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꽃으로 드리는 새해 인사

이유미국립세종수목원 원장  2022 겨울호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래 오래 사십시오” 설날을 앞에 두고 꽃으로 덕담을 드립니다. 아름다운 우리꽃 복수초를 소개하면서 말입니다. 어떠세요. 환하게 피어난 복수초가 햇살을 받아 꽃잎들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절로 마음이 밝아지시죠? 게다가 복수초라는 이름은 한자로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자, 즉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으니 여러분께 보내는 첫 꽃인사로 이만한 꽃이 없다 싶습니다.

뒤늦게 내린 서설 속에서도 눈을 뚫고 피어나는
겨울꽃인 동시에 봄꽃인 복수초 ⓒ송기엽

꽃말은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입니다. 재미난 것은 서양에서의 복수초 이야기는 약간 느낌이 다릅니다. 복수초집안 식물을 통털어 부르는 학명이 아도니스(Adonis)인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의 이름입니다. 아도니스가 죽어가면서 흐른 피가 진홍빛 복수초를 피워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땅속에 살고 있던 페르세포네란 여신이 아도니스를 살렸고, 제우스는 아도니스에게 평소 사랑하던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데와는 지상에서 반년을, 페르세포네와는 자하에서 반년을 살도록 했다는 것이며, 복수초는 지하에서 살다가 봄이 시작되자마자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러 지상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역시 역경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임이 틀림없습니다.

복수초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저 깊은 땅속의 봄기운을 담아 언 땅을 녹여가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겨울꽃인 동시에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기도 합니다. 이곳저곳 이 땅에서 자라는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라 여러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땅위에 꽃만 불쑥 튀어 나온 것이 특별하여 땅꽃, 얼음 또는 눈 사이에서 피어나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 한자로는 새해를 시작할 때 피는 꽃이라하여 원단화라고도 합니다.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하여 설연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추운 마당에 있다가 따뜻한 집안에 들여놓으면 두 주 만에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복수초를 잘 키우셔서 설날 이 꽃 한 송이를 존경하는 분께 선사하면 어떨까요!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하면서 말입니다. 아름다운 정성과 복수초의 밝음이 그대로 전달될 듯 합니다. 제주도에 자라는 세복수초는 2월이면 꽃을 볼 수 있고, 봄의 기운과 함께 개화 소식이 점차 북상하지요. 국립세종수목원에서도 3월이면 복수초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른 봄, 아직은 잎 나지 않아 회갈색인 숲정원 어딘가에서 피어나는 복수초를 발견하신다면 그건 분명 행운입니다. 꽃으로 행복해지는 기적을 여러분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제주 숲에서 음력 정월에 피어나는 세복수초 무리 ⓒ송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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