕을 고취시키고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선진화된 기관의 연구시스템이나 연구환경에 대해 배워 올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인 김영진 이사장과 조원옥 부단장
NRC 역대 이사장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의 자세한 내용은 2024년 1월 발간 예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5년사’ 백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터뷰 영상은 별도 편집과정을 거쳐 2023년 5월, 동영상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임종철, 김영진경제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2022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