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의도
2023년의 대한민국과 세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국가 어젠다(agenda)를 제시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의제를 위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사회적 불확실성 상황에서 정책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22년 12월, 「NRC 국가의제 연구단」을 구성하였다. 2023 국가의제 종합연구를 수행하게 될 「NRC 국가의제 연구단」은 문명재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총괄연구팀 아래 총 5개 분과(경제분과, 사회분과, 기후분과, 정부(거버넌스)분과, 대외분과) 연구팀으로 구성되었으며, 2023년 3월까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10대 분야 50대 정책과제로 구성된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2023년 경제·사회·기후·정부(거버넌스)·대외 분야별 2023 정부의 정책과제에 대한 연구제언을 살펴본다. 불확실성의 시대, 국가적 정책 대응의 전략을 주제로 한<특별좌담>에서는 2022년 주요 정책 이슈를 도출하였던 ‘2023 대한민국 미래전망대회’, ‘2022 글로벌 코리아 포럼(GKF)’, ‘REBOOT KOREA 2022’에 참여하였던 전문가의 시각에서 국가의제와 미래전략 수립, 정부 및 국회와의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본다.
2021년 겨울호(통권 제31호)부터 2022년 가을호(통권 제34호)까지 연속기획 I, II 시리즈를 통해 세계의 싱크탱크와 국가정책연구 역사를 살펴보았다. 2022년 겨울호(통권 제35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이번 연속기획은 연구회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첫 번째 '국제협력'을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 등의 주제를 연간 기획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1999년 출범한 연구회 체제는 올해로 24주년을 맞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는 25년이 되는 2024년에 맞춰 지난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99년 연구회 체제의 탄생에는 부처 산하의 연구기관을 국무총리 산하 연구회(경제사회연구회, 인문사회연구회) 소관으로 일원화하는 하드웨어적 혁신 방안이 있었다. 25주년을 준비하는 지금 연구회 체제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위한 혁신 방향성을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시리즈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 <연속기획>에서는 '싱크탱크와 국제협력'을 주제로 해외 싱크탱크와의 커뮤니티 및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고 국제협력 분야의 정책지식 생태계의 현황과 실태, 앞으로 국제교류 협력을 위한 제언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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硏究IN 반보 앞서 현장 누비는 정책연구자들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연구자들. 실질적인 정책 대안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믿는 국토연구원의 류승한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과 전봉경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 만나 현장성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연구자의 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류승한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이하 류승한) 저는 경제지리학을 공부했고 주로 산업입지와 관련된 분야를 연구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왜 기업들이 한 군데 모이는가 하는, 산업 집적에 관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 온 거죠. 학부 시절에는 사범대학 지리교육학을 전공했는데 4학년 때 지도교수님이 주신 『제조업의 입지』라는 책을 읽고 매료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된 분야에서 계속 연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국토연구원으로 흘러오게 됐죠. 전봉경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하 전봉경) 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죠. 연구원에 오기 전에는 기업에서 근무했었는데 저 자신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보다 많은 사람이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어 국토연구원에 오게 됐습니다. 정답 도출이 아닌 문제점을 파악하고 알리는 역할 류승한 국토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과제들을 많이 다루는 편이죠. 예를 들면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평택 시민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러니까 주한미군 이전에 따른 평택 지원 대책과 관련된 연구과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어요. 또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하거나 새만금 개발을 둘러싸고 개발론자와 환경론자 간의 갈등 속에서 합의점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런 연구과제들은 경제학처럼 수리적인 모형을 통해 정답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봉경 1년 전쯤 영국의 브렉시트와 관련하여 지역균형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인식의 전환을 위해 짧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렉시트를 이민자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영국 내 심각한 지역 격차가 사회 분열을 야기해 빚어진 결과라는 점을 들어 우리의 지역발전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비수도권의 신산업 육성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를 통해 6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경험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연구였습니다. 이런 연구방식은 류승한 본부장님의 말씀처럼 어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동안 비수도권의 산업 육성방안을 논할 때 산업 육성과 주거·교통·복지 등의 정책을 분절적으로 다뤘던 측면이 있는데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실제 현실을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입니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 정책연구자, 현실과 정책 지향점 잇는 연결자 류승한 정책연구는 결국 현실을 개선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실제 현실을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이고요. 특히 국민 개개인 혹은 지역별로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현실 안에서 공통분모를 끄집어내고 집결시키는 것은 국토연구원 연구자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느 시민단체 활동가 한 분이 썼던 글에서 “전문가는 반보만 앞서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한 걸음 이상 앞서가면 일반인은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는 동행한다는 느낌으로 반보만 앞서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제 생각에 국토연구원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라고 봅니다. 전봉경 학술연구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면 정책연구는 현 시대를 넘어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대안을 내놓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통 정책이든 주거 정책이든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들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그것이 10년, 20년 뒤의 문제라 하면 류승한 본부장님 말씀처럼 반보 앞서가는 정도가 된다고 봐요. 지금 당장 도로를 깔거나 GTX 노선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완공되고 구동이 되기까지 5년에서 10년은 걸리니까 그 정도면 아주 먼 미래는 아니죠. 류승한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를 다룰 때 어려운 점이 많지만 정책연구는 내가 한 일의 결과를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학술연구는 연구결과가 현실에 반영되더라도 굉장히 먼 미래의 일인 경우가 많죠. 노벨상을 받는 분들을 보면 수십 년 전에 했던 연구의 성과를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한편으로 그런 특징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우리가 한 연구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도 목도할 수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최선의 대안이 보이는 연구를 선호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결과가 암담해 보이는 사안은 기피하려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현실 속에서 최악을 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어려운 과제와 마주한 연구자들에게 현재 당면한 현실이 정책연구자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지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봉경 다양한 세대와 시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 개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개선사항을 정부나 국회의원에게 직접 전달하기란 어렵잖아요. 그러한 목소리를 저희 같은 연구자들이 잘 구성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지역주민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개인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60명의 인터뷰를 종합적으로 보면 단순히 개인의 민원이 아니라 사회와 정책의 문제로 환원이 되더라고요. 공무원들이 이런 일을 하기에는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론적 개념과 현장성 놓치지 않아야 류승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은 수많은 고민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나갔던 국가들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참고하면서 여러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죠. 정책연구를 잘하려면 이론적인 부분과 사례를 많이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어느 연구기관이든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론적인 개념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현장과 현실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정책을 연구하려면 현장을 알아야 하죠.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의 연구자라면 책상에 앉아 고민만 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정책연구에 현장감이 사라진다면 암담해지는 거죠. 전봉경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결국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들립니다. 저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해서 70개국을 다녔을 정도인데요.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 여러 국가와 도시를 가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잖아요. 그런 점에서 최대한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류승한 본부장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이론을 중요시하기에 책을 많이 읽는데 특히 전공과 관련 없는 인문학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요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고 있는데 원시사회의 부족 연구를 통해 저출생, 고령화 등 현재 사회문제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처럼 인문학이나 심리학, 철학 분야의 책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간접경험을 하고자 한다면 전공 서적뿐 아니라 비전공 서적을 많이 읽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누군가를 이해해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편견을 갖는 것은 위험합니다. 원시 부족 사회는 미개하다는 식의 생각을 해선 안 되죠. 연구의 질적 향상,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류승한 과거를 돌이켜보면 국토연구원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당시 팀장님이 산업단지 쪽 연구를 하려면 국내 산업단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2주짜리 출장을 허락해준 적이 있어요. 당시의 경험이 현장의 감을 익히는 데 매우 도움이 됐죠. 지금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요. 그러한 기회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겨나다 보니 제도가 계속 바뀌어 왔는데 어떤 면에서는 연구자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국책연구의 수행체계와 관련해서도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가령 딱 떨어지는 숫자로만 말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인터뷰 등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연구과제들이 있습니다. 단기적이고 일률적인 관점으로 과제를 평가하게 되면 질적 연구, 좋은 정책 대안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전봉경 정책연구가 민원 해소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 제도화에 기여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책연구자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소홀히 여길 수 있는 사회현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저희 연구자들의 역할이자 책임이 아닐까 싶어요. 또한 협동연구, 학제 간 연구가 강조되는 추세인데 연구기관들이 몰려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합니다. 연구과제에 대한 수행체계와 평가시스템이 보다 개선된 이후에 연구기관 간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기관들이 공식적인 연구 교류에 나서기 이전에 비공식적인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실질적인 연구 교류가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현상에 주목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자의 책임이 아닐까요.” 전봉경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류승한 맞습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고 친해지는 건 아닙니다. 서로 취미가 같든지 어떤 계기가 있어야 친해지는 것이죠. 연구기관 간의 결합이 이뤄지려면 그 이전에 신뢰가 형성돼야 하고 연구자 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도록 하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연구자에게 중요한 덕목은 전화를 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 것보다 그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다른 연구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금세 해결되거든요. 무엇보다 새로운 이슈와 과제 앞에서 도전정신을 갖고 덤빌 수 있는 자세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봉경 저도 연구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뭘까 고민해봤는데요. 편견을 배제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좋은 연구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 과정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연구자로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정책을 많이 제안하는 정책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류승한, 전봉경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 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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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 LIVE 이주민에서 지역민으로 : 진천 취미부자 이야기나는 자타공인 취미부자이다. 취미부자의 삶은 대학 시절 읽은 책 한 권으로 시작되었다. 내 삶을 바꿔준 책 중 하나인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에서 마지막 습관으로 ‘끊임없이 쇄신하라’를 소개한다. 나는 그 습관을 ‘톱날을 갈아라’로 기억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뎌진 톱날로 열심히 또 열심히 나무를 베는 것보다 톱날을 가는 쇄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 책을 읽고 난 내 삶에 톱날을 가는 장치들을 늘 만들고 있다. 즉, 나에게 취미란 내 삶의 톱날을 가는 충전적 활동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입사로 생각지도 못했던 진천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만들기를 시작했다. 진천이기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취미, 캠핑 바야흐로 캠핑의 시대이다. 많은 이들이 짐을 꾸려 자연이 주는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캠핑을 떠난다. 놓칠 수 없는 취미이기에 캠핑 전문가였던 친구에게 좋은 캠핑장 추천을 요청했다. 그 친구는 “진천이 캠핑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왜 그걸 내게 묻냐!”라고 말해주었다. 등장 밑이 어둡다고 알고 보니 내가 사는 진천은 ‘캠핑 명소’였다. 진천 곳곳의 캠핑장들은 주말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캠핑장이었다. 그 이후, 나는 진천 백곡저수지 근처의 조용한 캠핑장에 장박지를 마련했다. 나의 캠핑은 주말의 특별한 행사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어느날 업무에 지쳐 퇴근할 때면 내비게이션을 집이 아닌 20분 거리의 캠핑장으로 설정한다. 장작 한 박스를 사서 장박지에 도착하면 주섬주섬 모닥불을 만든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과 풍경화 같은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요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 놀러온 길고양이들을 위해 목살 한 점을 더 굽기도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자연에서 감성을 충전하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진천이라는 곳에 사는 나이기에 일상 안에서 캠핑을 취미처럼 즐기고 있다. 작은 성취감을 주는 동네 꽃집에서의 꽃 공부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된 연구자의 삶에서 행동적 퇴근은 있어도 인지적 퇴근은 쉽지가 않다. 퇴근하고 몸은 집에 와있지만 나의 인지는 (의도와는 다르게) 여전히 수행하고 있는 연구들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1년 정도의 긴호흡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은 때론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꽃(식물) 공부는 산출물 생산에 장기적인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단기적 산출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취미이다. 지인에게 줄 꽃을 사러 동네 꽃집에 들렀다. 한 송이 꽃의 포장을 부탁드렸는데 처음엔 가격을 듣고는 ‘한 송이인데 왜 이렇게 비싸지’하고 생각했다가 포장된 꽃을 보고는 사장님께 “여기 레슨도 하시나요?”라고 나도 모르게 묻게 되었다. 그렇게 매주 1회 꽃을 만나고 공부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딱딱한 글들과 보낸 하루를 뒤로 하고 화사한 꽃 그리고 따스한 수다가 가득한 레슨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은 내게 업무와는 분리된 인지적 휴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레슨을 통해 완성한 나만의 작품을 통해 나에게 작지만 화사한 성취감을 제공한다. 테라리움 만들기(작업 중) 테라리움 만들기(완성) 리스 만들기 하트꽃다발 만들기 지면의 한계로 내가 진천에서 즐기고 있는 모든 취미를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소개한 취미 외에도 저녁 시간에는 동네 젊은 청년이 되어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하고, 진천 지역의 커피 지도를 만들기 위해 지역 커피점을 탐험하고 기록하기도 한다. 이렇게 돌아보니 내가 이곳에서 즐기고 있는 취미는 진천이라는 지역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취미이다. 취미가 늘어가고 깊어갈수록 나는 내가 이주민이 아닌 지역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낯선 도시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직장 동료뿐이었는데 이제는 길을 걷다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는 지역주민들이 꽤 많아졌다. 앞으로도 이어질 취미부자의 삶은 내 일상의 충전뿐만 아니라 진천 지역민으로서 내 정체성을 확고하게 할 것이다.도재우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교육연구실 부연구위원 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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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과현 국가정책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다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설립 25주년(2024년 3월)을 맞아 과거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2월,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을 발족했다.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은 ‘연구회 및 연구기관 25주년 백서’ 발간을 추진 중이며, 그 일환으로 역대 이사장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999년 경제사회연구회 출범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당시 경제사회연구회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았다. 각 기관의 통합적인 연구를 통해 의견을 종합하고 협동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일 요인별로 분석해도 타당성이 있었으나 현대의 관점에서는 한 분야만으로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고 왜곡된 연구를 근절시키는 것은 물론 연구기관의 내실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사회연구회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우려와 관심 속에서 출범한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사회현상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의견을 종합하여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국가정책을 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처음으로 연구기관 평가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재임 중 평가제도가 처음 실행되었고, 연구회가 출범하면서 기본 과제 중 하나가 연구기관 평가였다. 다행히 평가제도에 대해 연구기관과 별 문제 없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당시 평가팀장이 열성적으로 일을 해준 덕분에 공정하고 성실하게 평가를 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한국은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연구기관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세계 6~7위, 경제분야는 세계 10위, 이러한 변화와 성과를 내는 것은 연구기관이 주춧돌처럼 보이지는 않더라도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 기능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국가정책에 대한 연구회의 기여도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연구회 또는 연구기관의 책임일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 사회 각계, 부처나 기업들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책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Needs)는 많아질 것이고, 요구가 많아지는 한 연구회는 존재할 것이다. 연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을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보람 있었던 일을 회상해본다면? 먼저 유능한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이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사무국장과 팀장, 그리고 직원들이 정말 유능했고 협조를 잘 해주었다. 이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둘째는 당시 연구기관 간 보수 격차가 심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임기 초년에 편차 조정을 통해 높은 기관은 2~3%, 낮은 기관은 7~8% 선에서 처우를 개선했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소관 14개 연구기관에 8개 노조지부가 있었는데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조로 업무를 추진했었다. 덕분에 이사장 퇴임 시 여덟 명의 지부장이 감사패를 주었다. 매우 보람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구회 발전을 위해 선배 이사장으로서 후배 이사장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이제는 이사장이 인건비를 올려주거나 하는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각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연구원들이 학자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8개 노동지합 지부장 감사패 사진 이사장님께서는 고등고시 합격 후 계속 공직에 계시다가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던 것으로 안다.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것 같다. 첫째로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요한 연구를 맡기는 만큼 국가발전에 꼭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자’가 첫 번째 각오였었다. 다음으로 실용적인 연구를 위해 능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포상을 확대하고 적절한 자율성을 확보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구회의 주요 임무 중 연구자율성 강화를 위해 주력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기관을 통제해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사적 영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 이사장 이전의 경험을 기초로 실용적인 연구, 연구환경 조성, 연구 자율성 강화를 통해 연구회의 주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당시에는 연구기관의 사기진작을 위한 별도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연구회 스스로 경상운영비를 절약해 만든 예산으로 연구기관별 3개의 우수과제를 선정하여 포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인문사회연구회에서 복사용지라도 아껴 예산을 만들려고 노력했었던 사례도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연구원별 한 개 논문에 천만 원 정도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포상자를 대상으로 근무평점 가산점과 승진 우선권을 부여해 연구원들의 연구의욕을 고취시켜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구회 직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가능한 성과였을 것 같다. 연구포상금을 연구회 자체예산으로 마련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넉넉하게 급여를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도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 동참해 주었다. 고마운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 이밖에 인문학 위기 극복방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에도 인문학 위기에 대한 지속적 논의가 있었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양한 인문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홍보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1999년에 ‘인문학 연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은 조동일 서울대학교 교수, 그리고 인문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장들과 개최하였다. 인문학 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처방을 다뤘는데 좋은 성과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향후 연구회 발전방안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연구회의 출범 목적인 국가정책에 기여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평가시스템도 강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논문을 발표할 기회와 홍보방안을 마련해 연구의욕을 고취시키고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선진화된 기관의 연구시스템이나 연구환경에 대해 배워 올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인 김영진 이사장과 조원옥 부단장 NRC 역대 이사장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의 자세한 내용은 2024년 1월 발간 예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5년사’ 백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터뷰 영상은 별도 편집과정을 거쳐 2023년 5월, 동영상으로 제작될 예정이다.임종철, 김영진경제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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