硏究IN  

국가정책연구자는 정책을 설계하는정책 엔지니어

엄미정, 박나실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2021 겨울호

국책연구자는 무엇을 연구하는 사람일까. 어떤 자질과 덕목을 필요로 할까. 국책연구자의 역할과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정책 연구에 매진해 온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한 질적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을 만나 고민의 흔적을 따라가봤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이하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 소속으로 2000년에 입사했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 출범 이후 저희 연구원에 입사한 첫 박사입니다. 저는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경제학으로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생각이 많아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편입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경사연에 몸담은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고 저만의 답을 찾는 중입니다.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하 박나실)

저는 2020년 3월 16일에 입사해 올해 2년 차를 맞은 막내 박사입니다. 국책연구기관 중에는 교육학을 메인으로 하는 연구원이 몇 곳 있는데 다른 곳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하 직능연)을 택한 이유는 이곳에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박사님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교육학자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 노동경제학, 일반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있어 좀 더 융합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고 지원했습니다.

엄미정

박 박사님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정책연구기관을 선택하셨군요. 저는 많이 달랐습니다. 입사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는데 당시 정책연구 환경은 지금과 무척 달랐고,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특히 제가 전공한 기술경제와 같은 융복합 영역은 학과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졸업하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나마 가능한 여러 직장 중 저희 연구원은 가장 훌륭한 직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들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었는데, 저는 공학도 시절부터 기술정책에 관심이 많아 지원하게 된 거죠. 그럼 자기소개가 끝났으니 기관이 다른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얘기해볼까요? 저희는 세종국책연구단지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아는 박사님 옆에 앉았다가 만났습니다. 정책연구자로서 고민을 서로 나누며 친해졌습니다.

박나실

교육학을 연구하다 보면 거시적인 측면에서 교육학만으로 다룰 수 없는 영역이 많다고 느껴요. 정책적인 부분, 특히 미래지향적 기술을 다룰 때 교육학의 내용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직능연 안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많아서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다른 연구자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많이 않아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엄 박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기술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과학기술 분야 인력정책 전반을 담당하고, 이공계 인력 진로·경력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엔지니어 직무와 경력에 대해 연구 중이다.

정책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는 연구자

엄미정

저희 기관에 입사한 이후 한동안은 정책연구자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다양한 활동을 해야 했고, 그래서 연구원에 들어와서는 정책연구자라는 직업이 별도의 전문성을 지닌 직업군이란 사실을 우리 집단 밖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공언하고 다녔죠. 정책연구가 대학에서 하는 연구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박나실

몇 달 전 엄 박사님과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됐는데 그 시점에 저도 그런 고민을 한창 하고 있었어요. 국책연구단지의 많은 정책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대학에서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과 석·박사 과정을 밟고 오는데요. 그러다 보니 연구자라고 하면 지도교수님과 학계 학자들의 모습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정책연구자를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에 오게 되었을 땐 학계와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이토록 차이가 클 줄 몰랐고, 요구되는 능력도 너무 달라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저는 학계에서 시작한 사람인데 학계 연구자와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니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켜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그 와중에 엄 박사님을 만났는데, 저의 고민과 갈등을 바로 알아채시더라고요.

엄미정

제 생각에 대학은 기본적으로 경제사회의 여러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학제의 틀 내에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반면 정책연구자는 경제사회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동원해 해결책을 찾을 뿐 아니라, 공무원이나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그것이 실행되도록 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학술적 부분과 행정적 부분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하더라고요. 최근 제가 저희가 하는 일을 정의한 바는 ‘정책 엔지니어’입니다. 각자가 담당하는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지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전문가라는 의미입니다. 이 용어도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을 모두 설명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과 이 집단 전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것을 저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계속 같이 해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박나실 박사님과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정책연구자는 사회현상의 실질적인 문제를 찾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뿐 아니라 공무원을 설득해 그것이 실행되도록 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역할이 요구됩니다. 학술적 부분과 행정적 부분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한겁니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좋은 연구자가 갖춰야 할 안목과 역량

박나실

국책연구단지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이 교육학이다 보니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부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일도 많고요. 이 안에서 내가 어떻게 역량을 펼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엄 박사님이 우리 국책연구단지의 장점으로 인력, 재정, 네트워크 세 가지를 꼽아주셔서 확 와닿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미래 설계를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대안을 제시할 땐 컨설턴트의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말씀해주셨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엄미정

국책연구기관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많은데,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알고 잘 활용하면, 국책연구기관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좋은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전문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0년 이상 한 영역에서 연구에 매진해온 전문가들을 찾고 모은다는 건 어떤 영역이든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 연구원만 보더라도 한국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는 분들이 100명 가까이 계시는데, 이곳에서 이러한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논의하고 상호 학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에 대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 선배들이 쌓아놓은 네트워크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주요한 자산입니다. 신입 정책연구자들이 이러한 자산에 대해 알고 잘 이용하고자 한다면 훨씬 다양하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나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학계를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분들 입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저는 학계에서 특정 학문 분야로 출발한 사람이라 제 전공 분야 외에는 활용할 수 있는 인력도, 네트워크도 없어요.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도 단위부터 다르고요. 직능연에 들어오기 전에는 정책연구자란 학자의 역할을 기본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국가기관에 제시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책입안자와 현장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실적인 정책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예산, 행정,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역할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엄미정

사실 본인 스스로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을 겁니다. 오랜 기간 일한 선배 연구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정책연구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등 굵직한 질문을 던졌죠. 답을 보면서 느낀 건 우리 집단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일해왔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최근에는 우리 집단과 비슷한 속성을 지닌 연구소가 많아졌습니다. 그런 곳들과 우리는 어떻게 다른지 자문해봐야 해요.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묻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우리는 세금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그 일을 아주 잘해내려면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 거죠.

박나실

정책연구자는 평소 사회 현안과 미래 사회현상과 관련한 배경지식과 의제를 잘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입안자와 행정가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문의할 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사회·경제·문화·정치 등 다양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안목을 키우려면 학문적인 지식은 물론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현장과 사회현상에 문제의식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엄미정

맞습니다. 현장에서는 개별적인 아이디어와 사례만 만들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책연구자는 시스템 전반을 봐야 합니다. 사회구조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를 바꿀 경우 어떤 나비효과가 생겨날지 모릅니다. 이러한 변화와 영향까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키우는 것이 정책연구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책이란 건 궁극적으로 전체 시스템을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저는 공무원과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의 시간은 1년 단위로 돌아가고, 늘 현안을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하느라 바쁘죠.

"정책연구자는 평소 사회 현안과 미래 사회현상과 관련한 배경지식과 의제를 잘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입안자와 행정가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문의할 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는 즐거움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교육과정 이론, 학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학생 학습 경험, 진로 교육, 직업계고 교육과정 등이다.

박나실

현장의 복잡한 현실과 마주할 때 어려움이 참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진심을 알아봐주실 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올 초에 과제를 다소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을 만큼 애정을 갖고 과제를 수행했어요. 현장 선생님들이 이런 노력에 대해 고마워해주셔서 뿌듯하더라고요. 또 정책입안자와 행정가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스터디를 권한 적이 있는데, 여러 의견을 주시면서 적극 참여하는 모습에감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가 정책연구자로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미정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고, 이를 실현해야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가는 모든 과정이 정책연구자로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이공계 인력정책 분야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제가 갖고 있던 모토는 많은 사람이 가진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정책적 틀과 의제를 제안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부지런히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온 거지요.

박나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을 던지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이런 저의 성향과 잘 맞아서 연구자로서 일을 꾸준히 해온 것 같습니다. 좋은 연구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도 계속 던져보고 있어요. 현재로선 후속 연구가 촉발될 수 있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 생각합니다.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는 연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엄미정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정책연구자가 고유의 특성과 인재상을 지닌 존재라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가 스스로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소신을 갖고 이 집단에 들어와 정책연구를 하는 후배들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뿐 아니라 관심 있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