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국책연구기관 국제협력의 향후 방향

유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제협력부장  2022 겨울호

1960~70년대 당시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경제 및 산업정책 개발을 적극 추진하였다. 그 결과 ‘수출주도산업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정책이 만들어졌다. 정부의 기획과 지휘 속에 탄생한 산업화 정책은 대한민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의 기반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시기 1971년 한국개발연구원을 시작으로 경제·인문사회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태동하게 되었다. 출연연구기관의 첫 번째 역할은 경제설계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당시 주요 정책이었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사회보장제도, 빈곤 문제, 소득분배 문제에 대한 기초조사와 실증연구를 수행하였다. 정책기획을 위한 전문성의 요구로 1970~99년까지 각각의 부처 산하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설립되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부 부처와 긴밀한 정책 협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성장하였다. 70년대 산업화, 80년대 민주화, 90년대 정보화시기를 거치며 ‘아시아의 네 마리 용(Four Asian Dragons,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으로 불렸으며 일본의 뒤를 이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복합적인 정책현안과 중장기 미래전략의 필요성

한국개발연구원에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 ⓒ한국개발연구원

대한민국은 1990년대 후반, IMF와 금융위기 등 높은 파고를 이겨내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진 경제국가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에서 교통, 통신 등의 과학기술 발전으로 세계의 물리적인 거리는 압축되었지만, 과거와 다른 복합적인 정책현안 이슈가 대두되게 되었다.

정부에서 기대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역할의 변화가 요구됨과 동시에 부여된 두 번째 역할이었다. 자율적·독립적 정책연구를 통한 창의성 제고와 더불어 융합적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 어젠다 개발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연구회 체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연구회 체제에서 정부가 기대했던 것은 효율화된 연구기관의 경영관리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복합적인 정책현안 대응을 위한 미래전략의 필요성으로 생각된다. 이 시점부터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한 국가전략 개발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연구회 체제 도입 이후 약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정부 정책을 지원하였으나 많은 성과 속 한계 또한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중요한 국가로 더욱 발돋움하였고 G20 국가로서 지위를 더욱더 공고히 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경제성장을 넘어 BTS, 미나리, 기생충 등 다양한 K-콘텐츠로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한 세기 만에 이룩한 눈부신 성장

2010년 OECD DAC에 가입하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된 국가로 기록되었다. 달라지는 국격에 걸맞게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2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예산은 약 4조 425억 원으로 44개의 시행기관에서 1,765개 시행사업을 88개 수원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중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의 경우 2022년 기준, 10개 기관에서 42개 사업을 총 194억 원의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공적개발원조사업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협력 대상국들의 정책 로드맵 제시, 정책별 마스터플랜 수립, 정책역량 강화, 개발전략 수립이다. 기존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사업과 달리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국가별 상황과 특성에 따른 ‘맞춤형 발전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1970~80년대 대한민국 발전국가 모델의 전략 수립이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국제사회에서의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성과를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이 함께 세계로 나가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통과,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위기 등 복잡한 이슈가 동시에 작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나의 섹터만이 활동하여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시대이다.

최근의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로 변화한 것은 민간 기업들의 혁신을 통한 발전과 국가의 제도적·정책적 혁신을 위한 정책지원이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이제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가는 발판이 되어 민간이 세계로 나가는 데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경험을 세계로

지금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세 번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룩한 발전 경험에 대해 전 세계는 궁금해하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은 물론 선진국까지 ‘방법’과 ‘수단’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을 모듈화하여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별·분야별 맞춤형 전략으로 더욱 정교하고 세련된 확산 방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올해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며, 연구회 체제 25주년을 준비하는 해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협력을 필요로 하는 국제기구 또는 국가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이다. 2023년에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은 많은 국제협력사업들을 추진하고, 기획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출연연구기관들도 싱크탱크의 국가대표가 된다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을 전 세계에 확산해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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