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문사회연구회, 베트남 사회과학원과 ‘인문국제컨퍼런스’ 개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2022년 11월 29일(화) 베트남 사회과학원(VASS; Vietnam Academy of Social Sciences)과 공동으로 하노이에서 한-베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인문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양국 싱크탱크의 교류와 협력이 주로 정치학과 경제학을 중심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진행되어왔음을 고려하면 이번 ‘인문국제컨퍼런스’는 국가기관에서 최초로 시도한 인문학 기반 학술행사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회는 명실공히 베트남 싱크탱크인 베트남 사회과학원과의 정책연구 및 학술교류를 추진했으나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안정적 단계에 접어들자,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 인문학 분야에서의 학술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교류의 기반을 닦기 위해 본 행사를 개최했다. 더욱이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됨에 따라 그간의 경제적, 외교적 교류·협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인문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로의 협력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30년간 쌓아온 양국 관계는 이제 역사와 문화 이해에 기반을 둔 학문적 교류를 통해 더욱 돈독한 신뢰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를 맞았다.
협력과 우호로 맺은 한-베 신뢰의 30년
제1회 NRC-VASS 인문국제컨퍼런스 단체사진베트남과 한국이 공식적으로 수교를 한 것은 1992년 12월이었다. 수교 첫해 두 나라 간의 교역은 5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780억 달러로 증가했고, 2023년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베트남의 세 번째 교역국이고, 베트남은 한국의 네 번째 교역국에 해당한다. 이같이 급속한 양적 교역의 확대에 힘입어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 등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상호의존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의 결혼 이주가 압도적이었지만 2022년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조사에 의하면 베트남 다문화 학생이 32.4%로 가장 많고, 유학생도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이 많다. 늘어나는 교육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한국이 베트남의 과학기술 발전을 돕고, 인력 양성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설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Vietnam-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도 기술 협력 및 전문가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사업에서의 양국 협력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한-베 공조가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한국과의 문화 협력은 베트남의 소프트파워 증진에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이 흐름이 일방향적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에 대한 국내 관심이 낮다는 것은 점차 양국 관계를 저해할 문제가 될 수 있다.
인문학 및 교육 분야에서의 한-베 협력
‘인문국제컨퍼런스’는 총 3개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세션인 ‘문화·역사 연구에서의 양국 협력’에서 짠 티 프엉 호아 VASS 역사연구소 부소장이 한국과 베트남 역사학자들의 교류 현황을 소개했고, 이병한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이 남북통일의 경험을 지닌 베트남이 탈 신냉전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를 제안했다. 안 투 짠 베트남 민족학박물관 홍보교육부 부장은 박물관의 전문인력 역량 강화 교육,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 분야 기술 협력을 통한 양국 간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양국의 교육 협력’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에서 윤종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부의 한-베 협력사업을 소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세계시민 교육과 문화 다양성 존중 교육 제고를 역설했다. 레 티 투쟝 하노이국립인문사회과학대 동방학부장은 베트남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의 실태, 각 대학 단위에서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 향후 과제에 대해 언급했다.
마지막 세션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다뤘으며, 단연 결혼이주 여성이 겪는 사회적인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됐다. 응우옌 티 호아이 린 베트남 여성연맹 대외국장의 발표를 필두로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결혼 이주 및 다문화가족의 현황,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 소개가 이어졌다.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과 복지 등 취약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면서 공동 대응과 협력을 모색하는 데 뜻을 모았다.
미래지향적 한-베 연대의 인문학 역량 제고
지난 12월 열린 한-베 정상회담에서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두 나라의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국회와 사회 각계각층 간 교류와 대화를 더욱 강화 및 심화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경제 협력의 확대로 인해 불거진 베트남에서의 노동 및 인권 문제, 결혼 이주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 따른 불평등과 자녀 교육 문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기술이전 요구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한편, 베트남의 대 대한민국 무역적자 역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다방면에 산적한 문제들은 30년간 쌓아온 역동적인 양국 관계를 얼마든지 마비시킬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인문사회 학술적 성과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한 이해의 확충이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그 구체적 기반 강화의 초석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놓기 시작했다는 데 ‘인문국제컨퍼런스’의 의의가 있다. 향후 양국 학자들의 공동연구, 학술적 정보 교환, 전문인력양성과 연구역량 강화를 체계적·단계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이 깨지길 바란다. 여기에 양국의 사회문화계, 언론계 등을 대표하는 여론주도층 인사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주요 현안과 관심사에 관한 토론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베 협력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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