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의 대한민국과 세계 - 대외

위기 관리를 통한 금융·경제 안정 확보

정영식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  2022 겨울호

2022년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금융불안지수를 기준으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서는 크게 낮지만 IT 버블 붕괴, 유럽 재정위기와 비교하였을 때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금융시장 중에서는 외환시장이 크게 불안한 양상을 보였는데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444원까지 급등하였다.

2023년 들어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높은 금융 및 무역 개방도를 가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안심하기엔 이르다. 특히 과거와 달라진 대내외 환경 및 구조로 금융 불안이 반복되고 있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불거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내외 리스트와 환경·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금융 및 경제 안정 체제를 구축·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불안지수는 자금중개시장, 외환시장, 주식시장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금융불안지수가 상승하면 금융불안이 고조되고, 지수가 하락하면 금융불안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금융불안지수

국내외 공통 변화: 고물가와 고금리

국내외 공통으로 최근 변화된 환경·구조 중 하나가 고물가 및 고금리이다. 2023년 물가상승률과 금리 상승 폭은 2022년에 비해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국의 통화정책, 고금리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문에 대한 충격과 영향을 파악하여, 잠재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금리는 차입과 기회비용을 높여 자산 가격을 하락시키고 고부채의 위험성을 고조시키기 때문에 재정·외환건전성이 취약한 국가의 경우 국가부도 및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 스리랑카, 이집트, 파키스탄 등은 지난해에 이미 위기에 빠졌다. 국내적으로 부동산 PF 및 가계부채의 부실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ABCP 부도 사태)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부동산 PF 시장이 냉각된 경험이 있다.

국내외 공통 변화: 비은행 금융 확대

두 번째 공통된 변화로는 비은행금융 부문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금융산업 및 자금흐름 측면에서 은행의 비중이 축소되고 고위험 및 고수익 추구 성향이 강한 비은행 금융 부문이 확대되었다. 특히 개방형 투자 펀드는 부정적인 거시금융충격 발생 시 펀드 환매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펀드 보유 자산 매각, 펀드 성과 감소 및 수익률 하락에 따른 펀드 환매의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다른 투자 펀드, 금융기관의 금융 안정성마저 위협한다. 국내에서는 2020년 3월 대형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ELS)에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해 외환시장 및 단기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했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비은행 부문에 대한 자금 흐름, 건전성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권 간에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 적자에서 흑자, 순대외금융자산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이 적자에서 흑자로 바뀌었다는 점은 국내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구조 변화이다. 2014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로 전환되었고 2018년에는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순대외금융자산 또한 플러스로 반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금융안정과 금융국제화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므로 대외금융자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금융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대외금융자산 중 연기금, 증권, 보험 등 민간 자금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외환 당국은 이들 민간과 연계된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이중 가장 큰 규모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한데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비중은 2022년 10월 49.8%로 그 규모는 약 3,200억 달러(455.3조 원)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 자금이라는 점에서 수익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 안정에 일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금융자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금융국제화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향후 저축 확대,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일정기간 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자산운용, 국제업무, 리스크 관리 등 금융국제화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외환 등 금융시장을 선진화할 수 있다면 대외신인도와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수 있다.

국외: 악재인 탈세계화와 보호주의

세계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탈세계화’와 ‘보호주의’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이후 본격화된 탈세계화 및 보호주의는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간 전략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거치면서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와 경제 블록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 무역수지 악화, 경제성장률 둔화는 실물 부문 타격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무역수지 악화로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이해관계가 유사한 주요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력 확대, 아세안과 인도와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대내적으로 수출시장 개척·다변화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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